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회색 파일

by 거북이

나는 여전히 궁금하다. 이 세계. 그리고 내 앞에 있는 파일 관리자의 존재. 그리고 아까 분명 어머니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확실하다.


"당신 도대체..?"


나는 차마 다음 말을 잇지 못한다. 그저 관리자를 바라만 본다. 그의 형체를 이루던 많은 픽셀들 위로, 아주 희미하게 어머니의 얼굴이 아른거린다. 기억 속에 남아있는 어머니의 모습보다 더 선명하고 따뜻한 웃음이다.


"어..?"


파일관리자는 순간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애써 나의 눈을 피한다.


'어..? 뭐지.. 분명 엄마였는데..?"


입 밖으로 내뱉고 싶었지만 마음속으로만 생각한다. 아른거리는 정도지만 나도 모르게 손끝이 떨린다. 한 번만이라도 다시 엄마의 얼굴을 보고 싶다고 마음속으로 애원한다.


하지만 관리자의 형상은 다시 감정이 없는 픽셀 덩어리로 돌아와 있다. 어머 너의 희미한 잔상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나를 바라보는 것은 여전히 파일 관리자. 엄마와 다르게 따뜻한 웃음조차 없다. 그저 차갑다.


하지만 나는 알 수 있다. 이곳에 어머니가 계신다.


그렇다면 혹시.. 아빠도..?


내가 '회색 파일'들을 열고 과거를 마주하며 나아가는 것이 어쩌면 두 분께 다가가는 유일한 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확신이 서기 시작한다. 더 이상 이곳에서 탈출하는 것만이 목표가 아니다. 부모님이 남기신 메시지를 찾아야 한다. 이 세상은 부모님이 만든 곳이다. 그리고 분명 내가 이곳에 온 이유가 있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으신 것이다.


나의 속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관리자는 말한다.


"다음 회색 파일은 저기 있어."


저기 멀리, 수많은 파란색 파일들이 있다. 그 가운데 눈에 띄는 파일 하나가 있다. 회색 파일. 그리고 희마하게 글자가 적혀있다.


"장원."


그 이름은 언제 들어도 나에게 큰 아픔과 고통을 안겨준다. 장원. 세상에 둘도 없던 나의 남동생.

그리고... 내가 음악을 시작해야만 했던 이유이자 나의 모든 실패와 죄책감의 시작이었던 그 이름.


지금까지 항상 도망만 쳤다. 하지만 이제 아니다.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 기억 또한 부모님이 내게 남긴 유산의 일부이다. 그리고 내가 헤쳐나가야 하는 과제이다. 장원이라는 이름이 새겨진 회색 파일을 향해 천천히 걸어간다. 그리고 그 앞에 서서 심호흡을 한다. 천천히 떨리는 손으로 파일을 두 번 터치한다.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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