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을 조르던 비단 올가미의 감촉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거친 먼지 바람이 대신했다. 캄캄했던 시야는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강렬한 황토빛 햇살로 바뀌었다. 나는 헐떡이며 숨을 들이마셨다. 폐부를 찌르는 것은 상하이의 습하고 비릿한 공기가 아니었다. 건조하고, 낟알 같고, 원시적인 흙냄새였다.
그래, 이곳은 옌안(延安)이다.
기억의 영사기는 1937년의 어느 늦여름으로 필름을 되감고 있었다. 나는 수십 명의 다른 청년들과 함께 낡은 트럭 짐칸에 실려 있었다. 며칠 밤낮을 달려온 길이었다. 시안(西安)을 떠난 후부터 포장도로는 사라졌다. 길은 울퉁불퉁했고, 트럭이 한번 덜컹거릴 때마다 뼛속까지 흔들렸다. 온몸은 땀과 먼지로 뒤범벅이 되어 갑옷처럼 뻣뻣했다.
내 주변의 청년들은 지친 기색 속에서도 눈을 빛내고 있었다. 그들은 학생이었고, 노동자였고, 이상주의자들이었다. 그들은 항일(抗日)과 혁명이라는 위대한 대의를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이곳, 공산주의의 성지를 향해 가고 있었다. 그들의 대화는 마르크스와 레닌, 그리고 마오 주석의 위대함에 대한 찬양으로 가득했다. 그들은 서로를 ‘동무(同志)’라 부르며, 고된 여정 속에서도 혁명가를 부르고 구호를 외쳤다.
나는 그들 사이에서 이방인이었다. 나는 그들의 순수한 열정을 이해할 수 없었고, 그들의 이념적 토론에 끼어들 수도 없었다. 나는 마르크스를 제대로 읽어본 적도 없었다. 내가 아는 것이라곤 배신과 기만,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뿐이었다. 그들의 눈에 나는 어떻게 보였을까. 상하이에서 온, 얼굴만 반반하고 부르주아적 허영심에 물든 여배우. 아마 그랬을 것이다. 그들의 동지애 어린 시선 속에는 언제나 미세한 의심과 경계심이 섞여 있었다.
나는 상관하지 않았다. 나는 그들의 동지가 되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 아니었다. 나는 이 거대한 혁명의 흐름에 올라타기 위해, 그리고 그 흐름을 지배하는 단 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었다. 그들의 순수함은 언젠가 현실의 벽 앞에서 좌절하거나, 혹은 더러운 권력 투쟁 속에서 오염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달랐다. 나는 처음부터 더러워져 있었기에, 더 더러워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트럭이 마침내 옌안의 초입에 들어섰을 때, 나는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내 상상 속의 혁명 수도는 붉은 깃발이 휘날리는 질서정연한 요새 같은 곳이었다. 하지만 내 눈앞에 펼쳐진 것은 황량한 황토 고원 위에 드문드문 파인 토굴집, 즉 야오동(窰洞)들과 누더기 옷을 입은 사람들뿐이었다. 이곳은 도시가 아니라, 거대한 원시 부락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곳에는 상하이에는 없는 것이 있었다. 바로 생기였다. 사람들의 눈빛은 가난과 고단함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불꽃처럼 타오르고 있었다. 그들은 낡은 총을 메고 훈련을 했고, 밭을 갈았으며, 토굴 앞 공터에 모여 글을 배웠다. 모든 것이 부족했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 있다는 자부심과 희망이 넘실거렸다. 나는 그 생경한 풍경 속에서 낯선 흥분과 함께, 더욱 강렬한 조바심을 느꼈다. 이 거대한 용광로 속에서, 나는 어떻게 나 자신을 증명하고 살아남을 것인가.
나는 제일 먼저 이름을 바꿨다. ‘란핑’은 상하이의 환락과 추문에 더럽혀진 이름이었다. 나는 그 이름을 버리고, ‘장칭(江靑)’이라는 새 이름을 지었다. 푸른 강. 고요하지만 깊고, 모든 것을 집어삼키며 결국엔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강인한 생명력을 담고 싶었다. 그것은 나의 새로운 페르소나였다. 과거를 깨끗이 씻어낸, 순수한 혁명 전사로서의 장칭.
