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토반 위의 서곡

by 남킹

https://youtu.be/8rSY-_sWAlI?si=OQ_2z6ASXLnQl7hA


디젤 엔진의 단조로운 진동이 척추뼈 마디마디를 타고 올라와 뇌수를 흔든다. 그것은 삶이 내게 허락한 유일한 리듬이자, 이제는 자장가처럼 익숙해져 버린 존재의 저음이었다. 낡은 스카니아 트럭의 운전석 가죽은 내 엉덩이뼈의 형태를 기억하는 듯 움푹 패여 있었고, 땀과 먼지와 세월이 뒤섞인 기름한 광택을 띠고 있었다. 나는 그 익숙한 함몰에 몸을 맡긴 채, 거대한 강철 상자를 몰아 라인강의 물줄기를 거슬러 오르고 있었다. 코블렌츠에서 프랑크푸르트 공항까지, A61 아우토반이라는 회색의 동맥을 따라 흐르는 적혈구처럼. 나의 임무는 명확했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의 물건들을 포장하고, 일주일에 두 번, 이 거대한 새들의 둥지까지 실어 나르는 것. 상자 안에는 독일산 비타민과 분유, 압력솥 따위가 들어있을 터였다. 누군가의 건강과 성장을 위한 물품들. 나는 그들의 삶에 결코 가닿지 않을 익명의 운반자일 뿐이다.

오른손은 운전대를, 왼손은 휴대폰을 무의식적으로 어루만졌다. 굳은살이 박인 손바닥의 감각은 무뎠다. 한때 이 손은 키보드 위에서 섬세한 언어를 잣아내던 손이었다. 0과 1의 이진법으로 세계를 구축하고, 논리의 성벽을 쌓아 올리던 개발팀장의 손. 그러나 지금 이 손에 남은 것은 상자를 나르며 생긴 상처의 흉터와 트럭의 미세한 떨림뿐이다. 창밖으로 모젤강 유역의 가파른 포도밭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수백 년 동안 같은 자리를 지켜온 리슬링 포도나무들이 마치 부동의 군대처럼 도열해 있었다. 저토록 끈질기게 한자리를 지키는 삶과, 부표처럼 떠도는 나의 삶 사이의 간극이 유리창에 서리처럼 맺히는 듯했다.

권태는 곰팡이처럼 피어오른다. 그것을 지우기 위해 나는 스마트폰을 더듬어 유튜브 뮤직을 켰다. 광고가 끝나고, 낡은 스피커에서 낯선 듯 익숙한 전주가 흘러나왔다. 몽롱하게 부유하는 멜로트론 사운드, 나른하게 흔들리는 어쿠스틱 기타, 그리고 안개 속에서 들려오는 듯한 데이비드 길모어의 속삭임. 핑크 플로이드. Julia Dream.

세상의 모든 소음이 순간적으로 증발했다. 트럭의 엔진 소리도, 타이어가 젖은 아스팔트를 감아올리는 마찰음도, 내 자신의 숨소리마저도 아득한 심연으로 가라앉았다. 오직 그 노래만이 운전석을 가득 채우며 시공간의 결을 비틀기 시작했다. 햇살이 그녀의 머리카락 위로 부서지던 그날처럼.

Sunlight bright upon my pillow...

시간의 역류가 시작되었다. 25년 전, 세기말의 불안과 새로운 밀레니엄의 기대가 혼재하던 서울의 테헤란로. 나는 회색 빌딩 숲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 새로 옮긴 회사의 개발팀장. 내 이름 앞에는 ‘유능한’, ‘논리적인’, ‘해결사’ 같은 수식어들이 먼지처럼 따라붙었다. 나는 코드의 세계에선 왕이었지만, 현실에선 그저 서른 중반의 예민한 직장인이었다.

그녀를 처음 본 것은 부서 간의 첫 합동 회의에서였다. 디자인팀장 서연. 그녀는 회의실의 길고 흰 테이블 가장 끝에 앉아 있었다. 다른 이들이 프로젝트의 당위성과 시장성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동안, 그녀는 턱을 괸 채 자신의 노트에 무언가를 그리고 있었다. 가느다란 샤프펜슬이 종이 위를 스치는 소리가 회의실의 공허한 소음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살아있는 소리처럼 들렸다. 그녀는 검고 긴 머리카락을 한쪽으로 넘기고 있었는데, 형광등 불빛이 그 머리칼의 단면에 부딪혀 비현실적인 윤기를 만들어냈다. 나는 그녀의 옆얼굴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무심한 듯 굳게 닫힌 입술, 높고 곧은 콧날, 그리고 무언가를 응시하는 듯하지만 사실은 제 안의 더 깊은 풍경을 들여다보고 있는 듯한 깊은 눈. 그녀의 존재는 효율과 실용만이 미덕인 그 공간에서 유일한 비정형의 얼룩 같았다.

