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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다락방 Jul 01. 2023

있는 그대로 사랑하기

쭈니는 우주 최강 미남이거든요!!

있는 그대로 사랑하기  

   

누군가를 사랑하는 데 이유가 꼭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고 남녀가 서로 사랑하는 데 어떤 뚜렷한 이유나 목적이 있지 않듯이 강아지도 마찬가지다. 귀여우니까 사랑스러우니까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우리 가족이니까 사랑하는 것이다.  

    

강아지를 입양하려 고민하고 있을 때 주위에서 대부분 ‘신중하게 생각해 봐라.’ ‘끝까지 책임진다는 마음이 아니라면 절대 입양해서는 안 된다’라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직접 키워보니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강아지가 주는 행복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반려견을 키우며 달라진 일상의 변화는 생각보다 파급력이 컸다. 일단 여행을 좋아하는 우리 가족에게 쭈니는 가장 큰 고민이었다. 어디에 가려고 해도 강아지가 동반되는지 알아봐야 했고 심지어 강아지가 동반되는 호텔이나 리조트는 일반 객실보다 비용이 훨씬 비쌌다.

     

캠핑도 마찬가지다. 요즘에는 그래도 강아지동반 캠핑장이 많이 늘어났지만, 여전히 갈 수 있는 곳이 제한적이다. 하물며 여행이 이런데 일상은 어떨까? 밥 한 끼 먹으려 해도 강아지 동반이 되는 식당인지 먼저 알아봐야 했고 쇼핑몰에 가려 해도 ‘강아지 출입 가능 여부’라는 검색을 먼저 해야 했다. 외출할 때는 CCTV를 켜놓고 가고 혹시나 쭈니가 짖을까 봐 늘 노심초사하며 수시로 쭈니를 확인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밤에 외출은 엄두도 못 낸다. 낮에는 꽤 오랜 시간 잠을 자는 쭈니 덕에 외출할 수 있지만 밤에는 사람이 안 보이면 작은 소리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짖었다. 누군가 늘 쭈니 곁에 함께해야 한다는 것을 이제는 가족 모두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인다. 때로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고 때로는 포기해야 하는 일도 있지만 여전히 쭈니를 막내로 입양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아마 영원히 이 생각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쭈니가 없는 우리 집은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집 안 구석구석에 쭈니의 흔적이 있다. 이 흔적이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기를 매일 기도한다.  

    

쭈니는 귀여우면서 꽤 잘생긴 녀석이다. 산책하러 나가면 늘 받는 외모 칭찬이 익숙하지만, 한가지 아쉬움이 늘 공존했다. 주위에서도 예쁘게 강아지 미용 좀 하지 왜 그렇게 집에서 미용하느냐고 묻곤했다. 사실 처음에는 남편의 제안 때문이었다. 어디에서 강아지 미용 관련 안 좋은 뉴스를 접하고는 절대 우리 쭈니는 다른 사람 손에 맡기면 안 된다고 했다. 자연스럽게 나도 그의 생각에 동의했고 가위부터 시작해 발바닥 전용 미용기, 바리캉까지 갖췄다. 처음에는 낯설고 어설픈 나의 실력에 쭈니의 귀여움도 급격히 쇠퇴했다. 남편도 첫 미용을 한 쭈니를 보더니 한마디 했다. 귀여운 우리 쭈니는 어디 가고 밤톨이가 왔느냐고.


하지만 이것도 자꾸 하다 보니 조금씩 솜씨가 늘었다. 처음에는 한 시간씩 걸리던 일이 이제는 제법 요령이 생겨 시간도 많이 줄어들었고 쭈니도 처음보다는 익숙하게 미용하는 시간을 받아들였다. 아이가 미용을 받다 힘들어하면 짠함이 밀려와 더 자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아도 포기했다. 조금 덜 예쁘지만 쭈니는 있는 그대로 사랑스러운 아이기 때문에 멈출 수 있었다. 이런 쭈니를 낯선 사람에게 그것도 두세 시간씩 맡겨야 한다니, 그것도 주기적으로? 쭈니가 얼마나 불안하고 힘들지, 상상만으로도 미안함이 밀물처럼 몰려온다. 좀 덜 예쁘면 어때? 쭈니는 우리 가족일 뿐 누군가에게 잘 보여야 하는 장식품이 아니다. 예쁜 옷을 입고 인형처럼 미용하고 여기저기 활보하는 강아지들 참 예쁘다. 하지만 나는 멈춘다. 나의 만족이 아닌 쭈니를 위해, 다시 한번 있는 그대로 쭈니를 사랑하기 위해.


앞으로도 얼마나 더 많은 사람에게 왜 강아지 예쁘게 털 안 자르냐는 질문을 받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당당하게 답하리라.

 “쭈니는 있는 그대로 우주 최강 미남이거든요!”



쭈니의 견생사 더 둘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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