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수진 Nov 23. 2022

민사고, 영어만 쓴다고?

 알려지지 않은 민사 이야기 

EOP 정책은 민사고의 독특한 규칙으로, 교내에서 영어로 대화하는 규정이다.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은 물론이고, 한국말을 쓰면 법정행이다. 영어가 안되면 민사고에서 고생한다는데 사실일까? 






민사고 학생들의 영어실력


 해외에서 수학한 경험이 있는 아이들이 꽤 많지만, 1-2년 정도로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준이 되기는 쉽지 않다. 민사고는 모든 과목을 영어로 진행하는 학교로 유명하다. 국어와 한국사 등 몇몇 한국어로 진행되는 과목을 제외하고는, IB, AP, SAT 과목들이 많이 개설이 되어 있기 때문에 수업이 영어로 진행될 수 밖에 없다. 원어민 교사들이 진행하는 과목은 물론이고, 한국인 교사들도 영어수업을 진행한다. 


 인기가 많은 민사고 다큐에서도 많이 소개 된 적이 있는데, 몇몇 유학파들의 실력이 과장된것이 아닌가 했다. 그리고 아들이 해외파이니 영어로 휘어잡을줄 알았던 막연한 추측이 헛된 상상임을 곧 알게 되었다. ' 어머니, 애들 정말 영어 너무 잘해요 ' 그럴리가 있나 했다. 나름 해외에서 뼈가 굵었는데, 국내파들이 잘하면 얼마나 잘하겠어. 내가 왜 이런 말을 했을까, 정말 소름끼치게 주어담고 싶은 말이었다. 


  민사고 학생들은 정말 영어를 잘한다. 모든 것이 우수한 아이들이니 영어도 잘하겠지가 아니라, 영어를 대하는 마인드가 달라서이다. 그들은 영어를 학문의 수단이지, 영어 자체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이런 마인드는 민사고의 유명한 영어 상용정책의 모토가 되는 문구에서 엿보이는 그대로이다. 민사고 아이들은 입학식 전에 오리엔테이션 기간동안 이 문구를 한국어로, 그리고 영어로 암기한다. 아들이 고1 깜찍했던(?) 시절, 두루마기 예복을 입고 단체로 이 문구를 암기하는 영상이 있는데, 너무 귀여워서 공유하고 싶은데, 못하는게 안타깝다.아쉬운대로 오디오 파일을 추출해 공유드린다.  


 " 영어는 앞서간 선진 문명 문화를 한국화하여 받아들여 한국을 최선진국으로 만들기 위한 수단이며 그 자체는 결코 학문의 목적이 아니다. English is only a tool, to raise Korea to the highest level by accommodating diverse civilizations and cultures in accordance with Korean tradition. English Only Policy is merely a means, not an end in itself. " 


영어를 잘 다루어 그들이 이루려는 것은 따로 있다. 그러니 발음이나 현지인처럼 유창한 억양을 뽐내봤자 텅빈 영어이고, 진정한 영어실력이 아니다. 





영어 못하면 민사고 합격 힘든가요 ? 


 이 질문에 답변이 되었을것 같다. 개인적으로 메일을 주시는 많은 민사 후배 엄마들이 궁금해 하는 질문중에, 아이가 다른 과목은 괜찮은데 영어가 자신이 없는데 걱정이라는 사연이다. 민사 영어는 영어를 도구로 사용할 줄 아는 아이면 된다. 영어 그까이꺼, 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자신있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줄 아는 아이들이다. 민사고 입학 합격선을 그렇다. 


 그런데 그 다음 민사고에서 수업을 따라갈 수준의 영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일반 해외의 고등학교 수준 커리큘럼을 똑같이 이수할 수준이 되어야 하므로, 영어논문, 원서 독해가 가능해야하는 것은 물론이고, 영어논문쓰기, 영어프리젠테이션, 영어토론도 가끔하는 이벤트가 아니라 모든 과목에서 동반되는 그냥 보통의 일상적인 수업방식이다. 어느정도의 영어실력이 '도구의 영어'인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영어상용정책인 EOP는 이제 시행이 안된지 오래라던데요 ? 


 민사고 옛날에야 EOP이지 요즘은 교내에서 영어 안쓴지 오래라는 말이 들린다. 민사고 들어가 보니, 정말 아이들이 식당에서든 교정에서 한국말만 쓰고 영어 잘 안쓴다고 한다. 그런데 교실에서는 영어 안쓰면 수업 못따라가는 수업들이 즐비하고, 밤새 영어논문쓰고, 영어원서로 코피가 터지는데, 교실밖에서는 숨통좀 트여야 하지 않나 싶다. 엄마들 눈에야 애들이 눈앞에서 영어로 솰라솰라 하는 거 보면 흐뭇하고 뿌듯하고 그런거지만, 회화 몇마디 잘하는거 진짜 영어는 그게 아니다. 영어가 편했던 아들은 영어수업은 편하게 받고, 교실 밖에서는 한국말 배울 수 있어서 좋았고, 한국말을 더 잘하고 싶어서 한국사, 역사과목 중심으로 한국말 수업을 듣고 다녔다. 물론 대입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과목들로 골라서 말이다. 그리고 아무에게나 영어로 말을 걸어도 다들 영어로 잘 답변해주고, 농담도 잘하며 잘 지냈다. 졸업을 한 지금은 아주 능청스럽게 내가 못알아 듣는 한국말도 잘한다. 


민사고는 영어만 쓴다. 그리고 영어를 아주 잘 사용한다. 영어를 왜 써야 하는지 잘 알기 때문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