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금슬금 밑으로 내려가고 있는 마음.
이도저도 하기 싫어 시간에게 잡혀먹고 있는 내 시간들.
다시금 길을 잃은 마음이 방황하고 있다.
"엄마, 요즘 아빠가 작은 일에도 자꾸 왜 화를 낼까?"
...........
친정에서 저녁을 먹고 자전거와 킥보드로 집에 오면서 첫째 아이가 던진 물음에 가슴이 철렁했다.
우리의 지친 마음이 아이들 눈에도 보였구나 싶었다.
아니 그보다 나만 힘들고 지쳤다고 생각하면서 신랑의 지친 마음을 알아봐 주지 못한 것에 마음이 아팠다.
누구보다도 다정한 사람이다.
누구보다도 이해심이 많아 존경스러운 사람이다.
그래서 간혹 그러지 못한 모습을 볼 때면 이해보다 질책으로 대한 거 같다.
당신도 많이 지쳤구나.
매번 아이들과 함께 꿈나라로 떠났다.
이번엔 눈을 부릅뜨고 있는 힘껏 꿈나라를 거부했다.
11시.
겨우겨우 잠을 물리치고 승리한 용사처럼 터벅터벅 거실로 나왔다.
피곤하니 그냥 내침대로 걸어가라는 속삭임을 물리치며 외쳤다.
"우리 산책 갈까?"
대뜸 나가자는 내 제안에 토끼눈으로 바라보던 신랑은 피곤함이 있었을 텐데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오케이를 해준다.
고맙다.
둘에 손을 잡고 나갔다.
친정단톡방에 사진을 보내니 '달밤에 어디 가니'라는 엄마의 톡이 왔다.
신랑은 대답한다.
달밤에 체조하러요.
동네 한 바퀴를 돌면서 별 볼 일 없는 일상 이야기와 아이들의 일상을 도란도란 이야기 나눴을 뿐인데 내려갔던 마음이 다시금 올라온다.
구도도 이상한 그림자 사진을 찍고 까르르 웃으니 마음이 뻥 뚫린다.
말하지 않았지만 머리를 맞댄 그림자처럼 항상 힘이 되는 우리가 되길 바란다.
달밤의 체조로 삶의 쉼을 주고, 아이들에게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는 다정한 부모로 옆에 있어줄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