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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보선생님 Mar 24. 2023

잘 싸우는 법

백 번 싸워도 물러남이 없다.

  한껏 덥다가 다시 춥다.

  싸움을 잘하는 법이 있을까? 사람들은 누구나 싸움에 목말라있다. 싸움과 관련한 웹툰, 만화책, 영화, 드라마는 언제나 대박이 난다. 비단 최근의 일 뿐 아니다. 싸움을 통해 원한을 해결하거나 악인을 응징한다는 관념은 굉장히 오래전부터 존재했다는 것은 확실하다.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 오는 전설이나 설화들을 보아도, 늘 싸움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 가볍게는 말로 담판을 짓는 일에서부터 무겁게는 대상을 죽이거나 영원히 없애는 일까지도. 그런 행위를 통해 자신의 원한을 해결하고 악인을 심판하는 것은 쾌감을 주는 일인 것은 확실하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싸울 일이 많다. 겉으로 볼 수 있는 열전인 경우는 오히려 드물고 (일반 사람들에게는 살면서 한 번도 있기 쉽지 않다.) 주로 냉전의 경우로 발생한다. 서로 눈치를 주거나 말로 싸우고, 지위를 이용해 싸우고, 제도를 이용해 싸운다. 그렇다면 싸움에서 이긴다는 것은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잘 싸우고, 잘 이길 수 있을까?

  싸움에서 이기는 방법을 이야기하려면 어떤 유형의 싸움이 주를 이루는지 알아야 한다. 내가 싸우는 전장을 모른 채 싸운다면 절대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전장에서 어떤 유형으로, 어떤 상대와 싸우는지 알아야 싸움에서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손무 선생이 한때 말씀하셨듯, 상대를 알고 나를 안다면 백 번 싸워도 물러날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회생활에서 맞닥뜨리는 싸움은 어떤 싸움일까?

  내가 사회생활을 길게 한 것은 아니지만, 내가 맞닥뜨린 대부분의 싸움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와 관련된 것이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편한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싸움을 일으키는 사람과 정상적인 사람의 차이가 하나 있다면, 싸움을 일으키는 사람은 자신의 편함을 위해 타인을 기꺼이 희생할 수 있다. 내가 편하기 위해 일거리를 몰아주거나, 심한 경우에는 아예 떠맡기는 일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자신의 낮아진 자존감을 보상받기 위해 타인을 깔보고 괴롭히기도 하는데, 직장에서는 이런 일이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나에게도 많은 싸움이 찾아왔다. 나는 싸움이 찾아오면 되도록 피하는 편이다. 싸우고 이기는 것보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더 현명하다는 가르침을 따르는 때문인데, 싸우지 않고 이길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쪽이 양쪽 모두에게 이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싸워야 하는 일이 생긴다면, 나는 소프트파워를 절대 잊지 않으려 노력한다. 하드파워가 전투에서 이길 수 있는 열쇠라면, 소프트파워는 전쟁을 이기게 만들어준다. 다른 사람과의 갈등이 있었고, 어떤 식으로든 종국으로 치닫게 되면 전투는 끝났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전쟁은 영원히 이어진다. 사이가 틀어진 사람은 언제든 내 험담을 하고, 나를 좋지 않게 평가할 것이다. 나를 모르는 사람에게 나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것이고, 내가 볼 수 없는 영역까지 싸움을 확장할 것이다. 보이지 않는 싸움은 계속할 수도, 이길 수도 없다. 전투는 최대한 깔끔하고 간결하게 끝내야 한다. 설령 내가 지는 모양새더라도.

  나는 소프트 파워를 이용해서 평소에 내 주위에 이미지를 견고히 한다. 사회생활에서 이미지는 곧 전쟁에서 가용할 수 있는 전투물자와 같다. 내 이미지가 견고하다면 사람들은 잘못된 소문에 흔들리거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다. 늘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원칙대로 대하며, 늘 바른 모습을 보여준다. 사람들을 돕고, 착한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심는다.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은 이렇게 나중에 있을 싸움에 보험으로 쓸 수 있을 뿐 아니라, 보람도 있다. 사람들이 대가로 무엇을 주지 않더라도 그저 내가 이 사람에게 무엇인가를 베풀었다는 관념이 도덕적 우월감을 주기 때문이다. 먼저 이미지를 만든 상태로 전투에 돌입하게 된다면 이제는 간단하다.

  전투에서 상대는 같잖지도 않은 비난을 쏟아내거나, 황당한 요구를 이어갈 것이다. 그럴 때는 내가 수용할 수 있는 선까지는 양보하되, 너무나 무리한 요구는 응답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무리한 요구를 응답하지 않는 법은 괴롭지만 간단한데, 그저 안된다는 말을 반복하면 된다. 안된다는 말을 할 때는 이유를 명확히 말하는 것이 좋다. 이유를 말한다고 무리한 요구를 하는 사람이 알아듣는 것은 아니지만, 추후에 이 갈등이 큰 갈등으로 번졌을 때 사실 관계가 나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유를 충분히 고지했는데도 계속 요구하는 모양새가 된다면 억지가 되는 법이다.

  싸움은 일어난 때보다 사후처리가 중요하다. 항상 먼저 화해의 손을 내미는 것이 중요하다. 화해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중요한데, 가장 크게는 도덕적 우월감을 고취하기 좋다. 나는 먼저 손 내밀고, 화해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느낀다면 기분이 굉장히 좋다. 여기에서 패배감을 느끼면 안 된다. 화해는 용기가 필요한 일이고, 먼저 손길을 내민다는 것은 굉장한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때 화해와 용서, 혹은 사과를 구분 지을 필요가 있는데, 꼭 잘못했다고 사과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태도에 대해 언급하거나, 이 일은 묻어두고 앞으로 잘 지내자거나와 같은 화해의 말이면 된다. 싸운 사람이 동급자가 아닌 상급자일 때 그 위력은 더욱 강해지는데, 상급자가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밀지 않았다는 사실은 스스로에게도 굉장히 자존심상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싸움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계속 부딪칠 수밖에 없는 사람을 내 편으로 만든다면, 그것만큼 현명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싸움은 일어나지 않고 해결하는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싸운다면 먼저 큰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미안하다가 아닌, 앞으로 잘 지내보자가 되면 비굴하게 자존심을 버릴 필요도 없다. 싸움은 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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