나는 옌안의 루쉰(魯迅) 예술학원에 배속되었다. 연극과였다. 나의 유일한 무기인 연기력을 활용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였다. 하지만 그곳에서의 생활도 녹록지 않았다. 동료들은 대부분 나처럼 도시에서 온 지식인들이었지만, 그들은 나의 과거를 알고 있었다. 상하이 시절의 스캔들은 그림자처럼 나를 따라와 이곳까지 퍼져 있었다. 그들은 나를 대놓고 무시하지는 않았지만, 그들의 시선과 말투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있었다.
특히 여자 동무들의 질투와 경계는 상하이 시절보다 더 노골적이었다. 옌안은 남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곳이었다. 대부분의 여자 동무들은 대장정(大長征)을 거친 혁명 1세대들이었다. 그들은 햇볕에 그을린 강인한 얼굴을 하고 있었고, 거친 군복을 입었으며, 남자들처럼 담배를 피우고 욕설을 내뱉었다. 그들에게 나는 곱상한 얼굴에 몸을 파는 것과 다름없는 ‘배우’라는 직업을 가졌던, 사상적으로 불순하고 부르주아적인 이물질이었다. 그들은 내가 남자 동무들, 특히 고급 간부들에게 교태를 부린다며 뒤에서 수군거렸다.
그들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나는 의식적으로 남자 간부들에게 접근했다. 나는 나의 아름다움과 지성이 이곳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시험해보고 싶었다. 나는 다른 여자 동무들처럼 일부러 거칠게 행동하지 않았다. 나는 내 목소리를 낮췄고, 미소를 지었으며, 그들의 이야기에 진지하게 귀 기울이는 척했다. 나는 그들과 문학과 예술을 논하며, 내가 단순히 얼굴만 예쁜 배우가 아니라 지성을 갖춘 여성이라는 것을 어필했다.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수많은 남자들이 내게 호감을 보였다. 하지만 나는 그들에게 깊이 빠져들지 않았다. 그들은 나의 최종 목표를 위한 디딤돌에 불과했다. 나는 그들을 통해 옌안의 권력 구조와 인간관계를 파악했다. 누가 실세이고, 누가 누구의 사람이며, 최고 권력자의 심기는 어떠한지. 모든 정보는 나의 무기가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그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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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대규모 군중 집회였다. 옌안의 모든 당원과 병사, 인민들이 연보탑(延寶塔) 아래 광장에 모여 있었다. 나는 군중의 맨 뒤편에 서 있었다. 단상 위에는 몇몇 최고 지도자들이 앉아 있었다. 저우언라이(周恩來), 주더(朱德), 류사오치(劉少奇)… 책에서만 보던 이름들이었다. 하지만 내 눈은 오직 한 사람만을 쫓고 있었다.
마오쩌둥(毛澤東).
그는 단상의 중앙에 앉아 있었다. 사진에서 보던 것보다 키가 컸고, 체격도 당당했다. 그는 허름한 군복을 입고 있었지만, 그 모습은 마치 황제가 용포를 걸친 것처럼 위엄이 서려 있었다. 그의 얼굴은 특별히 잘생기지는 않았지만, 넓은 이마와 깊은 눈매에서는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가 뿜어져 나왔다. 그는 주변의 다른 지도자들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웃고 있었지만, 그 웃음 속에는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한 날카로움과 깊은 고독감이 함께 서려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그 순간 직감했다. 저 남자다.
저 남자가 바로 이 거대한 혁명이라는 연극의 연출가이자, 주연 배우이며, 절대적인 관객이다. 저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면, 나는 이 연극의 여주인공이 될 수 있다. 저 남자의 그림자 아래 선다면, 나를 무시하고 멸시했던 그 어떤 자도 감히 나를 해치지 못할 것이다.
그가 연설을 하기 위해 일어섰다. 그의 목소리는 높고 카랑카랑했다. 후난성 사투리가 심하게 섞여 있었지만, 그 말에는 사람을 휘어잡는 이상한 힘이 있었다. 그는 어려운 이념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는 농민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쉬운 비유와 거친 유머를 섞어가며 연설했다. 일본 제국주의자들을 종이호랑이에 비유했고, 장제스(蔣介石)를 변소의 돌멩이만도 못한 놈이라고 욕했다. 군중들은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열광했다. 그들은 웃고, 분노하고, 주먹을 불끈 쥐며 구호를 외쳤다.
