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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조 Apr 28. 2023

내가 세상에서 제일 우울해

영화 <본 투 비 블루>

평소 쳇 베이커의 음악을 자주 듣는데 쳇 베이커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가 있다는 걸 접하고 바로 영화를 봤었다.

사실 쳇 베이커의 음악만 들어왔지 그의 삶은 그저 막장 인생을 살았다는 것 외엔 자세히 알지 못했다.

영화의 시작을 감옥에 수감 중인 쳇 베이커로 보여주고는 초반부터 싸움에 휘말려 앞니가 떨어져 나가 트럼펫을 다신 못 불 수 있는 위기에 놓이는 장면이 나온다. 이미 전성기를 보내고 몰락한 시점부터 영화로 보여준 것이다.

그러다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 그녀에게 의지하며 다시금 일어서려는 갱생의 과정을 그린 영화인데 후에 쳇 베이커의 인생을 자세히 알아보고 나니 이 영화는 다소 미화되어 표현된 경향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극 중 쳇 베이커의 여자친구 직업은 배우인데 영화의 중반부정도 까진 두 아티스트들에게 서로가 뮤즈로서 사랑이 도움이 되지만 어느 새부터 예술과 사랑이 충돌하고 둘 중 하나를 택해야만 하는 순간이 온다. 마치 라라랜드처럼 말이다. 이러한 요소를 넣은 게 예술과 사랑의 관계를 낭만만 잔뜩 집어넣은 영화처럼 비춰주지 않고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 인상 깊었다. 우여곡절 끝에 쳇 베이커는 다시 무대에 오르는 기회를 얻게 되고 오디션 때문에 못 온다던 여자친구도 그를 응원하러 와주며 해피엔딩으로 끝날 듯 전개가 된다. 하지만 이 영화는 갱생을 성공하는 스토리의 여느 영화와는 다르게 잘못된 굴레에 갇혀 반복된 삶을 살아갈 쳇 베이커를 암시하는데,


우선 쳇 베이커는 심각한 마약중독자였다. 여자친구 덕분에 마약을 멀리 하고 있었지만 재즈클럽의 성지인 뉴욕 버드랜드에서 중요한 공연을 앞두고 있기에 약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헤로인 중독에서 벗어나도록 처방받았던 마약성 진통제인 메타돈마저 다 떨어진 상태였고 대기실에서 그는 헤로인을 앞에 두고 고민에 빠진다. 하지만 결국 마약을 택하고 무대에 오르게 된다.

정말 예술에 가깝게 연출된 마지막 연주장면에서 쳇 베이커의 여자친구는 그에게서 심상치 않음을 느끼다 결국 그가 약속을 깨고 다시 약에 손댔다는 사실을 눈치채 그를 떠난다. 이전까지 본인 덕에 약을 끊어내고 둘 사이의 관계를 사랑으로 치유해 왔다고 생각했지만 과거를 돌이켜 보면 쳇 베이커는 늘 자기가 원하는 것만을 택해왔고 그 리스트엔 본인이 없다는 것을 깨달아 어쩔 수 없이 떠난 듯했다. 쳇 베이커는 사랑 대신 마약을 택해 성공적으로 뉴욕무대에 복귀한 참으로 아이러니한 엔딩이다.


마약과 관련된 부분이 약간은 미화된 것 같아 조금은 아쉽지만 예술적인 관점에서 화면의 구도나 색감이 주는 몰입의 순간에 좋은 음악들이 더해져 낭만적인 감성이 가득해 탐미주의적 성향이 짙은 나에겐 정말 좋았던 영화였다.

정교함이 떨어져서인지 소리에 개성이 생겼어.
예전의 쳇 같지만 더 깊어.

나만의 개성과 나다움을 찾는 것에 대한 약간의 강박이 있었던 나였는데 이 대사를 보고 스스로를 바라보는 것에 있어 조금은 덜 정교하더라도 자연스럽게 해야겠다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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