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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주한옥 Aug 01. 2023

16. 시골집도 고치면 예뻐요 - 펌프카와 레미콘

배수가 잘되는 마당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길 보다 약간 낮은 게 이 집의 단점이었다. 비가 많이 온 날에는 물이 고여서 마당이 진흙탕이 되었고 배수가 중요하다 판단되었다. 그래서 가족들과의 상의 끝에 무엇보다 장마 때 피해가 없어야 하기에 마당을 콘크리트로 덮기로 결정하였다.

물놀이장. 텃밭. 주차장으로 구역을 나누었고 각 구역마다 합판을 덧대고 나무지지대를 만들어 틀을 세워두었다.


그리고 바닥에 콘크리트 깔기 이전에  여름과 겨울에 수축, 이완을 하게 되면 콘크리트도 균열이 갈 수도 있고 흙에서 습기가 올라와도 마모가 잘된다고 하여,  여기저기 정보를 알아보고 건축업에 오랜 시간 종사하신 아버지께서 마당 기초작업을 해주셨다.  비닐 깔고 철사 깔아주셨는데 다년간 건축 쪽에 계시다 보니 곁눈질로 봐오셨던 것이었다.



마당 기초작업

마당공사에 돈 들일 생각이 혹자는 없었다. 자갈만 깔려고 했는데 길보다 약간 아래 있는 집은 비가 많이 오면 배수가 안돼서 자갈과 흙이 다 쓸려내려 간다고 아버지께서 꼭 해야 한다고 얘기하셨다. (지금에선 말 듣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올여름에 비피해가 다행히 없었다.)


직접 펌프카와 레미콘을 섭외함


최소한의 예산으로 공사를 진행하여야 해서 직접 펌프카와 레미콘을 섭외했다.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생길지 몰랐는데 이 집을 고치면서 많은 공부를 하게 되었다.  30대 여성이 이런 경험을 해 볼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이 차 뒤에 레미콘이 있는데 시멘트를 레미콘이 섞으면 펌프카에 연결을 해서 보내준다.

처음에 레미콘만 부르면 되는 줄 알았는데 냅다 들이부어주면 삽질해서 마당에 깔아야 하는데 그것이 공사하는데 곤욕이라고 하여 펌프카도 불렀다. (레미콘과 펌프카는 꼭 세트로 부르길.)



70년 넘은 능소화


주차장 자리에 능소화가 있었다. 이 집 지어질 때 심었다고 동네어르신께 들었는데 뽑고 싶지 않았다. 사실 이 능소화가 피었을 때 이 집보고 혹 간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수고스러운 일이지만 테두리에 벽돌을 쌓고 살아있을지 모르지만 기대하였다.




마당에 콘크리트를 붓기 시작했다. 사장님이 직접 깔아주셨다. 처음에 전화드릴 때 젊은 여자가 장난전화하는 줄 아셨다고 한다. 대부분 건축 쪽은 남자들이 많다 보니 견적을 보더라도 문의를 하더라도 여자가 알아보는 것은 드물다.

오래된 시골집을 직접 고치고 있다는 얘기에 작은 공사지만 손수 달려와주셨다.





전체를 말끔하게 깔아주시고 쿨하게 퇴장하셨다. 직접 레미콘과 펌프카를 섭외하고 시멘트비용도 함께 계산했기에 중간에 거치는 사람이 없어서 큰 공사임에도 불구하고 가성비 있게 공사를 진행하였다. (추후 공사 과정이 끝나가게 되면 공사비 공개예정)



아버지의 구배맞추기

커다란 나무 밀대로 밀려고 했는데 아버지께서 평탄화가 되면 안 된다고 하셔서 배수가 중요하기에 일일이 손미장으로 구배를 맞춰주셨다.

50평 넘는  마당을 일일이 손미 장하기가 쉽지 않은데 하는 걸 보니 50년이란 세월 동안 건축에 몸 담으셨던 만큼 존경스럽고 대단하시다는 걸 새삼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콘크리트 마당


마당은 아버지께서 만들어주신 작품이며,  어릴 때부터 마당 있는 시골집에 사는 것이 로망이었던 아버지와 나의 꿈이기도 하다. 혼자였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가족들과 하나씩 만들어가는 곳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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