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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이라는 항해에 좋은 선장이 필요하다.

축구협회 기자회견을 보며 들었던 생각.

by 곽원기 wongi Feb 29. 2024

  아주 오래전 학창 시절 담임선생님께서 하셨던 농담이 생각난다. 나폴레옹이 100만 프랑스 대군을 이끌고 알프스 산맥을 넘어가던 중, 산맥의 정상에 이르자. "이산이 아닌가 봐"라는 말에 50만 대군이 지쳐 쓰러지고, "아까 저 산이가벼"라는 말에 나머지 50만 대군이 쓰러졌다는 이야기였다. 이야기의 요지는 그렇다. 리더의 무지와 잘못된 지시는 그를 따르는 사람들, 구성원들을 힘들고 쓰러뜨린다.


  우리나라 축구팬들의 의식 수준은 다른 국가에 비교해서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최근에 발생했던 일련의 사태들을 돌아보면 선수들의 사태 파악, 대응 수준도 기대 이상으로 높았다. 특히 몇몇 선수들의 언론을 대처하는 방식, 문제를 풀어가는 생각, 포용의식 등을 보면서 축구인들이 만들어가는 높은 축구 문화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정작 축구협회의 수준은 그러하지 못했다. 캐나다에 지내는 필자가 새벽 4시에 눈을 비비며 들어온 최근 두 번의 축구협회 기자회견은 형편없기 그지없었다.


  첫 번째, 감독은 경질하였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한 관점에서 본다는 클린스만 감독은 잘못이 없다. 왜냐하면, 원래 그런 감독이었고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 관점을 바꾸어 본다면 클린스만 감독이 우리 대표팀에 꼭 필요한 퍼즐, 필요조건이었는지를 볼 필요가 있다. 그것도 아니었다.

  2022년 월드컵을 16강 진출을 이루어 내며 우리가 받았던 감명은 어떤 것인가. 16강이라는 성적에서 감동을 받았다기보다는 우리나라가 월드컵이라는 세계적인 무대에서 우리의 점유율, 주도하는 축구를 통해 세계적인 강국들을 상대로 경기를 해왔다는 것에 감명을 받았던 것이다.

 벤투감독과의 계약이 끝난 시점에서 우리나라 축구가 어떤 지점에 와있는지 볼 필요가 있었다. 과연 이 관점에서 클린스만 감독은 우리의 축구를 더욱 심도 깊게 자리 잡아줄 감독이었을까.

  그렇다면 클린스만 감독이 경질된 시점에서 누군가가 이런 결정을 하였는 것인가. 어찌하여 이런 결정과 판단을 내리게 되었는지 설명이 되지 않는다. 결괏값이 잘못 나온다면 계산 방식 혹은 과정에 오류가 있었다고 판단되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은가.


  두 번째, 경질 후 대안이 기대에 못 미친다. 월드컵을 위해 새로운 사령탑을 모셔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기자회견을 들으며 들었던 생각은, 기존의 잘못된 선임과정을 고수하며, 현재는 급하니 대충 선임해도 이해해 달라는 이야기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절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을 알지만, 내심 필자가 기대했던 대답은 우리의 급박한 시간과 별개로 중장기적인 목표로 건강한 감독을 선임하는 것, 충분한 검토를 하는 것, 국가대표팀에 전심을 다할 책임감 있는 감독을 선임하는 것을 목표로 과정과 프로세스를 재점검하는 것이다.
  러시아 월드컵, 브라질 월드컵 등 신태용, 홍명보 등 재능이 귀한 감독들이 이미 급하다는 이유로 소비되지 않았는가. 국가대표 감독 선임에 대한 프로세스 정비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문제는 계속해서 반복될 것이다. 어떤 감독을 선임하건, 급하게 소비되는 감독으로 선임되기보다 충분한 계획과 과정을 검토하고 협의하여 합리적인 감독을 선임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은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한 협회의 리더로서 전국민적인 관심을 받으며 선택하고 결정하고 책임지는 자리에 있다. 과연 정몽규 회장은 어떤 관점으로 이 일을 바라고 일련의 사태에 대한 문제점, 해결점을 가지고 있는가 궁금하다. 축구협회가 내부 선수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부분, 언론의 대처들은 축구팬들의 마음에 경악이 멈추지 않았다.

  이미 경질은 결정되었고, 1년이라는 기간은 흘러가버렸다. 또한 월드컵 예선은 당장 3월에 있다. 하지만 우리의 목적지는 3월 예선을 승리하는 것에 있지 않다. 월드컵 진출 그리고 월드컵에서의 무대라는 큰 목적지를 두고, 어려운 여행의 길에 들어서야 한다. 우리에게는 좋은 축구팬이 있고, 좋은 선원들이 준비되어 있다. 그에 맞는 그들의 가치를 인정해 줄 협회, 시스템, 감독이 필요하다. 이 험난한 여행길을 위한 좋은 선장을 구하는 과정이 신중하게 이루어져, 옳은 목적지에 도달하길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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