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기발랄과 회고 그리고 죽음 너머
현관 앞에 배달된 세 권의 시집.
변시인이 생일선물을 고르라 해서
김혜순 시인의 [날개 환상통]을 읽어보고 싶다고 했더니
세 권의 시집이 모두 들어있는 [죽음의 트릴로지]를 사줬다. 두께도 만만치 않지만 붉은 표지 속 그림은 더 강렬하다.
여성의 몸에 기생하는 수많은 몸들을 위한 제단을 구축하는 작업을 하는 작가 이피의 그림이라고 한다. 제사 지내듯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에 선뜻 펴보기가 두려운 시집.
[죽음의 트릴로지] 김혜순, 문학과 지성사 2025.
<겨울 뜰에서의 발길은 솔 앞에 가서 머뭅니다.
봄 여름에는 가지지 않던 위치
이제 제법 '회고'가 많아지는 단계의 삶
'솔'의 그것이 내게 있는가?
자문해 보는 엄동의 때입니다 >라고 쓴
시인의 말이 깊게 다가오는 시집.
[내가 사랑한 거짓말] 장석남, 창작과 비평사 2025.
<아삭아삭할 겁니다
겨울을 견뎌 본 심장이라서요>라는 생기발랄한 이주 젊은 시인의 시집.
[심장보다 단단한 토마토 한 알] 고선경, 열림원 2025.
세 권을 놓고 보니 인생이 관통된 느낌이다.
아침에 일어나 음악을 틀고 식탁에 앉아
어떤 시집을 먼저 읽을까 잠시 고민한다.
핏빛의 죽음의 트릴로지 흰 사유가 벅차다.
검은 죽음 너머가 두려워 두터운 빨강을 접어둔다.
백지의 수묵을 따라가는 아침 필사다.
밍밍한 맛
성근 슬픔
천천히 고독해지는 적지도 많지도 않은 나이
내가 사랑한 거짓말 속 문장들을 옮겨 적는다.
시는 무엇인가
위로인가
사유의 전복인가
한 세계의 구축인가
물으며... 물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