회의가 끝나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을 때, 나는 자꾸만 그녀의 부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책상은 혼돈의 소우주였다. 온갖 서적들이 위태롭게 탑을 쌓고 있었고, 모니터 주변에는 출처를 알 수 없는 기묘한 오브제들 - 녹슨 태엽, 새의 깃털, 말라붙은 들꽃 따위가 흩어져 있었다.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맞춰 상업적인 웹사이트를 찍어내는 디자이너의 책상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풍경. 그 혼돈 속에서 유독 한 권의 책이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낡고 빛바랜 표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특유의 디자인. 버지니아 울프, 『등대로』.

그 책은 내게로 오는 길을 알려주는 등대처럼 보였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최대한 자연스러운 걸음걸이를 연기하며 그녀의 파티션으로 향했다. 심장이 발소리에 맞춰 쿵쾅거렸다. 뭐라고 말을 걸어야 할까. ‘그 책… 저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너무 상투적이다. ‘버지니아 울프 좋아하시나 봐요.’ 너무 뻔하다. 발걸음이 그녀의 책상 옆에서 멈췄을 때, 나는 결국 가장 원초적인 방법을 택했다.

“저… 디자인팀장님.”

그녀가 모니터에서 눈을 떼고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눈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짙은 갈색이었고, 그 안에는 방금 전까지 유영하던 다른 세계의 잔상이 남아있는 듯 희미한 빛이 감돌았다. 나는 순간 할 말을 잃고 그녀의 눈동자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현기증을 느꼈다.

“네, 개발1 팀장님.”

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다. 나는 마른 입술을 혀로 축이며, 마치 중대한 프로젝트 제안이라도 하는 것처럼 힘겹게 입을 열었다.

“그 책… 혹시 다 읽으셨으면, 제가 잠시 빌릴 수 있을까요?”

내 손가락이 『등대로』를 가리켰다. 그녀의 시선이 자신의 책으로, 그리고 다시 내 얼굴로 옮겨왔다. 그 짧은 순간, 그녀는 나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것 같았다. 나의 어색함, 나의 의도, 나의 통제 불가능한 호기심까지도. 그녀는 희미하게 미소 짓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책을 집어 들었다. 그녀의 길고 가는 손가락이 책의 모서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팀장님도 이런 소설을 읽으세요?”

그 말에는 조롱이나 비아냥이 아닌, 순수한 의문이 담겨 있었다. 마치 돌고래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는지 묻는 듯한 뉘앙스. 나는 애써 태연한 척 대답했다.

“그럼요. 논리만으로 사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그녀는 대답 대신 책을 내게 건넸다. 책을 받아드는 순간, 우리의 손끝이 스쳤다. 짧고 미미한 접촉. 하지만 그 순간, 정전기보다 더 짜릿한 무언가가 내 팔을 타고 심장까지 흘러들었다. 그녀의 손끝은 놀랍도록 차가웠고, 그 차가움은 오히려 지독한 열기처럼 내게 각인되었다. 나는 책에서 전해져 오는 그녀의 미약한 체온과, 오래된 종이 냄새와, 그녀가 쓰는 핸드크림의 옅은 라벤더 향을 동시에 감각했다.

Every night I turn the light out...

“빵-!”

거대한 경적이 고막을 찢었다. 나는 화들짝 놀라 현실로 복귀했다. 옆 차선을 달리던 폴란드 번호판의 트레일러가 나를 향해 위협적으로 경고를 보내고 있었다. 내가 잠시 차선을 넘었던 모양이다. 나는 급하게 핸들을 꺾어 자세를 바로잡았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땀으로 축축해진 손바닥이 운전대 위에서 미끄러졌다. 오래 전 그녀의 손끝에서 느꼈던 그 섬세한 떨림과, 지금 생명의 위협 앞에서 느끼는 이 거친 심장의 박동이 기묘하게 오버랩되었다.

나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사이드 미러를 보았다. 늘 낯선 이국의 풍경, 그리고 그 안에 비친 낯선 내 얼굴. 깊게 팬 눈가의 주름, 희끗희끗한 옆머리, 노동으로 거칠어진 피부. 25년이라는 시간은 한 인간의 외피를 이렇게나 철저하게 바꾸어 놓았다. 하지만 그 안의 나는, 여전히 『등대로』 한 권을 받아 들고 어쩔 줄 몰라 하던 그 서른 살의 남자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 채였다.

