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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다락방 Jan 03. 2023

너를 만나 울보 아빠가 되다

너를 만나 울보 아빠가 되다

    

쭈니가 가족이 된 후 아이들과 나 그리고 남편 우리 가족 모두 많이 변했다. 우선 아이들은 뭘 먹던지 항상 바닥에 음식을 흘리는데 쭈니가 오고 난 후 혹시나 쭈니가 주워 먹을까 봐 흘리자마자 부리나케 닦는 습관이 생겼다. 그리고 집에 머리카락이나 먼지가 보이면 수시로 청소기를 돌린다. 10년을 넘게 키웠는데 엄마를 도와주기보단 ‘엄마’를 외치며 늘 도움을 요청했던 아이들이었다. 요즘은 쭈니 덕분에 내 아들이지만 익숙하지 않은 아들의 새로운 모습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나는 아침 7시에서 7시 반이면 쭈니의 낑낑거림에 눈을 뜬다. 그리고 화장실로 쭈니를 부르면 쭈니는 화장실에 들어와 바닥에 시원하게 쉬를 한다. 우리 쭈니는 천재가 확실하다며 폭풍 칭찬과 함께 맛있는 간식을 투척한다. 그리고 밤새 쭈니방 어딘가 한 무더기 싸놓은 응가를 치우고 신선한 물과 아침을 준비해 쭈니에게 준다. 아직 아기라 배변 실수를 여기저기 해서 하루에 두 번씩 돌리는 세탁기도 이제는 싫지 않은 루틴이 되었다. 그리고 쭈니가 잘 때마다 몰래 사진을 찍는다. 아기들은 잘 때가 가장 예쁘다는데 쭈니의 자는 모습은 마치 아기천사같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어떻게 이런 천사가 우리집에 왔지? 하는 생각에 미소가 절로 새어나온다. 물론 우리 쭈니 천사는 잘 때뿐 아니라 24시간 예쁨이 한도 초과이긴 하다.



     

남편은 퇴근 후 집에 오면 본인을 가장 먼저 마중 나온 쭈니와 입맞춤을 한다. 쭈니의 꼬리가 하루 중 가장 활발하게 그리고 열정적으로 움직이는 시간이기도 하다. 남편은 쭈니가 집에 온 이후 어쩌면 가장 많이 변한 사람이기도 하다. 반려견 뉴스에 누구보다 귀 기울이고 어떤 날은 절대 우리 쭈니를 미용실에 맡기면 안 된다고 화를 내며 이야기한다.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어디서 봤는데 강아지 미용하는 어떤 사람이 강아지 학대를 했다며 본인이 마치 그 강아지 주인처럼 울분을 토하면서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니 역시 쭈니 아빠답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쭈니아빠 덕분에 이발기도 사고 미용가위도 사서 집에서 미용을 하기 시작했다. 손재주가 없는 내가 정성을 다해 쭈니 앞머리를 잘랐는데 쭈니를 본 남편이 한 소리한다. 예쁜이 쭈니를 호섭이처럼 만들어놨다며... ‘그럼 당신이 하지 그래?’라는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한 한 마디가 있었지만, 가정의 평화를 위해 안으로 삼켰다.


그리고 또 어느 날에는 자기가 어떤 뉴스를 봤는데 어떤 사람이 강아지를 유기했는데  그 강아지는 주인이 자기를 버린 줄도 모르고 주인 차를 열심히 쫓아갔다며 눈물이 나서 혼났다고 한다. 혹시 갱년기 아니냐고 물었지만, 남편은 쭈니가 우리 가족이 된 후 자꾸 그런 뉴스에 눈이 간다고 했다.  

    



울보 남편아!! 당신이 얼마나 쭈니를 아끼고 사랑하는지 우리 모두 알아요. 마음껏 사랑하고 마음껏 아껴주세요. 쭈니는 당신과 나의 막내아들이니까요^^

남편의 눈물이 어색하면서도 살짝 반가운 우리 부부는 사십 대 중반을 향해 가고 있다. 반려견으로 인해 우리 가족이 더 화목해지고 웃음이 넘쳐 날 것 같은 2023년이 기대된다. 쭈니야 사랑해 많이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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