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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앙카 Nov 10. 2023

살은 월요일에 빠진다.

올바른 식습관과 적절한 운동

'헉! 이럴 수가'


급하게 체중계에서 내려왔다.

호흡을 가다듬고 조금스럽게 다시 올랐다.

변하지 않는다. 소수점까지 똑같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재보자.

'나는 깃털 같다, 나는 깃털 같다'를 두 번 되뇌며

한 발을 올리고 또 다른 한 발도 체중계 위로 사뿐히 올렸다.

'젠장, 발끝에 힘 들어갔어..'

   

진실과 마주해야 하는 시간


 진실 같은 소리 하고있네. 인바디 기능이 있는 새로 산 스마트 체중계를 째려봤다. 체중계의 광고 문구가 내 가슴을 사정없이 후벼 팠다. 진정 마주하기 싫은 진실이다. 주말 치팅데이의 결과치고는 가혹한 거 아니냐며 누구라도 잡고 따지고 싶었다. 치팅데이 누가 만들었니? 1kg 감량하려면 얼마나 힘든데.. 주말 동안 800g 증량이라니. 이럴 때 쓰는 말이 도로 아미타불. 그래도 점심은 식단 했는데.... (바보야! 저녁을 제대로 했어야지!)


 

 토요일 저녁엔 소고기 등심과 부챗살 그리고 무가당 소주를 마시며 철분을 보충했다. 소고기는 괜찮지 않냐며 양껏 배불리 먹었다. 소고기 한 점 입에 넣고

"아~ 이 맛이지, 오랜만에 기름칠 좀 하니깐 살 것 같다"

소주 한잔 입에 털고

"달다. 달어! 얼마 만에 술이야~" 행복했다.


 일요일 아침 공복 체중 600g 증가.

 이때 멈췄어야 했다.




 다음날 일요일 저녁, 아이들이 초밥을 먹고 싶어 해서 회전초밥집에 갔다. 연어와 새우는 생선이니 괜찮다며 스스로를 허락했다.  8 접시 먹었다. 9 접시인가?

"자기야, 모밀은 괜찮지 않아? 여기 미니모밀 있네." 남편이 메뉴판에 그려있는 모밀을 가리켰다.

"음...모밀은 괜찮은 것 같아. 다이어트할 때 초밥집 좋다~"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때는 몰랐다. 생선 아래 하얀 쌀밥의 탄수량이 내가 한 끼에 먹어야 하는 탄수량의 두 배라는 사실을. 거기에 모밀 한 그릇 추가. 미니모밀이라는 달콤한 속임수에 홀라당 넘어갔다.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 동안

나는 고지방, 고탄수를 제대로 섭취했다.

하하하.

이렇게 경험치가 또 한번 상승한다.




월요일 아침 공복 체중 전날 대비 200g 증가.

정리하자면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 아침 공복 체중은 토요일 아침 공복 체중에서 총 800g 증가였다. 평일 내내 저탄수화물, 고단백질로 착실히 식단을 하며 조금씩 체중을 줄여나간 나를 칭찬했는데... 다음 날 피티선생님을 볼 면목이 없었다. 이를 어쩌지? 공체 사진을 보낼 자신이 없다.



살은 월요일에 빠진다.


 월요일 아침 9시 30분에 시작하는 대표님의 기초 체력단련 수업에 들어갔다. 먼저 고관절을 풀어준다. 고관절의 움직임이 잘 나와야 스쿼트나 런지동작이 잘 나온다고 했다. 주말 동안 먹은 것들을 몽땅 태워버린다고 생각하고 엉덩이와 허벅지에 초집중을 했다. 다른 회원들이 비명을 질러댈 때, 오히려 나는 힘이 펄펄 났다. 주말 동안 참으로 잘 먹어서인가보다. 런지 100회를 찍었다.

헉헉~ 양 손을 허리에 짚고 씩씩거리며 생각했다.

