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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앙카 Oct 31. 2023

헬스장 홍보 모델을 뽑는다고?

'와~! 오늘 날씨도 쥑이네~ 아침 공기도 상쾌하고~!'


그날 아침도 어김없이 메가커피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사들고 룰루랄라 운동 놀이터로 향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대표님은 헬스장 이름을 참 잘 지었다. 나는 '놀이터'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 언제든 가고 싶고 친구들과 재미있게 뛰어노는 놀이터.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러닝머신에 올라 시작 버튼을 누르려는데, 옆에 있던 지은 씨가 말을 걸었다.


"언니~ 이거 보셨어요?"

"네?" 버즈에서 새어 나오는 음악을 잠시 멈췄다.

"인스타 아직 못 봤구나~ 1:1 PT 30회 무료래요. 비포애프터 사진 찍는 거예요.  5명 뽑는대요. 헬스장 홍보 사진 사용 조건으로~"

"어머~나 몰랐어요. 지은 씨 하려고요? 와~ 1:1 PT 30회 공짜는 대박이다."

"얼굴은 모자이크로 다 가려준대요~인터뷰하고 뽑는 거라 관심 있으면 대표님한테 물어보세요"





 작년 봄, 지금 다니는 헬스장이 아닌 다른 곳에서 PT 40회를 받은 경험이 있다. (회당 6만 원 넘는 가격에 대략 240만 원이 넘었다.) 코로나를 보내면서 몸무게는 8kg 늘었고 우울감은 극에 달았다. 무슨 옷을 입어도 테가 안 나니 쇼핑도 싫고 자신감은 점점 바닥으로 떨어졌다. 외모와 몸매뿐만 아니라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좋아하는지 모르겠는 마흔 살 아줌마. 밥, 청소, 빨래, 설거지, 남는 시간은 유튜브로 시간을 보내고 '나는 잉여인간인가'라는 생각이 들던 때였다. 이렇게는 안 되겠는지 남편의 설득과 권유에 덜컥 결제를 했다.


거울에 비친 내가 꽤 괜찮아 보이기 시작하면 '무기력한 나도 하고 싶은 무언가가 생길 거야.'


 우울했던 나를 일으켜 세운 것은 바로 운동이었다. 처음에는 비싼 돈을 주고 하는 것이니 이를 악물고 했다. 남편이 어떻게 벌어다 주는 돈인데! 아이들한테 쓰는 것도 아니고. 나한테 쓰는 돈인데 절대 허투루 쓰면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5개월 동안 주 4-5일 열심히 땀을 빼고 몸을 만들었다.

 내 인생 첫 헬스의 맛은 이때 보았다. 5개월 동안 무리한 식단 전혀 없이 규칙적인 식사와 식사량 조절만으로 근육량 증가, 체지방 감소로 몸무게  6kg을 감량했다. 누가 들으면 뭐 그렇게 많이 뺀 것도 아니네.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에게 그 당시 헬스의 경험은 다이어트 그 이상이었다. 떨어져 있던 자신감을 되찾고 잃어버렸던 목표를 세우고, 나도 할 수 있다는 그 무언가를 계속해서 채워주는 의미 있는 움직임이었다.  


그래서 너무 잘 안다.

자신의 목표를 뛰어넘었을 때의 쾌감을.

땀을 충분히 뺐을 때의 즐거움을.

해 냈을 때의 벅차오르는 뿌듯함을.

  

 40회 PT가 끝나고 또 PT를 받고 싶었지만 돈도 없고, '이만큼 했으면 이제 혼자 해야지'라는 생각에 GX 프로그램이 있는 지금의 헬스장으로 옮겼다. 회원권만 끊으면 월요일과 수요일에는 대표님 직강 '기초체력단련 훈련' 화요일과 목요일에는 요가를 무료로 들을 수 있어서 가성비가 좋다.  운동 놀이터라는 이름답게 헬스장 회원들과 안면도 트고 소소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그렇게 6개월 넘게 심심하다면 심심한 운동을 유지해 나갔다.


그런데, 갑자기 1:1  PT 30회가 무료라니.

돈으로 따지면 얼마야. 회당 6만 원으로 치면 6 x 30회 = 180만 원.

180만 원 버는 거야.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해 준다니, 내가 나인줄 누가 알아~

PT는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만 해야 하니, 힘들다고 중간에 그만이 없다.

대신 결과는 확실하다.  


이건 대표님이 나에게 주는 선물 같았다.

할까 말까 고민을 하며 러닝머신 5km를 달렸다.





저녁시간 남편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남편~ 이거 봐봐. 헬스장에서 비포애프터 홍보 모델하면 PT 30회가 무료래. 나 이거 할까?"  

"자기야! 이런 걸 왜 해~ 이거 하면 술도 못 먹고 식단도 엄청 빡셀거고, 그냥 해주겠어? 이 사람들도 결과가 있어야 하는데? 엄청 힘들걸?"


그렇다. 우리는 술을 빼면 안 되는 알딸딸 부부다. 맥주, 소주, 막걸리, 와인 주종 상관없이 먹고 마시는 재미가 세상 행복한 부부. 그렇지만 땡긴다.


"자기만 도와주면 난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자기도 이 참에 술 좀 덜 먹고. 응? 나 해볼까?"

"하지 마. 그냥 지금이 딱 좋아. 예뻐! 하지 마~! 하지 말랬다!"




 남편 말대로 홍보용 모델은 매일 엄청 빡센 운동에 닭가슴살+샐러드만 먹을지도 모른다. 역시 난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을 고민하던 사이에 다른 회원들이 먼저 선수를 치면 뭐 마는 거지. 그런데 좀 불안했다. 하고 싶긴 한가보다. 이런 내 마음을 지은 씨가 알았는지 카톡을 보내왔다.

 

어머나. 대표님이 난 인터뷰만 보면 뽑아 줄 건가 보다 생각하니 가슴이 벌렁벌렁 뛰었다.

'내 가능성을 눈여겨본 게 아닐까?'

'그래~ 예전 PT선생님도 나는 타고나길 유연한 근육을 가졌다고 칭찬해 주셨어.'




다음 날 아침 대표님과의 간단한 인터뷰를 하고 홍보모델 계약서 사인을 했다.


"계약서  사진은 찍을게요. 식단, 생활습관, 운동시간등 약속을 잘 지켜야 하니깐요."

"추석 지나고 10월 첫 주부터 시작이니깐, 추석에 많이 많이 드세요. 그리고 회원들 마다 운동의 목적이 다르니 너무 체중 감량에만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김해미 회원님은 즐겁게 운동하는 것을 목표로 하시면 됩니다."


바디 프로필을 목적으로 하는 회원, 체형교정, 재활을 목적으로 하는 회원, 그리고 나.


나는 '꾸준히 즐겁게 지속가능한 운동이 목적이란다'


'즐겁게 운동이라...' 운동은 본디 즐겁기만은 할 수 없는데.... 힘들어야 운동인데...


하여튼 즉흥적이고 뒷일은 생각을 안 하고, 일단 저질러 보는 내 성격에 계약서 사인을 해버렸다.

그리고 남편에게 톡을 날렸다.



"자기야, 나 비포애프터 모델 하기로 했어. 계약서에 사인도 했어. 몰라~ 일단 해볼래! 운동복 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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