나는 그의 연설 내용에는 관심이 없었다. 나는 그의 방식을 보았다. 그는 대중을 다루는 법을 아는 천재적인 배우였다. 그는 군중의 감정을 자신의 손 위에서 자유자재로 주무르고 있었다. 나는 전율했다. 저것이야말로 내가 평생 꿈꿔왔던 무대 장악력이 아닌가. 나는 저 남자에게서 배워야 한다. 아니, 저 남자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그날 이후, 나의 모든 신경은 그에게로 향했다. 나는 그가 참석하는 모든 강연과 회의에 빠짐없이 참석했다. 언제나 맨 앞자리에 앉아, 가장 뜨거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의 말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열심히 필기했고, 그가 농담을 던지면 가장 크게 웃었으며, 그의 연설이 끝나면 가장 열렬하게 박수를 쳤다.
나는 나의 존재를 그에게 각인시켜야만 했다. 수천 명의 군중 속에서, 그가 나를 발견하게 만들어야 했다. 나는 내가 가진 모든 매력을 총동원했다. 나는 머리를 단정히 빗었고, 낡았지만 깨끗하게 다린 옷을 입었다. 다른 여자 동무들이 화장기 없는 얼굴로 다닐 때, 나는 옅게 분을 바르고 입술에 색을 더했다. 그것은 혁명 성지 옌안에서는 금기시되는 행동이었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나는 그에게 ‘다른 여자들’과는 다른 존재로 보이고 싶었다.
나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어느 날 강연이 끝난 후, 그가 단상에서 내려오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흥미로운 눈빛으로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그의 시선은 상하이에서 나를 탐욕스럽게 쳐다보던 남자들의 그것과는 달랐다. 거기에는 단순한 호색적인 관심을 넘어선, 지적인 호기심이 담겨 있었다. 그는 내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지나갔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그는 나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제 마지막 한 수가 필요했다. 그에게 나의 존재를 확실히 각인시킬, 대담하고 극적인 한 수. 나는 배우였다. 나의 특기는 계산된 연기였다. 나는 내 인생 최고의 연기를 펼칠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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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야오동은 옌안 중심부에서 약간 떨어진 양자링(楊家嶺)에 있었다. 그곳은 최고 지도자들의 거처이자 집무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경비가 삼엄했다. 평범한 당원인 내가 그곳에 접근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나는 며칠 밤낮으로 기회를 엿보았다. 그러다 그가 종종 밤늦게까지 홀로 불을 밝히고 집무를 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리고 그의 경호를 맡은 병사들 중 한 명이 나와 같은 산둥성 출신이라는 것도.
나는 그 병사에게 접근했다. 나는 고향 이야기를 꺼내며 그의 경계심을 풀었고, 상하이에서 가져온 귀한 사탕을 건네며 환심을 샀다. 나는 그에게 마오 주석을 얼마나 존경하는지, 그의 가르침을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서 받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간절한지를 열변을 토하며 연기했다. 나의 ‘순수한’ 열정에 감동했는지, 혹은 나의 미모에 잠시 판단력이 흐려졌는지, 그는 내게 주석의 야오동으로 가는 길과 경비가 잠시 소홀해지는 시간을 알려주었다.
달빛마저 희미한 어느 날 밤, 나는 심장이 터질 듯한 것을 느끼며 양자링으로 향했다. 나는 일부러 가장 깨끗하고 단정한 옷을 입었다. 손에는 그의 저작인 『실천론(實踐論)』을 들고 있었다. 책의 여러 페이지에는 밑줄이 그어져 있고, 여백에는 나의 질문과 감상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이것은 나의 소품이자, 나의 무기였다.
나는 경비병의 눈을 피해 그의 야오동 앞에 도착했다. 흙으로 된 동굴집 창문으로 등잔불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나는 문 앞에서 잠시 망설였다. 만약 그가 나를 미친 여자 취급하며 내쫓는다면? 만약 이것이 당의 규율을 어긴 죄로 처벌받게 된다면? 모든 것이 끝장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물러설 수 없었다. 상하이에서 모든 것을 잃었을 때, 나는 다시는 패배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이것은 내 인생을 건 도박이었다.
