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생에는 ‘너’로 태어나 주인은 ‘나’였으면 좋겠다
“배고파요.”
“나 쉬 쌌어요.”
“놀아줘요.”
“응가했어요.”
낑낑대면서 나를 부르는 네 목소리에 분명 달라진 아침을 마주하고 있는 요즘이야. 밤새 여기저기 귀엽게 싸놓은 응가를 치우고 나면 이내 맘마 먹자는 소리에 쏜살같이 너의 구역으로 돌진하는 모습을 누가 보면 며칠 굶긴 줄 알겠어.
기대하면 실망도 큰 법인데 기대할 어떠한 이유도 없으니 실망이 아닌 사랑스러움만 간직한 너. 똥 싸면 싸는 대로 오줌 싸면 싸는 대로 “이놈!” 한마디로 끝. 이래라저래라 더 잔소리할 이유가 없네.
온 가족 목소리를 한 톤 업시키고 어디를 가든지 네 걱정으로 빨리 집에 가요를 연발하는 아이들을 보면 분명 너는 우리 집 꿀단지임이 틀림없어.
처음에는 너를 반대했어. 나는 연년생 남자아이 둘 키우는 것도 능력치 밖이라 여기며 사는 사람이거든. 물론 내가 준 사랑보다 더 큰 행복으로 나를 채워주는 아이들이지만 반복되는 육아의 고단함에 나조차 감당하기 힘든 내 모습을 마주할 때마다 어디론가 숨고 싶었거든. 아이를 키운다는 건, 어른이지만 온전한 어른으로 성장하지 못한 나 자신을 발견하는 순간의 연속인 거 같아.
너를 간절히 원하는 아이들의 애원에 결국 나의 단호함도 무너졌어. 우연인 듯 운명인 듯 네가 우리 집에 처음 온 날을 잊지 못해. 온몸에 뽀얀 솜사탕을 휘두르고 얼굴에는 보석처럼 반짝이는 까만 바둑알 3개가 자리 잡고 있었지. 너의 애처로운 눈동자에서는 낯선 집, 낯선 사람들에 대한 두려움을 느낄 수 있었어.
하루도 지나지 않아 너는 금세 마음을 열어 우리에게 다가왔어. 쉴 새 없이 흔들어대는 너의 꼬리에 너를 안아줄 수밖에 없었고 멍멍하는 너의 목소리에 실시간 반응하는 너와 우리의 카톡 창을 차마 닫을 수가 없었어. 너는 분명 멍멍이라고 했는데 한국말로 들리는 건 가족이기에 가능한 무언가가 아닐까 싶어.
네가 우리 집에 온 지 이제 한 달하고 일주일이 지났어. 친엄마와 헤어져서 너무 힘들었을 너에게 새로운 아빠와 엄마가 생겼고 너를 누구보다 사랑으로 지켜주는 든든한 두 형이 생겼어. 비록 네가 원하는 삶은 아닐지라도 우리가 가진 모든 온기가 사라지는 날까지 너를 안아줄 거야.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삶을 너와 우리가 살아가고 있어. 그래서 감사한 요즘이야.
“쭈니는 좋겠다. 숙제 안 해도 되고, 학원 안 가도 되니까.”
하면서 너를 엄청나게 부러워하는 형들을 볼 때면 유치하지만 가끔 엄마도 그런 생각을 해.
‘쭈니는 좋겠다. 온전한 너로 사랑받을 수 있어서...’
강아지를 키우게 될 줄 몰랐습니다. 아이들의 성화에 못 이겨 시작된 동거지만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환상의 가족이 되었습니다. 매일 까르르 웃음 넘치는 아이를 볼 때마다 행복의 촉감은 더없이 부드럽고 쭈니가 주는 가정의 평온함은 수평선 너머 지는 노을처럼 잔잔하고 아름답습니다. 반려견을 키우지 않았을 때는 몰랐던 그 무수한 감정들을 하루하루 새롭게 느끼고 있습니다. 존재만으로도 사랑받아야 하는 이유는 충분합니다. 힘들지만 힘들지 않다고 더 크게 말할 수 있을 만큼 반려견은 사랑입니다. 우리 집 막내 쭈니는 사랑입니다.
낮잠 자는 모습도 사랑스럽죠?
세상 평온함이 묻어나지 않습니까?
우리 집 막내 쭈니입니다!! 자랑할 만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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