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하였으나 조금은 아쉬웠던 기억들
나이 오십을 넘기고 아련했던 옛 기억속의 (첫)사랑 얘기를 하려니 조금은 쑥쓰럽기도 하다.
시간의 흐름속에서 몇 차례 마음을 나누었던 (첫)사랑의 상대가 있었고, 비록 제대로 된 사랑을 하지는 못했지만 아름답고 순수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첫 번째 기억은 초등학교(내가 학교를 다닐 때는 국민학교 였다) 때로 생각된다.
5학년 때 같은 반의 여학생을 좋아했으나 부끄러워 제대로 내색을 하지는 못하고 나혼자 속만 끓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친구가 주도하는 학급의 일은 만사를 제치고 도우려고 나섰고, 아마 그 친구도 나의 호의를 어느 정도는 눈치채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하지만 좋아하는 남학생이 따로 있다는 친구의 얘기를 듣고는 이내 마음을 접으며 몰래 돌아서 울었던 기억이 있다.
두 번째는 중학교 때 영어담당 선생님이었다.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영어에 관심이 많아져서 공부를 열심히 했더니, 영어시험을 보면 반에서 항상 1등을 했다.
당연히 영어 선생님의 관심을 받게 되었고, 사춘기 청소년이었던 나는 그것을 사랑이라고 여겼던 것 같다.
덕분에 3년내내 영어는 항상 탑클라스였으나, 3학년 때 그 선생님이 결혼을 하신다는 얘기를 듣고는 크게 실망을 하며 마음을 접었던 기억이 있다.
세 번째는 고등학교 때 같은 성당을 다니던 여학생이었다.
친구의 소개로 우연히 성당을 가게 되었고, 또래 모임을 하면서 한 여학생을 알게 되었다.
나이가 같았고 꽤 이뻣던 그녀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모든 남학생들이 좋아했다.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모임에 참석했고 누구보다 열심히 활동을 했다. 그녀의 눈에 들기위해서.
결국 3학년이 되면서 대입을 이유로 성당을 다니지 못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그녀와도 멀어졌다.
결국 제대로 마음을 표현 한번 하지 못하고 풋사랑은 끝나고 말았다.
네 번째와 다섯 번째는 대학을 다닐 때 알고 지내던 여자 동기와 같은 과 후배였다.
남고를 다니다 보니 대학에 입학하여 여고와 동문회를 함께 하게 되었다.
모임도 하고, MT도 가고, 술도 한잔씩 하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한 친구와 친해졌다.
개인적인 연락을 하고, 만나서 시간을 가지면서 친분을 쌓아 갔다.
친구와 연인의 경계선 상에 있을 때, 입대영장이 나와 결국 애매한 상태로 군대에 가게 되었다.
이후에도 초기에는 연락이 되었으나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되었다.
군복무를 마치고 복학을 하였고, 취업을 위해 매진하리라는 굳은 다짐으로 대학생활을 새롭게 시작했다.
복학을 했더니 3년 여자후배들과 학과 동기가 되어 공부를 하게 되었다.
공부이외에 학과 생활도 열심히 하였기에 학과 대표도 하게 되어 학과를 리더하는 경험도 하였다.
이때 유독 나를 따르는 여자 후배가 있었고, 그때까지만 해도 특별한 감정은 가지지 않았었다.
학과 행사로 외부로 나갈 일이 있었고, 그곳에서 그 친구의 진심을 들을 수 있었다.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않았던 나는 얼버무리며 거절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그 친구가 나를 피하면서 소원해지고 말았다.
여섯 번째는 대학졸업후 취업을 하여 경기도로 상경하여 직장생활을 할 때의 일이다.
같은 직장의 또래와 자주 모임을 가지면서 친하게 지내곤 했는데, 직장내의 여자 모임이 있어 그 모임과 우연히 함께 하면서 친해지게 되었다.
그러다 그 중에 한 친구와 친해져서 개인적으로 만나기도 하고 친분을 조금씩 쌓아갔다.
나에게 호의를 보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으나 왠지 확신이 들지 않아 망설이고 있었다.
그러던 중 밤늦은 시간에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었고 나는 이를 피곤하다는 이유로 거절하고 말았다.
이후 회사에서 우연히 마주쳐도 의도적으로 나를 피하는 것이었다. 그게 끝이었다.
가끔 현실이 힘들고 외로울 때, 만약 내가 그때 그 사람과 좋은 인연을 이어가서 좋은 결과를 만들었다면 지금의 나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하는 상상을 하곤 한다.
글쎄 어쩌면 더 좋았을수도, 아니면 더 안좋았을수도 있으리라.
이미 과거는 역사속으로 사라져 버렸고, 미래는 아직 다가오지 않았다.
나는 다만 지금의 현실속에 살고 있을뿐이다.
이제는 '사랑'이 아니라 내 인생에 찾아올 '좋은 인연'을 기대하며 살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