나는 심호흡을 하고 문을 두드렸다. 안에서 무심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요?”
“주석님, 저 루쉰 예술학원의 장칭입니다. 『실천론』을 읽다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어, 가르침을 청하러 왔습니다.”
내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지만, 나는 최대한 간절하고 진지하게 들리도록 노력했다. 안에서는 한동안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나는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그가 나를 무시하고 있는 것일까. 바로 그때,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마오쩌둥이 문 앞에 서 있었다. 그는 겉옷을 벗은 채 얇은 속옷 차림이었고, 손에는 붓을 들고 있었다. 그의 눈은 피곤해 보였지만, 나를 보는 순간 그 눈에 총기가 번뜩였다. 그는 놀란 표정이었지만, 불쾌해 보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흥미롭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았다.
“장칭 동무? 이 밤중에 어인 일이오?”
“죄송합니다, 주석님. 이렇듯 무례를 범할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주석님의 위대한 사상에 대한 저의 갈증이, 저의 무례함을 이기고 말았습니다.”
나는 준비한 대사를 연극처럼 읊조렸다. 그리고 손에 든 책을 그에게 보여주었다. 그는 내 책을 받아 들고, 그 안에 적힌 나의 필기를 훑어보았다. 그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열정이 대단하구려. 들어오시오.”
나는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1단계는 성공이었다.
그의 야오동 내부는 생각보다 넓고 소박했다. 한쪽 벽면은 온통 책으로 가득 차 있었고, 다른 한쪽에는 흙으로 만든 침상인 캉(炕)이 놓여 있었다. 중앙의 낡은 나무 책상 위에는 서류와 책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고, 등잔불이 그 위를 위태롭게 밝히고 있었다. 방 안은 짙은 담배 냄새와 묵향이 뒤섞여 있었다.
그는 내게 의자를 권하고, 자신은 책상 앞에 앉았다. 우리는 책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나는 내가 준비해 온 질문들을 던지기 시작했다. 변증법적 유물론, 모순의 통일, 실천과 인식의 관계… 사실 나는 그 내용들을 거의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마치 오랫동안 그 문제에 대해 깊이 고뇌해 온 학자처럼 진지하게 질문을 던졌다.
그는 내 질문에 흥미를 느꼈다. 그는 담배에 불을 붙여 깊이 빨아들인 후, 차근차근 설명을 시작했다. 그는 어려운 철학적 개념을 일상적인 언어로 풀어내는 데 능했다. 그의 설명은 명쾌하고 깊이가 있었다. 나는 그의 지성에 압도당하는 척하며, 존경과 감탄의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의 모든 말에 고개를 끄덕였고, 때로는 탄성을 지르며 그의 지혜에 경탄하는 연기를 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철학에 대한 이야기는 어느새 문학과 역사로 넘어가 있었다. 그는 『수호전(水滸傳)』과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를 좋아했고, 나는 내가 상하이에서 연기했던 입센의 『인형의 집』과 셰익스피어의 희곡에 대해 이야기했다. 우리는 마치 오랜 지기처럼 대화를 이어나갔다.
나는 그와의 대화 속에서 그의 다른 면모를 발견했다. 그는 혁명의 지도자이자 냉철한 전략가였지만, 동시에 고독한 이상주의자이자 지적 허영심이 강한 지식인이었다. 그는 자신의 사상을 이해하고 함께 토론할 지적인 파트너를 갈망하고 있었다. 옌안의 다른 동지들은 그를 위대한 영수로 숭배할 뿐, 감히 그의 사상에 대해 논쟁하려 들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달랐다. 나는 감히 그의 이론에 질문을 던졌고, 서양 문학이라는 새로운 지적 자극을 그에게 제공했다.
그는 내게 완전히 매료되었다. 그의 눈빛은 처음의 호기심에서 점차 깊은 관심으로, 그리고 이내 명백한 욕망으로 변해갔다. 그는 내 손을 잡았다. 그의 손은 투박하고 거칠었지만, 뜨거웠다.
