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은 그저 내 통장을 스쳐지나갈뿐
현재 내가 몸담고 있는 직장의 급여일은 매월 25일이다.
2~3일전 급여담당자가 이번 달 급여가 산정되었으니 내부시스템에 들어가서 확인해 보라는 메세지를 보낸다.
비록 얼마 되지않은 월급이지만 그래도 한달간 일한 댓가로 받는 돈이니 기대하며 확인해 본다.
4대보험, 식대, 기타 공제사항까지 공제하고 나면 정말 쥐꼬리만한 월급만이 남아 이를 확인하는 나를 처량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거라도 없다면 어떻게 먹고 살겠는가? 싶어 다시 한번 슬픈 마음을 추스려본다.
아마 다음달도 이번달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들어 쉽사리 마음을 추스리기가 어렵다.
순간 두 달 뒤엔 정기 상여가 나오는 달이니 조금은 상황이 나아질 것 같은 예감이 들어 이를 위안으로 삼으며 억지로 마음을 추스린다.
매월 25일경이 되면 벌어지는 슬픈 월급날의 풍경이다.
그러나 이게 왠일인가?
매월 25일 급여가 들어오지마자 당일 아침부터 각종 공과금에 카드대금까지 정신없이 돈이 빠져나간다.
급여일에 맞춰 지출일을 설정해 놓은 결과이다.
이후에도 며칠간 더 각종 지출이 이루어지고, 이제 남은 것은 '통장'이 아닌 "텅장"이 된다.
한달간 노력의 결정체인 월급을 제대로 즐길 새도 없이 그냥 내 주위를 스치고 지나가 버렸다.
이런 풍경은 비단 나뿐만 아니라 모든 직장인들이 겪는 애환일 것이다.
물론 괜찮은 급여를 받는 사람들은 좀 경우가 다르겠지만.
이런 불만족스러운 생활을 나는 이미 20년째 해오고 있다.
그래서 이를 탈출하기 위해 1번 시도를 했다가 호된 댓가를 치르고 다시 이곳으로 돌아왔다.
제대로 된 준비없는 섣부른 시도는 반드시 실패한다는 교훈을 배운 것은 그나마 위안이었다.
대한민국에서 임금근로자의 비중이 약 80%에 육박한다고 하는데 10명 중 8명은 월급날마다 이런 애환을 겪는다고 생각하니 그나마 위안이 된다.
나만 그런게 아니라는 그런 위안.
이제 막 직장 일을 시작한 젊은 세대는 그나마 인생을 배우는 과정이라 치부하고 넘어갈 수 있겠지만, 직장생활을 10년 혹은 20년이상 한 기성세대에게는 이제 그냥 넘기기엔 쉽지않은 일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생각을 이렇게 한번 바꿔보는 건 어떨까?(비록 정신승리 일지는 모르겠지만..)
'애초부터 월급이란건 원래 이렇게 생긴거라고'.
'쥐꼬리 만큼 통장으로 들어왔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흔적없이 빠져나가 버리는 것이라고'.
'그래서 나는 지나가버린 뒷꽁무니밖에 볼 수 없는 것이라고'.
'우리 부모님 세대에서부터 그래왔고, 지금도 여전히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