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희숙 Jan 12. 2024

거기 누구 없어요?

 ‘거기 누구 없어요? 내 말 들리나요?’

 어쩌면 홀로 있는 듯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텅 빈 공간에서 메아리처럼 울려 퍼지는 나의 독백은 아닌가 싶다. 글을 쓰고 난 후 누군가에게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바람 혹은 나의 존재를 확인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을 찾고 있니’라고 묻는 여우의 질문에 ‘난 친구를 찾고 있어’라고 말하는 어린왕자의 대답처럼 나의 말을 들어주고 이해해 주는 때론 공감해 주는 친구가 필요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주고받는 상호작용과 관계 속에서 성장한다.

 며칠 전 리뷰를 보며 사람들은 거꾸로 나에게 말을 건네는 것처럼 느껴진다, 사람들의 시선은 다양하게 분산되어 커피숍의 이곳저곳이 포토죤이 되어진다. 디저트가 식빵으로 바뀐 후 누군가는 동영상으로 여러 종류의 식빵과 커피숍의 구석구석을 소개하며 제민천과 어울리는 특색 있는 카페라고 말한다. 어찌 보면 커피숍의 바뀐 면모를 소개하는 것도 나의 몫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곳을 방문한 누군가는 아주 정성스럽게 커피숍의 사진과 글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한다.  

 바쁘게 시간이 지나가며 서로 안부를 묻지 않고 연락하는 것을 잊고 사는 경우가 허다한 것 같다. 잘 알고 지내왔던 분과 오랜만에 다시 만나 커피를 마시며 재회의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그러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잠시, 바쁘게 연락받은 것이 있어 업무를 수행하느라 커피숍을 떠나야 했다. 잊고 사는 것은 사람만이 아니다. 커피숍 입구에 빨간 열매가 맺힌 ‘자금우’라는 식물을 계속 보아 왔지만 별다른 느낌이 없었다. 어느 날 외부에서 가족행사차 커피숍에 들른 누군가 커피를 마시고 커피숍을 떠나면서 작은 화분 두 개를 주고 갔다. 몇 달이 지난 후  빨간 열매를 맺은 ‘자금우’라는 화초를 보면서 주고 간 사람의 정성이 느껴지고 고마운 마음에 자꾸 ‘자금우’를 바라보게 된다.

 커피숍 안에서 바깥을 내다볼 때 깜깜한 밤이었는데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하얀 눈이 늦은 밤에 세상을 덮어 버렸다. 커피숍 안에 있던 사람들 모두는 경이로운 표정으로 ‘우와’ 마치 아이가 되어버린 듯한 기분으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하얀 눈이 선물로 준 짧은 시간의 감동은 잃어버렸던 나의 마음의 정감 어린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바쁘고 분주함 속에 평범한 일상의 감사를 잊고 사는 것 같다. 해가 뜨기 전 이른 시간 일어나 빵을 만들고 잠시 여유로운 시간을 가져본다. 커피와 과일 또는 고구마를 먹으며 진지하게 커피숍을 운영하는 것에 대한 하루하루의 일과를 살펴보고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를 고민하기도 한다.

 날씨가 많이 추워졌다. 산책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바람이 차가워 바깥에 나가 움직이는 것조차 엄두가 나질 않는다. 겨울이 오기 전 하루의 일과 중에 빠지면 안 되는 것이 산책이었는데 요즈음 날씨가 춥다는 이유로 일과의 우선순위가 바뀌어 버린 것이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거기 누구 없나요’ ‘내 말 듣고 있나요’는 홀로 외딴 공간에서 나만의 외침이기도 하지만 커피숍에서 누군가를 향한 나의 작은 내면의 소리로 사람들과의  연결되어 있는 메아리로 울려 퍼지기도 한다.

작가의 이전글 나의 삶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