“장칭 동무, 당신 같은 사람은 처음이오. 당신은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총명해. 당신의 머릿속에는 혁명의 불꽃과 예술의 영혼이 함께 타오르고 있구려.”
나는 그의 칭찬에 얼굴을 붉히는 척하며 고개를 숙였다. “주석님의 위대함에 비하면 저는 반딧불에 불과합니다.”
그는 웃으며 내 턱을 들어 올려 자신의 눈을 보게 했다. 그의 얼굴이 점점 가까워졌다. 나는 눈을 감았다. 그의 입술에서 나는 담배 냄새가 역겹게 느껴졌지만, 나는 그것을 내색하지 않았다. 이것은 나의 승리였다. 나는 내 인생 최고의 배역을 따낸 것이다.
그날 밤, 나는 그의 야오동에서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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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마오쩌둥의 관계는 순식간에 옌안 전체의 가장 뜨거운 화제이자, 가장 위험한 스캔들이 되었다.
나는 더 이상 루쉰 예술학원의 평범한 학생이 아니었다. 나는 ‘주석의 여자’가 되었다. 사람들의 시선은 이전과 완전히 달라졌다. 나를 경계하고 질투하던 여자 동무들은 이제 내 앞에서 대놓고 적의를 드러냈다. 그들은 내가 ‘부르주아 여우’가 되어 주석을 홀렸다고 비난했다. 나를 은근히 따르던 남자 동무들은 이제 나를 멀리하거나, 혹은 내 뒤에서 음탕한 농담을 주고받았다.
하지만 가장 큰 반대는 당의 최고 지도부에서 나왔다.
그들은 우리의 관계를 혁명의 순수성을 더럽히는 불결한 스캔들로 규정했다. 특히 대장정을 함께 겪었던 원로 간부들의 반발이 거셌다. 그들에게 마오쩌둥은 단순한 지도자가 아니라, 혁명의 상징이자 도덕적 구심점이었다. 그런 그가 대장정의 영웅이자 본처인 허쯔전(賀子珍)을 버리고(비록 그녀가 소련에 가 있었지만), 상하이에서 굴러온, 과거가 복잡한 여배우와 놀아난다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저우언라이, 주더, 펑더화이(彭德懷) 같은 인물들이 앞장서서 반대했다. 그들은 마오쩌둥을 찾아가, 당의 명예와 혁명의 대의를 위해 나와의 관계를 정리하라고 간언했다. 그들은 나의 과거를 샅샅이 뒷조사했다. 상하이 시절의 수많은 남자들과의 스캔들, 국민당 감옥에서의 전향서 문제까지. 모든 것이 그들의 손에 들어갔다. 그들은 나를 국민당이 심어놓은 스파이일지도 모른다고 의심했다.
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다. 모든 것이 마오쩌둥의 의지에 달려 있었다. 만약 그가 당의 압력에 굴복하여 나를 버린다면, 나는 변절자이자 스파이라는 누명을 쓰고 처형당하거나, 혹은 옌안에서 영원히 추방당할 것이었다. 나는 다시 한번 벼랑 끝에 내몰렸다.
나는 두려웠지만, 겉으로는 태연한 척했다. 나는 마오쩌둥 앞에서 눈물을 흘리거나 동정을 구걸하지 않았다. 대신, 나는 그에게 나의 결백과 사랑을 더욱 열정적으로 호소했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그들은 저를 심판하는 것이 아닙니다. 주석님, 그들은 당신의 권위에 도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들은 당신이 사랑할 여자마저 자신들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이것은 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당신의 영도력에 대한 문제입니다.”
나는 교묘하게 이 문제를 개인적인 스캔들에서 권력 투쟁의 문제로 바꿔놓았다. 마오쩌둥은 본래 권위에 대한 도전을 용납하지 않는 성격이었다. 그는 동지들의 충고를 자신의 권한에 대한 간섭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오히려 나를 더욱 감싸고돌았다. 그는 “장칭의 과거는 내가 보증한다. 그녀는 훌륭한 혁명 동지다”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당의 반대는 여전히 완강했다. 상황은 교착 상태에 빠졌다. 그때, 내게 구원의 손길을 내민 의외의 인물이 나타났다.
캉성(康生).
