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장관 후보의 폭언에 대한 소고

by 남킹


"너 아이큐(IQ) 한 자리야?", "정말 널 죽였으면 좋겠다.“


최근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과거 보좌진에게 쏟아냈다고 알려진 이 발언들은 단순한 분노의 표출을 넘어, 인간 존엄에 대한 철학적 부재를 드러낸다. 특히 그녀가 과거 저서에서 "힘 센 사람의 횡포(갑질)를 막는 것이 정치를 하는 이유"라고 역설했다는 점은, 이 사태를 단순한 '막말 논란'에서 '위선의 문제'로 확장시킨다.

철학자 칸트(Kant)는 "인간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하라"고 했다. 그러나 공개된 녹취 속에서 타인은 그저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해 있었다. 도구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자(보고 누락 등), 사용자는 그 도구의 지적 능력과 존재 가치를 언어로서 파괴하려 든다. 이는 권력이 인간을 어떻게 대상화하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무결성(Integrity)'의 훼손이다. 무결성이란 내면의 가치와 외면의 행동이 일치하는 상태를 뜻한다. 공적으로는 '갑의 횡포'를 비판하면서 사적으로는 가장 전형적인 '갑'으로 군림했다면, 이는 공직자로서의 신뢰 자산이 파산했음을 의미한다. 밖으로 외치는 정의가 안에서 실천되지 않을 때, 그 정치는 공허한 구호가 된다.

장관(Minister)의 어원은 라틴어 '미니스테르(Minister)', 즉 '하인'이나 '봉사자'에서 유래한다. 바로 곁에 있는 한 사람의 인격조차 섬기지 못하는 이가, 어떻게 국민이라는 거대한 추상적 주체를 섬길 수 있겠는가. 이번 논란은 우리에게 묻는다. 고위 공직자의 자격은 정책을 기획하는 두뇌(IQ)에 있는가, 아니면 타인의 고통과 존엄을 감각할 수 있는 가슴에 있는가.

정치는 말(言)로 짓는 집이다. 사람을 죽이고 싶다는 살의(殺意)가 담긴 언어로 지은 집에는 그 누구도 안전하게 거주할 수 없다. 진정한 반성은 사과문 한 장이 아니라, 자신이 휘두른 권력의 무게를 뼈저리게 자각하는 데서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2026년 1월 1일. 스페인 알리칸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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