다시 길은 단조로워졌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와이퍼가 거대한 칼날처럼 유리창에 달라붙은 빗물을 좌우로 베어냈다. 와이퍼의 기계적인 움직임에 맞춰, 기억의 장면들도 단속적으로 떠올랐다.

책을 빌린 다음 날, 나는 그녀에게 커피를 사서 건넸다.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우리는 처음으로 일과 상관없는 대화를 나누었다.

“버지니아 울프는… 뭐랄까, 문장으로 의식의 내부를 해부하는 느낌이에요.” 내가 말했다. “마치 잘 짜인 코드 같으면서도, 그 안에는 예측 불가능한 버그들이 숨어있는.”

그녀는 내 비유가 재미있다는 듯 작게 웃었다. 그 웃음소리는 마른 나뭇잎이 부서지는 소리 같았다.

“전 그냥, 램지 부인이 만드는 과일 바구니가 좋아요.” 그녀가 말했다. “온갖 이질적인 것들이 모여서 순간의 조화를 이루는 그 장면이요. 제 디자인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논리적으로는 설명되지 않지만, 보는 순간 감각적으로 완벽하게 느껴지는 그런 거.”

그때 나는 처음으로 그녀의 모니터를 제대로 볼 수 있었다. 클라이언트에게 제출할 상업적인 시안 옆에, 그녀가 개인적으로 작업하는 듯한 파일이 작게 열려 있었다. 그것은 웹디자인이라기보다는 한 편의 초현실적인 디지털 페인팅에 가까웠다. 시계태엽으로 만들어진 심장에서 나비들이 날아오르고, 눈물을 흘리는 달이 사막의 도시 위를 떠다니는 이미지.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에 코드를 심어놓는다면 저런 느낌일까.

“이건….” 내가 말을 잇지 못하자, 그녀가 재빨리 창을 닫으며 말했다.

“그냥, 낙서예요. 회사에서 요구하는 건 이런 게 아니니까.”

그녀의 목소리에는 체념과 자조가 섞여 있었다. 나는 보았다. 상업적인 홈페이지를 만드는 그녀의 얼굴과, 자신만의 세계를 그리던 그녀의 얼굴이 얼마나 다른지를. 회사는 그녀에게 잘 팔리는 상품을 만들라고 강요했지만, 그녀의 영혼은 아무도 찾지 않는 심해에서 빛나는 자신만의 산호초를 키우고 싶어 했다. 한마디로 그녀는 이 세상의 문법과 불화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불화를 미치도록 이해하고 싶어졌다.

그녀가 듣는 음악도 그랬다. 그녀의 헤드폰에서는 늘 기묘한 소리들이 새어 나왔다. 코어스와 멜로디의 경계가 불분명한 시규어 로스의 음악 같기도 했고, 모든 소리를 해체했다가 재조립하는 듯한 마이 블러디 밸런타인의 노이즈 같기도 했다. 그 음악들은 그녀가 만드는 초현실적인 디자인과 완벽한 한 쌍을 이루었다. 나는 그녀의 세계를 더 엿보고 싶어서, 주말에 음반점에 가 그녀가 말했던 밴드들의 앨범을 닥치는 대로 사 모았다. 처음에는 소음처럼 들리던 음악들이, 어느 순간부터 내 안의 잠자고 있던 감각들을 깨우기 시작했다. 논리의 갑옷에 균열이 가고, 그 틈으로 이름 붙일 수 없는 감정의 색채들이 스며드는 기분이었다.

Julia dream, dreamboat queen, queen of all my dreams...

노래의 후렴구가 다시 몽환적으로 울려 퍼졌다. 나는 마인츠를 향하는 출구 표지판을 지나치고 있었다. 빗줄기는 점점 굵어졌다. 세상의 모든 색이 씻겨 내려간 듯, 풍경은 무채색의 수묵화처럼 번져나갔다. 나는 그녀에게 점점 빠져들었다. 그녀의 책상에 꽂힌 책들을 한 권씩 빌려 읽었고, 그녀가 듣는 음악들을 함께 들었다. 그녀가 좋아하는 영화들을 찾아보았고, 그녀가 존경한다는 초현실주의 화가들의 전시회를 찾아다녔다. 그녀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나의 여정은, 어느새 그녀라는 사람 자체를 향한 갈망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우리는 함께 야근하는 날이 많아졌다. 다른 직원들이 모두 퇴근한 텅 빈 사무실, 서버의 냉각팬이 돌아가는 낮은 소음만이 가득한 그 공간에서 우리는 각자의 모니터를 보며 일을 했지만,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된 듯 서로의 존재를 강하게 의식했다. 타자를 치던 그녀의 손가락이 멈추면, 나도 모르게 내 손이 멈췄다. 그녀가 작게 한숨을 내쉬면, 내 심장도 함께 내려앉았다.

