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다락방 Dec 03. 2022

다음 생에는 ‘너’로 태어나
주인은 ‘나’였으면 좋겠다

다음 생에는 ‘너’로 태어나 주인은 ‘나’였으면 좋겠다  

   

“배고파요.”

“나 쉬 쌌어요.”

“놀아줘요.”

“응가했어요.”


낑낑대면서 나를 부르는 네 목소리에 분명 달라진 아침을 마주하고 있는 요즘이야. 밤새 여기저기 귀엽게 싸놓은 응가를 치우고 나면 이내 맘마 먹자는 소리에 쏜살같이 너의 구역으로 돌진하는 모습을 누가 보면 며칠 굶긴 줄 알겠어.   

  

기대하면 실망도 큰 법인데 기대할 어떠한 이유도 없으니 실망이 아닌 사랑스러움만 간직한 너. 똥 싸면 싸는 대로 오줌 싸면 싸는 대로 “이놈!” 한마디로 끝. 이래라저래라 더 잔소리할 이유가 없네.

     

온 가족 목소리를 한 톤 업시키고 어디를 가든지 네 걱정으로 빨리 집에 가요를 연발하는 아이들을 보면 분명 너는 우리 집 꿀단지임이 틀림없어.  

    

처음에는 너를 반대했어. 나는 연년생 남자아이  키우는 것도 능력치 밖이라 여기며 사는 사람이거든. 물론 내가  사랑보다   행복으로 나를 채워주는 아이들이지만 반복되는 육아의 고단함에 나조차 감당하기 힘든  모습을 마주할 때마다 어디론가 숨고 싶었거든. 아이를 키운다는 , 어른이지만 온전한 어른으로 성장하지 못한  자신을 발견하는 순간의 연속인  같아.   

   

너를 간절히 원하는 아이들의 애원에 결국 나의 단호함도 무너졌어. 우연인 듯 운명인 듯 네가 우리 집에 처음 온 날을 잊지 못해. 온몸에 뽀얀 솜사탕을 휘두르고 얼굴에는 보석처럼 반짝이는 까만 바둑알 3개가 자리 잡고 있었지. 너의 애처로운 눈동자에서는 낯선 집, 낯선 사람들에 대한 두려움을 느낄 수 있었어.  

    

하루도 지나지 않아 너는 금세 마음을 열어 우리에게 다가왔어. 쉴 새 없이 흔들어대는 너의 꼬리에 너를 안아줄 수밖에 없었고 멍멍하는 너의 목소리에 실시간 반응하는 너와 우리의 카톡 창을 차마 닫을 수가 없었어. 너는 분명 멍멍이라고 했는데 한국말로 들리는 건 가족이기에 가능한 무언가가 아닐까 싶어.      

네가 우리 집에 온 지 이제 한 달하고 일주일이 지났어. 친엄마와 헤어져서 너무 힘들었을 너에게 새로운 아빠와 엄마가 생겼고 너를 누구보다 사랑으로 지켜주는 든든한 두 형이 생겼어. 비록 네가 원하는 삶은 아닐지라도 우리가 가진 모든 온기가 사라지는 날까지 너를 안아줄 거야.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삶을 너와 우리가 살아가고 있어. 그래서 감사한 요즘이야.


“쭈니는 좋겠다. 숙제 안 해도 되고, 학원 안 가도 되니까.”

하면서 너를 엄청나게 부러워하는 형들을 볼 때면 유치하지만 가끔 엄마도 그런 생각을 해.

‘쭈니는 좋겠다. 온전한 너로 사랑받을 수 있어서...’     


강아지를 키우게 될 줄 몰랐습니다. 아이들의 성화에 못 이겨 시작된 동거지만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환상의 가족이 되었습니다. 매일 까르르 웃음 넘치는 아이를 볼 때마다 행복의 촉감은 더없이 부드럽고 쭈니가 주는 가정의 평온함은 수평선 너머 지는 노을처럼 잔잔하고 아름답습니다. 반려견을 키우지 않았을 때는 몰랐던 그 무수한 감정들을 하루하루 새롭게 느끼고 있습니다. 존재만으로도 사랑받아야 하는 이유는 충분합니다. 힘들지만 힘들지 않다고 더 크게 말할 수 있을 만큼 반려견은 사랑입니다. 우리 집 막내 쭈니는 사랑입니다.   


   

낮잠 자는 모습도 사랑스럽죠?

세상 평온함이 묻어나지 않습니까?

우리 집 막내 쭈니입니다!! 자랑할 만하죠?



https://brunch.co.kr/@viviland/15


https://brunch.co.kr/@viviland/23


https://brunch.co.kr/@viviland/25


#반려견#견생사#반려견일기#쭈니#반려견은사랑입니다#애완견#강아지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