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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다락방 Dec 26. 2022

오늘도 너를 위해 ‘검색’을 한다

쭈니야 있는 그대로의 너를 사랑해

오늘도 너를 위해 ‘검색’을 한다

     

쭈니가 우리 집에 온 지 이제 두 달이 되어간다. 누군가가 이렇게  말했다. 반려견은 사랑으로 입양해서 지갑으로 키운다고. 두 달 만에 그 의미를 알아버렸다.

     

쭈니는 우리 집에 처음 왔을 때보다 몸무게는 3배로 늘었고 이제는 누가 아빠고 누가 형인지 아는 눈치다. 남편이 퇴근하고 오면 360도로 꼬리를 흔들며 반기고 장난꾸러기 작은형이 가까이 오면 으르렁거리며 기싸움을 한다. 내가 창가에 앉으면 좋아하는 장난감을 가지고 와 내 다리 곁에 앉아 온기를 나눈다. 어디를 가든지 소리 없이 따라다니니 한 발 내딛기 전에 주위를 확인하는 건 필수다. 작은형이 쭈니의 발가락을 실수로 밟았다며 눈물을 뚝뚝 흘리며 쭈니에게 사과한 날도 있었다.

     

처음으로 반려견을 키우다 보니 인터넷 검색은 필수고 유튜브는 교과서다. 반려견을 키우면 기저귀, 배변판, 배변매트, 강아지집, 방석 등등 준비해야 할 물품이 너무 많다. 무슨 제품이 좋은지, 어디서 사면 좋은지 몇 번의 검색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습득한다. 발톱은 어떻게 자르는지, 밥은 몇 번 줘야 하는지, 배변훈련은 어떻게 하는지 유튜브 시청시간이 늘고 있어 중간에 나오는 광고가 짜증 나기 시작해 광고 없이 볼 수 있는 유료전환을 고민하는 지경에 다다랐다.

      

거실에서 뛸 때마다 미끄러지는 쭈니를 보니 슬개골 탈구가 걱정된다. 슬개골 수술비보다 매트비용이 더 저렴하니 이건 분명 합리적인 소비라며 거실을 강아지 전용 매트로 도배한다. 아이들이 인형 뽑기로 획득한 인형들은 거실 여기저기서 쭈니의 장난감으로 물어뜯기고 있다. 전보다 분명 더 지저분해 보이는 거실이지만 지금 이대로 싫지 않다.

      

쭈니가 오고 난 이후 어린아이 하나를 새로 키우는 기분이다. 아니 어쩌면 더 고심하고 더 조심스럽다. 아이들은 울음이나 엄마가 알아차릴 만한 사인을 주지만 쭈니는 말이 없다. 저렇게 자면 허리가 아프지는 않은지, 왜 오늘은 사료를 덜 먹었는지 쭈니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물음표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오늘도 나는 반려견 보험을 드는  나은지, 매달 저축을 하는  나은지 부지런히 검색을 한다. 내일은  어떤 검색을 하게 될지…… 비록 지갑은 가벼워질지 몰라도, 비워진 지갑보다   기쁨과 행복을 주는 너를 위해 오늘도 나는 '검색'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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