그는 당의 정보 및 보안 조직을 총괄하는 인물이었다. ‘중국의 베리야’라고 불릴 만큼 잔혹하고 음험한 인물이었지만, 동시에 서예와 문학에 조예가 깊은 지식인이기도 했다. 그는 나와 같은 산둥성 출신이었다.
그는 어느 날 밤 나를 조용히 찾아왔다. 그는 빙빙 돌려 말하지 않았다.
“장칭 동무, 지금 당신의 처지가 위태롭다는 것을 알고 있소. 내가 당신을 도울 수 있소.”
“무엇을 원하십니까?” 나 역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의 눈이 어둠 속에서 번뜩였다. “나는 주석의 절대적인 신임을 원하오. 그리고 당신은 주석의 아내가 되기를 원하지. 우리의 목표는 다르지 않소. 내가 당신의 과거를 깨끗하게 세탁해주고, 당 원로들을 설득해주겠소. 그 대가로, 당신은 주석의 곁에서 나의 눈과 귀가 되어주시오.”
그것은 악마의 거래였다. 하지만 내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나는 그의 손을 잡았다.
캉성은 약속대로 움직였다. 그는 자신의 정보망을 총동원하여 나에 대한 모든 부정적인 보고를 묵살하고, 대신 내가 상하이에서 지하당 활동을 하며 항일 운동에 기여했다는 거짓 보고서를 만들어냈다. 그는 또한 나와 같은 산둥 출신이라는 점을 내세워, 내가 믿을 만한 인물이라고 원로들을 설득하고 회유했다.
마침내, 길고 긴 논쟁 끝에 당 중앙위원회는 타협안을 내놓았다. 그것은 사실상의 항복 선언이었다.
그들은 마오쩌둥과 나의 결혼을 승인했다. 다만, 세 가지 조건을 달았다.
첫째, 장칭은 마오쩌둥의 생활을 보살피는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해야 한다.
둘째, 장칭은 당의 직책을 맡을 수 없다.
셋째, 장칭은 정치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
이것을 ‘약법삼장(約法三章)’이라고 불렀다.
나는 그 조건을 들었을 때, 피를 토하는 듯한 굴욕감을 느꼈다. 그들은 나의 결혼을 허락하는 대신, 나의 손발을 묶고 입에 재갈을 물린 것이다. 나는 영원히 정치 무대에 오를 수 없는, 그저 ‘마오쩌둥의 아내’라는 그림자 속에 갇힌 존재가 되어버렸다.
나는 분노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지금은 때가 아니었다. 일단은 살아남아야 했다. 나는 그 조건을 받아들였다.
1938년 가을, 나와 마오쩌둥은 조촐한 결혼식을 올렸다. 축하해주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날 나는 붉은 옷을 입었지만, 내 마음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나는 승리했지만, 동시에 패배했다.
나는 그의 아내가 되었지만, 그의 동지는 되지 못했다. 나는 그의 침실을 차지했지만, 그의 권력을 나누어 갖지는 못했다. 나는 그날 밤, 나에게 굴욕을 안겨준 모든 이름들을 마음속에 다시 한번 새겼다. 저우언라이, 주더, 펑더화이… 그리고 이 ‘약법삼장’이라는 족쇄를 만든 모든 자들.
나는 맹세했다. 언젠가, 이 족쇄를 끊고 말리라. 그리고 나를 그림자 속에 가두려 했던 그들 모두를,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끌고 들어가리라. 그날이 오기까지, 나는 20년이 넘는 세월을 숨죽여 기다려야만 했다.
…의식이 다시 희미해졌다. 옌안의 황토빛 동굴은 사라지고, 다시 병실의 차가운 어둠이 나를 감쌌다. 목에 감긴 비단 손수건이 마치 그날의 ‘약법삼장’처럼 느껴졌다. 평생 나를 옭아맸던 족쇄.
그래, 나는 그의 아내가 되기 위해 모든 것을 걸었다. 그리고 결국 성공했다. 하지만 그 결혼이 내게 가져다준 것은 무엇이었나. 구원이었나, 아니면 더 거대한 감옥의 시작이었나.
나는 답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나의 가장 화려한 무대이자, 가장 깊은 무덤이었다.
(3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