 '난 더 할 수 있어'

  종류턱걸이가 이어졌다. 각각 10회씩 5세트. 총 100회.  허약한 등과 가슴 근육을 이용해 최대치를 끌어올려본다.

 유산소 시작이다. 근력손실이 적으며 살 빼는데 효과 짱이라는 천국의 계단에 올랐다. 평소 같으면 20분 인터벌  타고 내려왔겠지만, 오늘만큼은 인터벌을 두 번 반복하고 추가로 더해 총 50분을 탔다.


땀이 비 오듯 흘렀다.

이제 폼롤러로 다리와 등을 풀어주면 오전운동이 마무리된다.



 9시가 됐다.

"숙제하고 있어~ 둘이 장난치지 말고! 자기야~ 애들 숙제하는 거 좀 봐줘~"

아이들이 숙제하는 동안 아파트 공용 헬스장으로 내려갔다. 런닝닙업 3세트로 몸의 열을 끌어올리고, 트레이드밀 강도 최대 11까지 올려 인터벌 5km를 달렸다. 월요일 저녁운동을 끝냈다.


월요일 하루 내 운동시간은 대략 3시간 반 정도인듯하다.

주말에 맘껏 먹었으니, 고강도 운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게 말로만 듣던 급찐급빠이구나.


화요일 아침 공체 800g 감량 성공이다.  

겨우 치팅데이 전 체중으로 되돌려 놨다.



닭가슴살과 고구마


 월요일은 주말에 사놓은 생닭가슴살과 고구마를 대량으로 삶는다. 마트에서 포장 판매하는 닭가슴살은 맛있고 편리한데, 많이 사 먹기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초반 몇 번 먹고 이제는 생닭을 냄비에 넣어 삶고 냉동시킨다. 친정 엄마가 다이어트하는 딸 먹으라며 고구마 한 박스와 계란 30알짜리 3판을 보내왔다. 계란은 진즉에 끝이 났다. 고구마는 양이 얼마나 많은지 아직도 한 박스를 다 못 먹었다. 평소 같으면 옆집 언니들과 나눠먹었을 텐데, 이제는 혼자 다 먹는다.  다음번 한 솥 더 삶으면 끝이날 것 같다.

 매주 월요일은 일주일치 단백질원, 탄수화물을 준비해 놓는다. 지방원은 매끼 요리에 따라 달라진다. 미리 준비를 해두고 언제든 꺼내 먹을 수 있어야 '아, 나 오늘 뭐 먹지?'에서 피해 갈 수 있다.


 

 


닭가슴살과 고구마는 한꺼번 삶아서 소분해 냉동한다.



 비포애프터 챌린지를 하기 전의 나는, 한 번도 제대로 된 식단을 해본 적이 없다. 아침은 아메리카노 한 잔, 점심은 그날 기분에 따라먹고 싶은 음식을 먹고 싶은 만큼 먹었다. 보통 인스턴트 라면이나 떡볶이로 배를 채웠다. 하루 전 먹고 남은 국에 반찬을 꺼내 먹기도 했다. 하루에 단백질과 탄수화물, 지방을 생각하며 먹은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혼자 먹는 것이니 아무 상관이 없었다. 제대로운동과 식단을 시작하고 나서야 깨달았다. 그동안 불규칙적이고 불균형적인 식단을 아무 생각 없이 해왔다는 사실을 말이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은 '건강한 다이어트'라는 목표를 가지고 시작한 지 38일째다. 10월 3일 시작한 날 오전 체중이 56.6kg이었다. (아침을 먹었으니 공복은 아니다.) 11월 10일 오전  공체는 52.0kg다. 38일 동안 4.6kg 감량이다. 하루 세끼 꼬박꼬박 골고루 챙겨 먹고 매일 꾸준히 1시간 이상 운동을 하고 있다. 치팅데이를 한 다음날은 고강도로 운동을 하고 하루이틀에 걸쳐 원래 몸무게로 회복했다. (2번의 치팅데이가 있었고, 두 번 모두 치팅데이 전 몸무게로 돌려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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