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의 종말
우리는 왜 자동차에 열광하는가?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차에 진심인 사람들이 차를 좋아하는 이유는 자동차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최초의 자동차는 증기기관, 전기, 가솔린 이 세 가지 동력원을 가지고 개발되었다. 이 세 종류의 자동차 중 살아남은 자동차는 가솔린 자동차이다. 전기차는 19세기 기술의 한계로 상용화에 실패하였다. 증기차는 운전하기도 간편하고 승차감도 가솔린 차에 비해 뛰어났는데, 그보다 불편하고 운전하기도 복잡한 가솔린 자동차에 밀려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졌다. 운전하기도 복잡하고 승차감도 떨어지는 가솔린 차가 증기차를 제치고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그 복잡성과 불편함에 있었다.
당시의 가솔린 자동차를 움직이게 하려면 정교한 조작을 할 수 있는 섬세함과 힘이 필요했다. 가솔린 차를 선호했던 사람들은 이 복잡하고 무거운 기계를 자신의 힘으로 조작하고 움직이는 것에 재미를 느꼈다.
복잡성에 열광했던 사람들은 속도에 미치기 시작했고, 이후 프랑스를 필두로 광기 어린 레이싱 경주가 성행하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자동차는 안정성과 속도 측면에서 빠르게 발전했고 덩달아 수많은 안타까운 사상자가 나왔다.
이후 자동차는 여러 방향성을 가지고 발전했다. 헨리 포드는 컨베이어벨트를 통해 생산성의 문제를 해결하여, 가격이 획기적으로 인하된 대중을 위한 자동차를 만들었다. GM과 포드는 함께 에어백을 개발하여 2 점식 안전벨트의 단점을 보완했고, 볼보는 지금의 3 점식 안전벨트를 만들어 안전성을 극대화시켰다. 자동차의 발전에 따라 운송업 또한 많은 변화가 생겼다. 그와 더불어 도로 인프라가 발전했고, 각 산업에 맞는 화물트럭이나 레미콘차 등의 자동차들도 등장했다.
현대의 인류는 환경문제에 직면하여 이를 해결하고자 역사의 뒤편에서 전기차를 끄집어내 발전시키고 있다. 발전된 과학은 과거 실패했던 전기차 상용화에 성공했고, 전기차는 자율주행이라는 공상과학 속 상상의 존재를 현실로 가지고 와 자동차에게서 조작이라는 특유의 매력을 앗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후… 긴 서론 끝에 본 주제를 짧게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차를 좋아하는 많은 이들이 완전 자율주행이 이루어져 도로 위에서 운전을 못하게 될 미래를 상상하며 우울해한다. 나 또한 예견된 조작의 종말에 아쉬움을 가지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이다.
더 정밀하고, 더 빠르고, 더 효율 좋은 자동차를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은 이제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노력으로 바뀌었고, 이 커다랗고 복잡한 쇳덩어리를 정복해 도로를 누비던 이들의 로망은 인공지능과 교통 시스템을 더 정밀하게 다루고자 하는 이들의 로망으로 변신했다. 나는 환경을 지키기 위한 분투와, 완벽한 교통 시스템을 만들고자 하는 이들의 노력이 과거 엔진을 정복하려 했던 이들의 열정만큼 멋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완전한 자율주행이 이루어진 미래에는 지금의 골프장처럼 서킷에서 레이싱을 하는 것이 인기 레저스포츠가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자동차의 역사에 조작의 즐거움은 쭉 함께해 왔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