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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다락방 Mar 22. 2023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4kg

    

쭈니가 처음 우리 집에 올 때 몸무게가 650g이었다. 나의 두 손 안에 폭 들어가는 크기였던 우리 집 막내 쭈니가 이제 4kg으로 두 손으로 들면 팔이 묵직할 만큼 몸무게가 늘었다. 예전에는 따뜻하고 폭신한 솜뭉치 하나를 안는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가득 찬 장바구니 하나를 들고 있는 느낌이다.


쭈니가 우리 가족이 된 지 벌써 5개월이 되어간다. 그동안 쭈니는 참 많이 변했다. 아기였던 시절 배변 실수를 너무 많이 해서 하루에 배변패드 열 장도 더 썼는데 이제는 거의 실수를 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배변패드를 쓰다가 쓰레기가 엄청 나오는 걸 본 후 다른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던 무렵 씻어 쓰는 배변판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배변훈련을 하는 중이었지만 과감하게 배변판에 도전했고 3개월 만에 쭈니는 완벽적응했다. 매번 씻어야 하는 수고스러움이 있지만, 배변패드보다는 환경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부지런히 배변판을 세척한다.

     

가끔 쭈니를 집에 혼자 두고 외출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항상 CCTV를 켜놓는다. 물론 장시간 집을 비우는 일이 거의 없긴 하지만 쭈니 혼자 집에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안 되니 불안함에 켜놓는다. 외출해서 가끔 혼자 잘 있나 싶어 쭈니를 확인하면 대부분 자고 있다. 사람이 없으니 더 많이 자는 것 같기도 하고 가끔 하는 외출이지만 혼자 있는 쭈니에 대한 미안함에 늘 부랴부랴 집으로 향한다. 이제 쭈니 없는 하루는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우리 가족 모두 변했다.

    

유난히 옷이나 양말을 사랑하는 쭈니는 가족이 외출하고 돌아오면 일단 양말을 벗긴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는데 이제는 집에 오는 손님의 양말마저 벗기려 해서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 온 듯하다. 그리고 빨래를 개려고 하면 부리나케 쫓아와서는 옷을 물고 본인만의 보금자리로 도망친다. 옷에 붙은 로고나 플라스틱 지퍼는 쭈니의 장난감이 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옷은 너덜너덜해지므로 빨래를 개야 할 때는 먼저 쭈니를 형아들과 방 안으로 보내야 한다. 다 개어놓은 빨래도 쭈니가 나오면 순식간에 난장판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우리 쭈니는 졸졸졸 엄마바라기다. 내가 어디를 가든 따라온다. 샤워를 할 때는 샤워부스 앞에 누워있고 화장실 문을 닫고 씻을 때는 문 앞에서 문 열라고 툭툭 건드린다. 세탁실에 들어가면 문 앞에서 딱 붙어 내가 나올 때까지 누워있고 식사를 준비하러 주방에 있으면 내 주변을 부지런히 돌아다닌다. 특히 저녁 준비하려고 칼질을 탁탁탁하면 애처로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본다. 바로 당근이나 사과 양배추 등 본인이 좋아하는 무언가를 썰고 있는 줄 아는 모양이다. 그런 모습이 귀여워 냉장고에서 쭈니 간식을 꺼내는 일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수의사선생님이 쭈니는 성견이 되어도 3kg~4kg 정도밖에 안 될 거라 했는데 이미 7개월 차에 4kg을 돌파했다. 쭈니가 목욕할 때 보면 배가 불룩하지는 않다. 흔히들 말하는 털 찐 강아지가 바로 우리 쭈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몸무게가 늘면 관절에도 안 좋으니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 온 것 같다. 고구마나 좋아하는 간식만 보면 달라고 난리가 나는 쭈니를 외면하는 일이 세상 제일 어렵지만, 이제는 단호해져야 한다. 우리와 더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아야 하니 쭈니의 건광 관리도 엄마몫이 되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따뜻한 4kg의 쭈니가 우리 가족이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너를 사랑해. 존재만으로도 사랑인 우리 쭈니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비비작가의 쭈니의 견생사 더 둘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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