삶을 빛나게 하는 것

by 이상역

삶을 빛나게 하는 것이 무엇일까. 막상 질문하고 보니 바보 같은 질문이란 생각이 든다. 삶을 빛나게 하는 것은 어느 하나를 특정할 수도 없고 우리가 살아가는 주변의 모든 것들이 아닐까.


매일 아침 맞이하는 태양과 저녁이 되면 하늘에 드러나는 달과 별 그리고 삶의 바탕을 이루는 하늘과 대지와 공기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것이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아침에 구봉산을 올라가는데 딱따구리가 목탁을 두드리듯이 "또르르륵 또르르륵"거리며 부리로 나무를 쪼아댄다. 딱따구리가 아침부터 나무를 쪼아대는 것은 먹이를 찾기 위한 활동이다.


딱따구리가 먹이를 구하기 위해 나무를 쪼이대면 숲 속에 긴 여음을 남기며 울려 퍼진다. 숲에는 딱따구리뿐만 아니라 다른 새들도 자기 짝을 찾거나 먹이를 구하기 위해 지저귄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동물은 소리로 의사소통을 나눈다. 또한 그 소리에는 생존을 위한 것과 의사소통을 나누기 위한 약속된 의미와 감정이 담겨 있다.


사람 사는 곳에는 사람 소리가 나고, 숲에서는 새소리가 나고, 들녘에서는 벌레 소리가 나는 것은 당연한 소리가 아니고 각자의 영역에서 각자의 삶을 빛나게 하는 아름다운 영혼의 소리다.


사람 사는 곳이나 숲이나 들녘에서 사람이나 새나 벌레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면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 아마도 적막하고 불모지와 같은 사막으로 변할 것이다.


송파의 장지동에 살던 시절보다 강동의 길동에 이사 와서 살다 보니 아파트 단지에서 아이들과 아이들 부모가 서로 어울려 노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창가를 내려다보며 시끌벅적한 소리를 듣노라면 새삼 이곳에는 다양한 사람이 입주해서 산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사람 사는 곳에는 아이들과 젊은 사람과 중장년이 서로 어울려 사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서로가 서로에게 기운을 주고받을 수 있고 삶에 새로운 원기와 기운을 북돋아 주어서다.


그렇다고 사전에 다양한 연령층을 고려하여 아파트에 입주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어찌어찌하다 보니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이 모여 사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오월의 날씨가 쾌청하고 휴일이 되자 아이들이 집안에 머물러 있지 않고 단지로 쏟아져 나왔다. 창문에서 아이가 자기 부모나 친구들과 이리저리 뛰어노는 모습을 바라보니 삶의 진한 물살이 느껴진다.


사람 사는 곳에는 아이의 울음소리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뛰어노는 다양한 소리를 듣는 것은 삶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사람도 동물이고 무리를 이루어 사는데 왜 그런 구조를 형성하여 사는 것이 어려운 것일까.


숲에 새나 나비와 벌들이 깃들어 살지 않거나 들녘에 벌레가 살지 않으면 숲이나 들녘은 황폐해진다. 사람이 사는 곳에 사람이 살지 않으면 도시든 농촌이든 쓸쓸한 폐허가 되고 만다.


숲에 들어가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듣고 시끄럽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을까. 마찬가지로 사람 사는 곳에서 아이가 울거나 아이들이 뛰어노는 소리는 시끄러운 소리가 아닌 삶을 빛나게 하는 아름다운 소리다.


아침에 숲에서 딱따구리가 나무를 시끄럽게 쪼아댄 것도 따지고 보면 자신의 삶을 빛나게 하면서 나무 밑을 지나가는 사람이나 다른 새들의 삶을 빛나게 한 영혼의 소리다.


세상은 저절로 아름다운 사회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사람이나 새나 벌레가 각자의 영역에서 각자의 삶에 필요한 의사소통을 나누며 충만한 삶을 살아갈 때 삶을 빛나게 하는 사회와 질서가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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