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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택의 쿼카 Mar 04. 2023

데드리프트로 얻는 것은 기록만이 아니야

‘난 못해’의 굴레를 깨트리는 60킬로




“들어보세요. 할 수 있어요.”


“쌤, 저 진짜 60킬로는 한 번도 안 해봤어요. 허리 다치면 어떻게 해요. 저 진짜 못해요.”


“일단 그럼 시도만 해보고... 자세는 제가 바로 봐줄 테니까...”


방금 막 데드리프트 40킬로를 성공하고 숨을 가쁘게 모는 나를 보며 트레이너쌤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어디로 신나게 달려가더니 10킬로 원판 2개를 옆구리에 끼고 다시 내게 왔다.


어이가 없어서 말도 안 나오는 찰나에, 내 눈빛은 못 본 척하며 바에 태연하게 무게를 끼운 그.



‘나 진짜 할 수 있을까? 무려 60킬로를?’




운동을 처음 시작했던 때가 생각났다.


작년 초, 집안일로 가정이 휘청거려 살얼음 같았던 집. 내 방 문을 닫고 숨어있기만 하는 데도, 설명하기 어려운 불안감에 불편했다.


밤이 되자 러닝 운동화 비스무리한 걸 신고 무작정 한강공원으로 달려 나갔다.


원래 뛸 생각은 없었다. 좋아하는 감수성 넘치는 음악을 귀에 꽂고 한강 야경을 보며 산책만 하다 올 계획이었다. 듣기만 해도 눈물이 나는 목소리의 가수 권진아의 ‘운이 좋았지’를 들으며 발자국 한 발짝 한 발짝에 감성을 얹으며 걷고 있었는데, 반대편에서 뛰어오는 사람들과 마주쳤다. 그 날, 처음으로 러닝 하는 사람들의 표정을 아주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정말 힘들어 보이고, 고통스러워 보였다.


인스타에서 보이던 운동인들의 건강하고 행복해 보이는 표정은 운동이 끝나고 난 뒤 아주 잠깐.

너무 뛰기 싫어서 찡그리고, 찡그린 걸 인지해서 다시 인상을 피려고 노력하다가도 다시 숨차서 힘들어하고. 이런 일련의 반복이 바로 운동이었다.


‘왜 저렇게까지 힘들어하면서 운동을 해?“

그냥 궁금해져서 무작정 뛰기 시작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이 뛰다 보니 집안에서 보던 눈치, 회사에서 벌 받듯이 자리에 서서 먹던 욕들이 잊히기 시작했다.


그렇게 뛴 오늘이 어제가 되고, 일주일, 몇 달이 되어 운동은 습관이라는 두 번째 이름을 얻었고, 나를 다시 살게 했다.


고작 운동경험이 1년밖에 안 되는 나부랭이가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이 참 낯 부끄럽지만, 그래도 하나 깨달은 것은 다음과 같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건강하지 않은 사람들이 극복해보려고 하는 것이 운동이라는 것을. 내 주변에서만 봐도 그랬다. 원래 건강하던 사람들이 건강을 유지하려고 운동을 시작한 것보다, 건강하지 못한 사람들이 다시 살아보기 위해 운동을 시작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훨씬 많다. 그렇게 다들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운동의 힘이 그만큼 세다. 사람을 새로 살게 하고 매일 위로할 만큼 말이다.





“쾅.”

했다. 60킬로를 내가 들고 내려놓다니.


“거 봐요. 할 수 있다니까”


운동의 효과를 설명한 유튜브 영상 중 다음 내용이 인상 깊다.



“근력 운동을 통한 근력의 향상은 신체를 강하게 만들고 강한 신체에서 나오는 무의식적인 메시지는 자아의 기반이 될 뿐만 아니라 일상에서의 모든 일의 분위기를 만들어주기에 결국 근력은 좋은 배경감정을 갖게 해 줍니다. 여기서 배경감정이라는 것은 쉽게 말하면 영화의 배경음악과 같은 것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어떠한 배경음악이 나오냐에 따라 그 영화의 분위기가 바뀌게 되듯이 배경감정 따라 우리 삶의 분위기가 바뀌게 될 것입니다.”

- 유튜브 3분 운동과학, <뇌 과학자가 말하는 근력운동을 꼭 해야 하는 이유>




결국, 운동을 하면서 <난 해냈어>의 무의식적인 메시지가 나의 삶의 분위기를 바꾸게 한다는 것. 운동 외 다른 영역에서도 “이까짓 거 나 다 할 수 있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ps. 러닝머신에서 마지막으로 가장 높은 속도 (필자의 경우엔 9)로 해놓고

“나 할 수 있어 개 XX들아”라고 속으로 생각하고 뛰면 무적이 된 것처럼 뛸 수 있다.

(단,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소리 지르는 것은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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