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희숙 Jul 07. 2024

 추억은 사랑을 싣고

날씨가 엄청 무더워 조금만 움직여도 아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오픈 준비 중인 이른 시간에 잘 아는 듯한 익숙한 얼굴의  분이 커피숍에 들어선다.

고등학교시절 교생선생님이셨던 음악선생님이다. 성악을 전공하신 선생님은 그 당시 여고생들에게  인기가 아주  많았었다. 그분이 교정나갈 때 2층교실에서 마치 연예인을 보는 듯한 것처럼  여고생들은 함성에 가까운 소릴지르곤 했었다 그 당시 엄정행의 목련화를 부르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분은 오랜 기간 남편과 같은 학교에서 같이 근무를 하고 퇴직 후 지금은 시골집에서 사시며  동네의 이장 활동을 하신다.  근처에 무슨 일이라도 있으면 볼일을 볼 겸 곳에 들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커피숍은  동네의 참새 방앗간처럼  정감 있는  장소가 되어 버린다.


어스름한 저녁 예쁜 강아지를 안고  나타난 고3시절 그림을 가르쳐 준 선생님의 오랜만의  방문과 함께 이야기의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그동안의  안부와 며칠 전 보았던 영화의 내용을 이야기하며   여름밤의 정취가 살랑살랑 부는 시원한 바람과 함께 무르익어간다.  

 얼마동안 보지 못했던 하얀 강아지는  처음 만났을 때는 보는 둥 마는 둥 하더니  작별 인사를  나누려고 할 때  에 가지 않겠다고 떼를 쓰는 아이처럼 그냥 그대로 은 자리에  서 있는다.


커피숍에서 일상은 단조로운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상황 상황에 있어 변화무쌍하기도 하고 잔잔한 수채화 한 폭을 감상하는 것처럼  편안한 분위기의 정서를 느낄 수 있다.

 

주말의 시작과 더불어  커피숍에  이곳에 저곳에  두서너 명씩 앉아 있는 사람들 중에 대학동창부부가 기다리고  있다.  지난 추석명절에 고향인 공주에 들렀다 우연히 이곳에 들르게  되면서 다시 찾아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정오의 시간을 보낸다.  학창 시절 모습이 그대로 있어서 보기 좋다며 웃음을 짓는다. 그냥  어떠한 말을 하지 않더라도 편안함이 있어 좋은 것이 학창 시절 친구가 아닐까 한다.


 얼마 전 상갓집에  들렀다  잠깐 이곳에 와서 카페 그라니따를 맛보며 이맛이  신기하다며 아주  맛있다고  했던 권사님은  예전의  모습이나 지금의 모습이 변함없이  똑같다며 나이가  팔십이 되어도  그대로일 것 같다고 말한다.

날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그냥 웃음이 절로 났었다.


 주말의 일요일  맥추절의  예수님과 교인  하나하나가  지체로 떡을 떼어먹음으로  의미를  더해 가는 뜻에서  식빵을 떼어먹으며  하나님이 그동안 베푸셨던 은혜와 축복을 되새겨 보는 시간이었다.

 

행복은 당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때 느끼는 감정이 아니라 매일 무엇인가 의미 있는 일을 할 때 느끼는 감정이다. 살아 있는 동안 매일 고 싶은 일에 집중하라.

  "내 최고의 하루는 오늘부터 시작된다"  - 브리에나 위스트 -


커피숍을 찾는 방문객이 많아 북적북적할 때에는 기분이 아주 좋아지기도  했다가,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지며 방문객의 수가 줄어들기라도 하면 걱정을 하며 착잡하게 기분이 가라앉아 의기소침한 적이 있기도 하다.

그렇지만 비가 온종일 내리는 하루는 마치 나에게 여유라는  선물이라도 주는 듯하다.  고요의 정적 안에 나를 머물게 하며 다른 어떤 시간보다 더 의미 있는 시간으로 다가 온다. 온종일 내리는 비로 길을 걷다 보면 다소 불편함이 있긴 하지만 빗소리를 들으며 온전히 나만의 공간 안에서  오랜만에  오롯이 시간을 내어 마시는 커피 한잔은  다른  어떤 것과  비교할  수 없는 최상의 기분의 맛으 빗속의 여유로움 안에 빠져들게 한다.




작가의 이전글 나에게 커피숍이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