어느 비 오는 밤이었다. 그날도 우리는 나란히 앉아 야근을 하고 있었다. 나는 복잡한 알고리즘과 씨름하고 있었고, 그녀는 또다시 클라이언트로부터 퇴짜 맞은 시안을 수정하고 있었다. 그녀의 어깨는 유난히 처져 보였다. 창밖에서는 장대비가 수직으로 내리꽂히고 있었다.

“팀장님.”

그녀가 나를 불렀다.

“이 음악, 들어보실래요?”

그녀는 자신의 이어폰 한쪽을 벗어 내게 건넸다.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내 귀에 그것을 꽂았다. 순간, 세상의 모든 소리가 차단되고 오직 음악만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아련한 피아노 선율 위로,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노래하는 여자의 목소리가 꿈결처럼 흘렀다. 콕토 트윈스의 음악이었다. 현실의 중력에서 벗어나 부유하는 듯한 느낌. 나는 눈을 감았다. 왼쪽 귀에서는 음악이, 오른쪽 귀에서는 빗소리가 들려왔다. 두 개의 다른 세계가 내 안에서 기묘한 조화를 이루었다.

“어때요?”

그녀의 목소리가 이어폰을 뚫고 희미하게 들려왔다. 나는 눈을 뜨지 않은 채 대답했다.

“마치… 깊은 물속에 있는 것 같아요. 안전하고, 평화로운.”

그때였다. 그녀의 차가운 손이 내 손등을 살며시 덮었다. 나는 온몸의 신경이 그 손등의 한 점으로 모이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 체온, 그녀의 맥박, 그녀의 존재 자체가 그 접촉을 통해 내게로 흘러 들어왔다. 코드를 짜던 내 손의 물리적인 감각과, 음악을 듣는 내 영혼의 감각, 그리고 그녀의 손길을 느끼는 내 육체의 감각이 하나로 뒤섞이며 폭발했다. 나는 눈을 떴다. 그녀가 아주 가까이에서 나를 보고 있었다. 짙은 갈색 눈동자가 빗물에 젖은 도시의 불빛을 담아 아련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 눈빛 속에서, 나는 논리와 이성으로는 결코 가닿을 수 없는 깊고 부드러운 심연을 보았다.

우리의 관계는 그날 밤을 기점으로 변했다. 우리는 연인이 되었다.

프랑크푸르트 공항 화물 터미널의 표지판이 시야에 들어왔다. 길고 길었던 기억의 강에서 나는 다시 현재의 강둑으로 내던져졌다. 트럭의 속도를 줄이며 깜빡이를 켰다. 빗속에서 유도등이 초록색 빛을 깜빡이고 있었다. 마치 『등대로』의 그 등대 불빛처럼, 차갑고 기계적인 빛이었다.

나는 지정된 구역에 거대한 트럭을 주차했다. 시동을 끄자, 25년의 시간을 이어주던 핑크 플로이드의 노래도, 나를 지탱해주던 엔진의 진동도 모두 사라졌다. 오직 트럭의 지붕을 때리는 빗소리만이 귓가에 남았다. 나는 한동안 운전대 위에 이마를 기댄 채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의 차가운 손길이 아직도 내 손등에 남아있는 것 같았다. 그녀의 눈빛이, 목소리가, 라벤더 향기가 이 좁은 운전석 안에 유령처럼 떠다니고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점점 빠져들며, 차츰차츰 그녀와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그 시간들은 내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들이었다. 그러나 모든 빛은 그림자를 동반하는 법. 우리의 이야기는 이제 막 서곡을 마쳤을 뿐이다.

나는 무거운 몸을 일으켜 차 문을 열었다. 차갑고 축축한 독일의 공기가 폐부 깊숙이 밀려들었다. 이제 상자를 내릴 시간이다. 누군가의 삶을 위한 물건들. 그러나 나의 삶은, 여전히 그날, 서울의 어느 비 오는 밤에 멈춰 서 있었다. 나는 텅 빈 눈으로 빗속을 응시하며, 아직도 끝나지 않은 그 노래의 마지막 구절을 희미하게 흥얼거렸다.

Will the following footsteps catch me

Am I really dy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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