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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아옹 Nov 15. 2024

17]"엄마, 엄마는 왜 안 혼내?"

2024.11.15. 금요일

후다닥 퇴근하고 숙제하는 아이들 옆에서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다.

숙제하다가 모르는 게 있다며 투덜투덜하던 딸아이가 갑자기 다가온다.

으~ 하기 싫어서 오는구나~ 싶었는데

뜬금없이

"엄마! 근데 엄마는 왜 안 혼내?"

"응? 왜 혼을 내? 뭐 잘못한 거 있어?"

"아니~오늘 수학시험 봤는데 00은 1개 틀렸는데도 집에서 엄마가 무섭게 혼낸다고 시험지 받고 걱정하더라고, 그래서 왜 혼나? 우리 엄마는 많이 틀려도 잘했다고 하는데~하니깐 친구가 엄청 놀라는 거야"

"아 그건 친구엄마가 더 열심히 하라고 그러는 게 아닐까? 엄마 생각에는 틀린 개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열심히 했는지 안 했는지가 중요한 거 같은데, 엄마들마다 기준이 다를 순 있지"

"히히 그래서 나는 엄마가 더 좋아"

"근데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는 너의 책임이야, 공부를 잘하면 물론 엄마도 좋지만 못한다고 해서 엄마가 나쁠 건 없거든 ㅎ  응원해 줄 수 있지만 엄마가 대신 공부를 해줄 순 없으니깐"

"힝~"

내 뜻을 알아 들었는지 모른척하고 싶었는데 급하게 자리를 뜨는 딸내미다.




몇 년 전에 서울대 입학한 어느 수험생 엄마의 인터뷰를 본 적 있었다.

자녀가 서울대 가서 좋겠다는 말에 "아이가 서울대 갔다고 제가 서울대에 간 건 아니니 기쁘지만 달라질 건 없죠~"라는 말에 깊게 공감했었다.


내 자녀가 공부를 잘해서 좋은 학교에 가고 좋은 직장을 다니게 된다면 그렇지 못했을 때보다 부모로서 좋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건 그 아이의 인생이고 또 결혼하면 그 배우자가 부모보다 더 좋은걸 테니 ㅎ

그런 욕심에서 조금은 자유롭기 위해서 잘 안되지만 마인드 컨트롤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 본다. 


부모가 해야 할 일은 아이가 공부보다는 인성을 키우는데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힘든 일이 있을 때 이겨 낼 수 있는 회복탄력성을 길러주는 것이 수학문제 몇 개 더 풀고 잘하는 걸 도아주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지금 당장에는 안 보이는 것이지만 인생을 살아가는데 꼭 필요하다는 걸 아니깐 조바심이 나더라고 이겨내보고자 한다.


나 역시 수포자, 영포자였지만 이렇게 잘 살고 있으니.


수학 그까짓 거 지금 몇 개 더 틀린다고 무슨 문제가 있으리


"얘들아! 숙제 다하면 다이어리(감사일기, 확언 등이 포함된) 가져오는 거 알지?"


그래서

난 오늘도 아이들에게 다정한 쪼임을 주고 있다.


https://m.blog.naver.com/kash333/223543249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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