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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다락방 Jan 29. 2023

미안해 미안해 중성화 수술 그 후


쭈니가 우리 가족이 된 지 이제 90일이 지났다. 겨우 석 달 지났을 뿐인데 마치 열 달은 품었다 세상으로 내어놓은 내 아이처럼 소중한 우리 집 막내가 되었다. 


쭈니는 수컷이다. 강아지를 처음 키우니까 뭐든 서툴다. 유튜브와 인터넷으로 쭈니를 키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쭈니가 다니는 병원 수의사 선생님 의견을 많이 참고하고 있다.  보통 강아지는 태어난 지 5~6개월이 되면 중성화 수술을 한다고 한다. 인터넷으로 중성화 수술의 장단점을 아무리 찾아봐도 어떤 선택이 쭈니를 위한 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강아지를 키우는 지인에게 물어보니 중성화 수술은 보편화되어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수술해도 된다고 답해주었다. 이럴 때 쭈니가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면, 내가 아닌 너에게 선택권이 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밀려온다. 모르겠다. 이번에도 수의사 선생님이 하자고 하는 대로 수술 날짜를 잡아버렸다. 

    

준비물을 물어보니 수술 후 넥카라가 필요하다고 했다. 티브이에서 보던 불편해 보이는 플라스틱 넥카라를 쭈니에게 씌우고 싶지 않아 천으로 된 폭신하고 가벼운 넥카라를 주문했다. 그리고 수술 전날 쭈니는 12시간 동안 금식했다. 전날 밤 10시에 밥그릇, 물그릇을 치우니 쭈니가 쳐다본다. 밤새 목이 말라 낑낑거릴 쭈니 걱정에 나의 모든 신경이 온통 쭈니를 향했다. 자그마한 쭈니 목소리에도 여러 번 일어나 쭈니를 체크했다. 서로가 눈은 감았지만 잠들지 못한 불안한 밤을 보내고 수술하는 날이 밝았다. 쭈니는 일어나자마자 공복 토를 했다. 이건 이미 습득한 정보라 놀라지 않았다. 짠한 마음과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병원에 갔다. 병원에만 가면 여기가 병원이라는 걸 아는지 쭈니는 이까지 부딪히며 덜덜 떨었다. 특히 수술하는 날은 유난히 더 심하게 몸서리치며 떨었다. 미안하다 쭈니야...

     

수의사 선생님은 수술이 끝나고 회복되기까지 4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너무 걱정 안 해도 된다고 나를 위로했다. 위로받아야 하는 건 내가 아니라 쭈니인데. 심란한 마음으로 계속 기도했다. 드디어 오후 2시. 쭈니를 만나러 갔다. 기운 없이 축 늘어진 쭈니를 보니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했다. 넥카라를 씌우는데 쭈니가 불편한지 이리저리 발버둥 치는 바람에 계속해서 미안하다 미안하다가 내 입 밖으로 나왔다. 아픈지 계속 낑낑대는 쭈니를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형아들과 아빠가 애썼다고 하며 쭈니를 위로했지만 쭈니는 반응이 없다. 


어색한 넥카라 때문인지 아니면 수술 후 통증 때문인지 쭈니는 계속 끙끙 앓는 소리를 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 너무 힘들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가끔 아프면 열이 40도 가까이 올라 축 처져 누워만 있었던, 지난날이 떠올랐다. 당시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젖은 수건으로 몸을 닦아내고 밤새 체온을 체크하며 뜬눈으로 아이 곁에서 밤을 지새우는 것뿐이었다. 아이가 아프면 대신 아프고 싶은 것이 부모 마음인데 쭈니가 아픈 걸 보니 그때 마음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쭈니는 쉬를 할 때도, 응아를 할 때도 너무 힘들어 괴성을 지르고 360도 회전을 하며 괴로워했다. 몸서리치는 쭈니를 보더니 둘째가 미안하다며 운다. 너를 아프게 해서 미안해. 


그나마 다행은 사료를 입 근처에 갖다 대면 쭈니가 조금씩 먹었다. 수의사 선생님도 특식보다는 평상시 먹던 음식을 주는 게 훨씬 낫다고 해서 늘 주던 대로 주었다. 

     

오늘이 수술한 지 삼 일째다. 쭈니는 여전히 하루 대부분을 누워있고 사료는 여전히 입에 갖다주어야 먹는다. 배변할 때 고통은 조금씩 줄어드는 것 같지만 여기저기 실수를 한다. 그마저도 짠하다. 화장실에서 쉬하는 똑똑한 우리 쭈니인데...


갑자기 남편이 기분이 이상하다고 했다. 쭈니가 분명 우리 집에 있는데 사흘 내내 쭈니가 곁에 없는 느낌이라며 너무 조용한 집이 어색하다고 했다. 어디를 가든 진득이처럼 나를 따라다니던 쭈니인데 사흘 내내 거의 자기 방에만 누워있는 아이를 보니 더 마음이 아프다. 


너에게 이런 고통을 줘서 미안해. 미안해.

내일부터는 아프지 말고 더 건강하게 더 행복하게 살자. 꼬리 마음껏 흔들고 형아들과 장난하던 우리 집 귀염둥이 막내 쭈니로 얼른 돌아오기를 엄마는 오늘도 기도해. 쭈니야 미안해 미안해.     



비비작가의 더많은 쭈니의 견생사 둘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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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강아지#중성화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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