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값 내놔라!!
작은 아이 때문에 강아지를 입양한 지 벌써 일 년이 되었다. 강아지를 입양하면 본인이 강아지 대소변, 사료까지 다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던 강아지 주인은 요즘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
예전에는 알람 소리에 눈을 떴는데 강아지를 키운 후 나에게 알람은 필요 없어졌다. 아침 일곱 시가 넘어가면 쭈니의 사료 달라는 소리에 더는 누워 있을 수가 없다. 예전에는 내가 눈뜰 때까지 기다리더니 요즘에는 배가 고픈지 낑낑 소리를 내고 그래도 내가 안 일어나면 머리카락을 잡아당긴다. 늦잠을 자고 싶어도 잘 수가 없는 요즘이다. 특히 주말 아침에는 나도 늦잠 좀 자고 싶다고 이 녀석아!!
아침을 먹은 후 쭈니는 슬슬 본색을 드러낸다. 형아들이 있는 방을 한번 휘 둘러보고 사고 칠 궁리를 한다. 일단 형아 가방이 타깃이다. 가방 속 연습장이나 종이를 발견하면 가차 없이 냠냠 먹어버린다. 사료를 방금 먹었잖니. 쭈니야!! 아이들에게 가방을 책상 위에 얹어 놓으라는 말을 수십 번 했다. 아니면 가방 지퍼를 꼭 채우던지 그것도 하기 싫으면 방문을 닫아 두라고 해도 귀가 어두운 아들 녀석에게는 소귀에 경 읽기 인듯하다. 속이 터진다.
쭈니!! 나의 부름에 쭈니는 쪼르르 형아들 방을 나온 후에는 볼일을 본다. 플라스틱 배변판이나 화장실에 가서 주로 볼일을 해결하는 기특한 쭈니다.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는 과연 이 강아지가 배변훈련에 성공할 수 있을까? 하고 의심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약이었다. 쭈니는 화장실 배변훈련도 쉽게 적응했고 성견이 되면서부터 거의 배변 실수를 하지 않았다.
강아지 응가도 작은아이가 분명 다 치운다고 했는데 못 치우는 이유가 너무 많다. 강아지 응가가 배변판에 끼인다거나 화장실 매트에 묻는다던가 아니면 학원 가야 해, 학교 가야 해, 엄마 나 지금 바빠 등등 갖은 변명에 나도 자포자기했다. 이 또한 처음부터 내 몫이었음을 왜 몰랐을까...
형들이 등교하고 나면 쭈니는 거실을 배회한다. 그리고 다음 타깃을 발견한다. 뻔하다. 책꽂이에 꽂힌 책이다. 강아지 울타리로 책꽂이를 막아두었지만, 그 틈새를 놓치지 않는다. 책 모서리를 물어뜯는다. 이미 뜯겨나간 책이 수십 권이다. 책장 근처에 어슬렁거리기만 해도 쭈니!! 쭈니야!! 이놈!! 하고 갖은 협박을 해보지만 쭈니는 귓등으로도 안 듣는 눈치다. 어째 형아들 유전자가 너에게도 전해진 것일까? 소귀에 아니 강아지귀에 경읽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더는 두고 볼 수 없어 쭈니 방으로 들여보낸다.
오전 루틴이 이제 거의 끝나간다. 쭈니는 자기 방에서 언제 그랬냐는 듯 곤히 잠이 든다. 자면서도 간간히 나의 움직임에 미어캣 모드로 반응을 하지만 이내 천사가 된다. 가만히 두면 내리 3~4시간은 자는 것 같다. 강아지는 보통 12시간 정도 잔다고 하는데 쭈니도 하루에 그 정도는 자는 것 같다. 밤 10시만 되면 쭈니는 졸려한다. 침대에서 함께 잔 이후로 내가 거실에 앉아 있으면 내 발밑에서 잔다. 내가 안방으로 들어가면 귀신같이 쫓아와서 침대에 눕는다. 참 신기하다. 나만 졸졸 따라다니는 쭈니가 귀엽기도 하고 사랑스럽기도 하고 때로는 안 오면 허전하기도 하다.
쭈니에게 사랑을 주는 줄 알았는데 우리는 쭈니가 주는 무한대의 사랑을 받고 있었다. 쭈니를 키우기 전에는 전혀 궁금하지도, 알 수도 없었던 기쁨과 행복 그리고 사랑을 배우고 있다. 벌써 일 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니 그저 신기할 다름이다. 앞으로 쭈니와 얼마동안 함께 할 수 있을지 걱정하고 싶지 않다. 그냥 쭈니와 함께 하는 지금 최선을 다해 사랑을 나누고 싶다. 보드라운 쭈니를 어루만지며 사랑이 뿜뿜 새어 나오는 오늘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다. 쭈니야 사랑해 어제보다 오늘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