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등산 겸 산책 삼아 구봉산과 승상산을 올라갔다. 계절이 여물어 가니 산에 올라가면 기분이 상승하고 능선 길 따라 걷는 걸음걸이도 한결 가볍기만 하다.
구봉산 능선 길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조화를 이룬다. 인생길처럼 산에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존재하듯이 인생도 오르막과 내리막이 공존하며 지탱한다.
구봉산 능선 언덕에 올라 가벼운 체조를 마치고 다시 승상산을 향해 걸어간다. 동광로를 지나 승상산을 오르려면 초입부터 가파른 계곡을 올라가야 한다.
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드니 가로수인 은행나무가 노란색으로 변해간다. 화살나무는 진한 분홍색을 드리우며 단풍으로 물들어 가고 주변의 나무와 풀들도 계절에 맞는 색깔로 서서히 익어간다.
승상산 비탈진 계곡을 올라가는데 호흡이 가빠지며 거친 들숨과 날숨을 토해낸다. 거친 호흡을 헐떡이며 계곡의 정상에 올라서자 평탄한 평지가 펼쳐진다. 평지에 오르니 호흡이 안정되고 숨결이 평온해진다.
능선 길을 천천히 걸어가자 새소리가 들려오고 주변에서 지나가는 차소리가 이곳까지 들려온다. 차소리가 숲에서 울어대는 새소리와 어우러지고 아침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빛을 반짝인다.
며칠 전 몇 년 전에 근무했던 회사에 갔다 왔다. 사람의 마음도 세월 따라 변하는 것 같다. 자신이 몸담았던 회사를 그다지 좋지 않은 마음으로 떠나게 되어도 소식과 근황이 궁금하고 같이 근무했던 직원의 얼굴도 보고 싶다.
몇 년 만에 찾아가니 아는 얼굴은 몇 안 되고 대부분 얼굴이 바뀌었다. 사람의 얼굴이 자주 바뀌는 조직이 좋은 것인지 아니면 바뀌지 않고 그대로 근무하는 조직이 좋은 것인지 어떤 것이 좋은 것인지를 모르겠다.
그곳에 대학 후배가 근무하고 있어 찻집에 가서 그간 소식과 근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인근 식당에 가서 수육과 함께 칼국수로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당시 함께 근무했던 직원과 자리를 옮겼다. 세월이 지나도 회사에 아는 얼굴이 근무하고 있어 낯설지 않고 흐릿한 추억담을 마셔가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삶은 언제나 제자리로 돌아오는 여정이다. 밖에 나가 아는 사람을 만나든 능선 길을 따라 산책을 가든 본래의 자리로 돌아오기 위한 여행이다.
고요한 능선 길을 따라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걸어가자 마음이 새털처럼 가볍다. 비탈진 길을 올라갈 때는 생각할 겨를이 없다가 평지로 된 능선 길을 따라 걸어가면 생각이 태동한다.
계절은 단풍으로 물들어 가고 숲에는 낙엽이 쌓여 바람에 몸을 뒤척이며 부스럭부스럭 소리를 낸다. 산에서 홀로 걸어가면 마음이 한없이 고요해진다.
숲에서 전해지는 선선한 기운과 가슴에서 피어나는 맑은 기운이 충돌하면서 머릿속 사색이 깊어진다. 가을날 능선 길을 따라 발자국을 한 발 한 발 내디딜 때마다 새로운 마음과 생각이 돋아난다.
어쩌다 내가 이곳까지 와서 홀로 산속을 거니는 것일까. 무엇이 나를 이곳으로 데려오고 어느 곳으로 나를 데려가는 것일까. 삶에는 늘 정답은 없고 미로 속으로 길을 떠나게 된다.
회사를 들어가고 나오고 산에 올라갔다 내려가고 전철을 타고 내리는 것 모두 누구를 위한 것인가. 자신이 생명을 누리기 위한 행동이라지만 그런 삶 속에 자신의 본질은 어디에 머물러 있을까.
삶은 몸이라는 껍질의 옴직임만 존재하고 본질은 따로 존재하는 것 같다. 삶은 실제와 그림자라는 허상의 세계가 양립하는 과정에서 삶이 존재하고 사라진다.
저 멀리 보이는 산자락이 오늘따라 선명하게 눈에 들어오는 것은 아직은 몸이 건강하다는 증거다. 몸이 건강하지 않으면 산에 올라갈 힘도 없고 산자락을 바라볼 시선도 흐려진다.
하루의 삶이 동쪽에서 떠오르는 태양에 의해 시작되듯이 건강한 삶은 능선 길을 따라 걷는 속도와 호흡하는 바람의 강도에 달려 있다. 내일도 오늘처럼 능선 길을 따라 거닐며 오롯이 나를 만나고 싶은 정겨운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