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한 몸을 겨우 이끌고 집으로 갔을 때, 아버지가 전기밥솥에 쌀을 안치는 모습을 보았다. 거적때기 같은 옷. 눈가에 몰린 잔주름과 이마를 덮은 굵은 주름, 잠을 잘 자지 못한 듯한 퀭한 눈을 나는 물끄러미 쳐다봤다. 갑자기 콧날이 메워져 나는 서둘러 방으로 들어갔다.
아버지가 밥을 한다는 것은 오빠가 돌아왔다는 뜻이다. 오빠는, 부엌에서 꺾여 붙은 뒷간 방 침실에 널브러져 자고 있다. 땀에 전 잠바가 구석에 내팽개쳐 있다. 눅눅해진 이불 냄새와 지린내가 코를 얼얼하게 만든다.
아궁이에서 퍼져 나온 연탄 냄새와 도살장에서나 맡을 수 있는 비릿한 피 냄새도 섞여 나오는 것 같다. 나는 잠바를 집어 벽에 박은 못에다 걸었다. 빨지 않은 옷에서 나는 악취가 마치 내 몸을 홡아 내리는 듯 소름이 끼쳐 온다.
오빠의 몸은, 싹이 터서 썩기까지의 모든 생명의 과정에서 뿜어져 나오는 모든 냄새를 흡입한 해면동물처럼 느껴졌다.
밥 냄새를 맡았는지 오빠가 슬그머니 고개를 돌리며 눈을 뜬다. 잠깐 눈을 껌뻑거리더니 부스스 일어나 밥상 곁으로 다가온다. 오빠가 나를 보고는 싱긋 웃더니 가져온 가방을 열어 보라고 한다. 한 뭉치의 돈다발이 나왔다.
가끔 돈뭉치를 들고 개선장군처럼 올 때가 있다. 큰 거 한방 하고는 미련 없이 돌아왔다고 한다. 이제 완전히 손 끊는다고도 한다. 하지만 그의 말은 나의 폐부만 찌른다. 그는 절대 끊지 못할 것이다.
그는 며칠 뒤 다시 떠날 것이고 예전처럼 빈털터리로 돌아올 것이다.
오빠는, 수 없이 반복했고 또 앞으로도 더 많이 반복할, 실행 불가능한 그 결심을, 마치 처음인 양, 기대에 부푼 표정을 오롯이 담은 얼굴로, 게걸스럽게 밥을 먹기 시작했다. 유심한 나날을 사느라고 각축하고 고달픈 내 가족들의 저녁 시간은 이렇게 무심한 동상이몽으로만 흘러가고 있다.
저녁이 끝나자 부자는 서둘러 집을 나선다. 그들은 새벽 어스름이 될 때까지, 너무도 사랑하는 개 수육을 안주 삼아 막걸리를 마실 것이다. 떠나기 전 오빠는 용돈 하라고 한 뭉치의 돈을 내게 던져 준다. 순간 오빠의 표정에서 묘하게, 떠나간 남자의 실루엣이 교차한다.
그들은 내게 준 돈보다 더욱 많은 돈을 두고두고 내게서 빼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