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큼 내일 더 사랑해 줄게
어떻게 너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
사람이 아닌 동물에게 이리 마음을 뺏길 줄은 몰랐다. 아침에 해가 뜨면 가장 먼저 나를 깨우는 것은 쭈니(우리 집 막내 강아지 이름)이다. 긴긴 겨울 방학이 시작되어 나도 아이들처럼 늦잠 좀 자볼 요량이었는데 첫날부터 실패로 돌아갔다. 보통 아이들이 학교 갈 때는
7시쯤 울리는 핸드폰 알람에 일어나 쭈니 아침을 챙겨준다. 자다가도 알람 소리에 눈을 번쩍 뜨고 밥통으로 직진하는 쭈니를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새어 나오곤 한다. 하지만 이 녀석 배꼽시계가 너무도 정확한 게 문제다. 아침 7시부터 부스럭거리기 시작하더니 7시 반을 넘기자 내 머리 위로 올라갔다가 다리 밑으로 내려갔다가 침대 위에서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8시가 넘어가자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요리조리 피해 보지만 배고픔에 허덕이는 강아지를 이길 재간이 없다. 결국 일어나 사료통 뚜껑 여는 소리에 벼락같이 쫓아온 쭈니는 며칠 굶은 강아지처럼 허겁지겁 아침을 먹는다. 사료를 다 먹고 나면 어디 흘린 사료는 없는지, 밥그릇 앞뒤부터 옆과 밑까지 싹 훑어야 쭈니의 아침 식사 루틴이 끝난다.
아이들은 겨울 방학이 시작되어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점점 늦어지더니 요즘은 깨우지 않으면 해가 중천에 올라와도 한밤중이다. 점심때쯤 일어나면 아침 한 끼는 챙기지 않아도 되니 나도 굳이 깨우지 않는다. 아기는 자는 모습이 가장 예쁘다고 하는데 그 아기가 커도 여전히 자는 모습이 세상 제일 예쁘다. 하물며 사람도 자는 모습이 예쁜데 강아지 자는 모습은 천사가 따로 없다. 몸을 동그랗게 만들어 자기도 하고 배를 발라당 까고 잘 때도 있다. 자다가 자세가 불편하면 짧은 다리로 내 배를 지지대 삼아 이리저리 다른 자세로 바꾼다. 쭈니와 동침하면서 수면의 질은 낮아졌을지 몰라도 행복의 밀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오르락내리락하는 쭈니의 핑크빛 배에 손을 올려놓으면 따스한 쭈니의 온기가 나의 손가락을 지나 심장까지 그대로 전달되는 것 같다. 곱슬한 하얀 털뭉치에도 그 온기가 스며들어 있어 쭈니를 안고 있으면 손난로가 필요 없을 정도로 포근하다. 하지만 천사도 잠에서 깨면 악동으로 돌변한다. 개춘기가 온 건지 한동안 잠잠하던 매트 물어뜯기를 다시 시작했고 장난감 인형은 하얀 솜이 밖으로 다 나와 너덜너덜해졌으며 성하던 벽지마저 갈기갈기 찢어놓기 시작했다. 내 마음도 찢어진다 쭈니야!! 강아지 전용 매트가 얼마짜리인데, 벽지 그거 도배하려면 아이고 쭈니야. 이 놈하고 혼을 내도 말갛고 반짝이는 까만 두 눈으로 엄마 왜 불렀어?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쭈니를 나는 안아줄 수밖에 없다. 더 사랑하는 사람이 지고 사는 수밖에.
강아지를 산책하다 다른 강아지를 만나면 늘 물어보는 말이 있다. 몇 살이에요? 사람에 비해 유난히 짧은 강아지의 수명을 알기에 나이 많은 강아지를 만나면 늘 마음속으로 기도한다. 우리 쭈니도 저 강아지만큼 오래 살게 해 주세요. 누가 강아지 수명연장 신약을 개발해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강아지를 키우기 전에는 절대 알 수 없었던 수많은 감정을 느끼고 배우는 중이다. 사람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 말로 글로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언가가 나를 성숙하게 한다. 이런 너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니. 쭈니야 오늘만큼 내일 더 사랑해 줄게. 사랑한다 내 새끼.
쭈니의 견생사 더 둘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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