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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앙카 May 24. 2023

사고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

학원 건물 1층에서 아이가 웃으며 나왔다.

"논술 수업 어땠어? 재미있었어?"

"응~ 괜찮았어. 그런데 엄마, 오늘 줄넘기 심사 날이라 도복으로 갈아입어야 할 것 같아. 집에 들렀다가 가도 늦지 않겠지?"

"응. 엄마가 신나게 밟으면 늦지 않을 것 같네~"

평소대로 아이와 손을 잡고 주차장까지 걸어가는 하원길이었다.


아이와 짧은 이야기를 나누며 대로변에 있는 버스정류장 옆을 지나는데 어린 남자아이 둘이 잡기 놀이를 하듯 장난치며 뛰어놀고 있었다. 깔깔깔 웃으며 동생으로 보이는 아이가 갑자기 차도로 뛰어나갔다. 엇! 주변에 부모님 안 계시나? 두리번거리며 생각하는데 바로 뒤에서 버스가 달려오고 있었다.

'어머, 어머' 1-2초 사이에 벌어진 위험한 상황이었다. 그 순간 버스정류장 벤치에 앉아 있던 할아버지가 재빠르게 일어나 아이를 낚아챘다. 달려오는 버스를 정말 기적적으로 피했다.


끽--------!

버스는 아이가 서 있던 자리에서 1m는 더 지나간 자리에서 멈춰 섰다.

지나가는 행인 모두 얼음이 되어 숨 죽인 채 할아버지와 아이를 바라봤다.


아이를 낚아채어 안고 들어온 할아버지는 아이의 팔을 때리며 죽으려고 뛰어들었냐고 소리를 질렀다. 아이의 보호자였다. 아이는 갑자기 화를 내시는 할아버지를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이는 5살쯤 되어 보였다. 상황 판단을 하기에는 너무 어려 보였고, 버스를 등지고 있었기 때문에 버스가 달려오는 줄도 몰랐을 것이다.  

"여기에 가만히 앉아 있으랬지! 어? 죽으려고 뛰어들어? 어?" 점점 더 커지고 격양된 목소리의 할아버지는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아이의 뺨을 때렸다.  '찰싹'


마디도 내뱉지 못했던 아이는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보다 못한 옆에 있던 아주머니가 나섰다.

"아이가 놀랐는데, 혼을 내면 안 되죠. 어쩌려고 애를 때려?"



멈췄던 버스는 다시 출발했다. 얼음처럼 굳어 있었던 사람들은 가던 길을 다시 걸어갔다.   가슴을 쓸어내렸던 기적적인 시간이 다시 째깍째깍 움직였다.  




 

어제와 비슷한 보통의 하루였다.

날이 유난히 좋았고 평온했던 오후였다.

하지만 사고는 이런 날 불현듯 찾아오는 것이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갑자기 들이닥치고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어떠한 예고도 없이 말이다.


나는 내 아이의 손을 놓을 수 없었다. 아이의 손을 꼭 잡고 어떤 말도 잇지 못한 채 주차해 놓은 차의 문을 열고 시동을 걸었다. 운전대를 잡는데 내 눈으로 똑똑히 본 아까 그 장면이 되살아 났다. 아이가 있던 자리에 버스가 지나섰던 장면이 너무나 빨랐다. 할아버지가 아이를 1초라도 늦게 봤었다면 어떡할 뻔했는지. 소리치는 할아버지 앞에서 아무말 하지 못하고 뺨을 맞던 아이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아찔한 생각에 심장 박동수가 점점 빨라지더니 아이 생각에눈물이 났다. 얼굴도 모르는 아이의 엄마가 이 모습을 봤다면 어땠을까 생각이 나서 마음이 더 아팠다.


아니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었다.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아서 고마웠다. 정말 고마웠다.



그리고,

누구보다 놀랐을 할아버지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결국 아이를 꼭 안아주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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