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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ronto Jay Apr 14. 2023

노 팁!  이츠 코리안 스타일!

솔직히 말하자면 말이야. 우리도...


"여긴 그래 원래 줘야 해 그래야 하는 거야"

왜?  

몰라 다들 그래. 그래야 해 꼭!

안 주면 어떻게 되는데?

욕먹지. 한국사람 진상이라고 무지하게 흉보지.

창피한 거야 아주 많이.


서비스를 받았으므로 거기에 대한 수고비를 줘야 한답니다.

그게 예의랍니다.

밥값의 10에서 20퍼센트까지는 줘야 기본이랍니다.

그래야 손님 아니 "사람" 대접받는 답니다.


10년 전 이민 초창기. 익숙하지 않은 이 "팁"문화조차도 멋지게 보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여기는 백인들이 사는 "잘 사는 나라"라서 그렇다고 생각했지요.

그렇게 애써 위안 삼고 살아가다 보니.

저 먼 나라에서 온 저에게는

엄청나게 비효율적인 것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아니

참 "이상한 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합니다.


캐나다 식당을 기준으로 한번 볼까요?


1. 담당 서버가 있다.


이 말은 내가 앉아 있는 테이블만을 신경 써주는 전문 "담당자가 있다"라는

아주 감동적인 시스템인듯하지만....

다른 종업원들에게는 그 흔한 물 한잔도 "시킬 수도 없다"란 얘기가 됩니다.


그냥 그 사람이 우리 테이블을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목이 말라도 포크가 떨어져도 냅킨이 부족해도

새벽닭 꼬끼오 소리 내듯 고개 높이 치켜들고 두리번거리며 찾아야 합니다.

지나가는 다른 직원에게 부탁이요? 이소리만 돌아옵니다.

응 알겠어. 너 담당자 불러줄게.

팁 받을 사람은 내가 아니니 나는 "못해줘~"이 말입니다.


2. 물컵도 물병도 포크도 나이프도 메뉴판도 테이블 위에는 없다.


이게 잘 사는 백인들 사는 나라의 식탁 예절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밥만 오면 바로 먹을 수 있게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는 우리나라 식당들이 조금은 촌스럽게 느껴진 적도 있었습니다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아닙니다. 억지로 서빙직원을 움직이게 만드는 시스템입니다. 물도 가져다주고 수저도 가져다주고 냅킨도 한 장씩만 줘서 또 부르게 하고. 메뉴판도 가져다주고.  특히 메뉴판은 한번 시키면 무조건 다 걷어갑니다.  밥 기다리면서 구경하고 싶어도 그냥 다 걷어갑니다. 다른 음식 시키려면 메뉴판 달라고 또 담당 서버를 불러야 합니다.

그렇게 움직이게 만들고 나서 네가 나 많이 불렀으니 ""줘야 한답니다.


3. 밥 잘 먹고 있니? 괜찮아?


담당 서버가 밥 먹고 있는 중간에 꼭 한번 물어봅니다.

물론 불편한 것 없냐고 신경 써주는 아주 고마운 서비스정신의 인사말이겠지만. 이게 답니다.

아니 거기에다 "아니 맛이 별로다 얘"라고 말하는 사람 단 한 명도 보지 못했습니다.

밥 잘 먹고 있냐고 물어봤으니 알지? 이따 갈 때? 이 말로 들립니다.


이 나라에 살면서 이 나라의 문화와 관습을 존중합니다.

그래서 저도  지난 10년간 단 한 번도 이 팁을 거른 적이 없습니다..... 만.

서비스를 억지로 하게끔 만들어놓은 조금은 이해 안 되는 이 시스템에

고개가 갸우뚱 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감사와 감동에서 오는 자발적인 팁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토론토 한인타운 한인식당서 한국인들끼리 악다구니 쓰며 싸우는 모습을 보며 더 씁쓸해졌습니다.

음식이 늦고 잘 못 나왔으며 직원이 불친절하다는 이유로 팁을 안 주겠다는 손님과.

캐나다에 와서 팁을 안 주고 가는 세상 몰상식한 인간이라며 듣기 거북한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멱살잡이하는 광경이 이 낯선 나라에서 벌어집니다.


이 나라에 왔으니 이 나라법을 따라야 한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저도 동감합니다.... 만.

이나라 사람들의 속마음은 우리랑 진짜 다른 걸까요?


삼 년 전 대서양 바닷가 도시에 살며 작은 한국식당을 운영한 적이 있었습니다.

너무도 진짜 너무도 궁금해서.


메뉴판 물병 물컵 수저 포크 나이프 다 식탁에 준비해 놓고.

한국식 호출벨도 하나씩 붙인 다음

식당 입구에 커다랗게 입간판을 내걸었었죠.


NO TIP! IT'S KOREAN STYLE!


걱정 참 많이 했습니다.

이 신성한 팁문화를 저어기 멀리 있는 작은 동양의 나라 사람들이 와서 왜 훼손하냐.

서비스에 대한 가치를 이해 못 하는 무지렁이 아니냐.

너네 나라로 돌아가라. 우리는 계속 팁을 줄 거다.

떼로 몰려와서 시위를 하는 건 아닌지 잠도 안 왔습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일까요?

노팁으로 시작한 첫날.

믿지 못하겠다며 지나가던 행인들이 확인하러 들어옵니다. 한국음식은 처음이라며 주문합니다.

호출벨을 가리키며 노벨평화상을 줘야 한답니다. 포크 떨어지는 소리에 한국처럼 부르지 않아도 달려가 세팅해 드리니 기적 같은 일이랍니다. 어메이징 하답니다. 카드단말기에 아예 팁을 주는 섹션을 지워버렸더니 미안해서 어떻게 하냐고 얼굴이 상기됩니다. 원더풀 코리안스타일이랍니다.


입에 입소문이 나서 여기가 코리안 스타일로 팁도 안 받고 서빙해 준다는 가게냐고 문전성시였습니다.


자~그래서 대박이 났냐고요? 자랑스러운 코리안 스타일의 노팁 문화를 정착시켜 나갔냐고요?


아닙니다. 한 달 후 다시 슬그머니 캐나다 스타일로 바꿔야 했죠.

종업원들이 이해 못 해서 우리는 못한다라고 부러워하던 서양 사장님들과 다른 분들.

즉.

주변 한인식당 한인 사장님들의 지독히도 무서운 항의 때문이었습니다.


불이날 수도 있었고 밤길이 무서워질 수 도 있었으며

그냥 굴러가는 게 고마운 제 자동차의 안위가 걱정되었고

무엇보다 아들 장가가는 것도 못 볼 수도 있겠다 생각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냥 이나라 사람들도 우리와 속마음은 크게 다르지 않구나 위안 삼기로 했습니다.


캐나다 단골손님의 한마디가 아직도 귓가에 맴돕니다.


"미스터리! 나는 코리안 스타일이 참 좋던데... 어떻게 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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