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 좀 치웁시다!!
지금 지켜보고 있다
쭈니(우리 강아지 이름)를 키우면서 하루에 한 번 많으면 두 번 정도 산책한다. 산책길에 다양한 사람과 강아지를 만난다. 더불어 길에는 수많은 강아지 똥이 나와 우리 강아지를 기다리고 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쭈니는 용케 길거리에 널린 똥을 잘 피한다. 말라비틀어진 똥이야 피하기가 쉽지만, 간혹 방금 싼 똥 근처로 쭈니가 다가갈 때면 나도 모르게 큰 목소리로 “지지야.” 소리치며 목줄을 급하게 당긴다. 근방을 두리번거려 봐도 누가 범인인지 찾을 수가 없다. 너무 많은 개가 공원에 있기에. 사실 범인은 강아지가 아니라 그 똥을 보고도 못 본척한 강아지 키울 자격 없는 주인이다. 길거리에 방치된 강아지 똥은 강아지를 키우든 안 키우든 모두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특히 쭈니를 키우며 나는 강아지 목줄을 잡은 사람들의 손을 유심히 쳐다보는 버릇이 생겼다. 배변 봉투를 들고 있는지 의심하는 눈초리로. 세상에는 분명 좋은 반려인이 훨씬 많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물을 흐리는 건 미꾸라지 한 마리다. 나쁜 반려인들로 인해 내 강아지가 원망의 시선을 받는 현실이 너무 가슴 아프다.
오늘 산책길에 나도 그 시선을 받고 말았다. 쭈니는 늘 비슷한 장소에서 똥을 싼다. 오늘도 쭈니는 늘 싸던 그곳에 자리를 잡았고 엉덩이가 이내 벌렁벌렁하더니 곧 개봉박두를 알렸다. 배변 봉투함을 열었는데 아뿔싸 빈 통이다. 어제 분명 마지막 봉투를 쓰면서 집에 돌아가면 바로 봉투를 넣어야지 생각했는데 딱 거기까지였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똥을 놔두고 쭈니를 안았다. 그때 내 주변에는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여자아이 둘이 있었다. 쭈니가 쭈그려 앉을 때부터 그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꼭 저 아줌마 개똥 치우나 안 치우나 확인하려는 듯. 내가 쭈니를 안고 집으로 향하자 둘이서 속삭인다. 들리지는 않았지만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분명 저 아줌마 진짜 개념 없다. 저러니 강아지들이 욕을 먹지. 신고해 버릴까? 공원이 똥밭인 이유가 있어 등등.
나의 계획은 얼른 집으로 가 배변 봉투를 챙겨 다시 나올 작정이었다. 구차하게 그녀들에게 아줌마가 봉투를 깜빡해서 집에 가서 봉투 가지고 와서 저 똥 치울 거라고 해명하고 싶지 않았다. 공원이 집 근처라 얼마나 다행인지. 그녀들의 시선을 한껏 받으며 후다닥 뛰어가 봉투를 챙겨 다시 공원으로 향했다. 마음속으로 그녀들이 아직 공원에 머물러 있기를 바랐다. 나 그런 아줌마 아니야, 우리 강아지 그런 시선으로 보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다. 다행이었다. 그녀들은 쭈니 똥 근처에 있었다. 그녀들이 보라는 듯 나는 초록색 배변 봉투를 크게 벌려 똥을 회수했다. 그제야 그녀들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린다. 봐봐 저 아줌마 아까 봉투가 없어서 그랬나 봐. 다행이다. 나도 다행이었다. 오해는 받았지만, 오해로 끝나서. 쭈니를 키우며 단 한 번도 배변처리를 하지 않은 적이 없다. 가끔 봉투를 깜빡하면 지금처럼 다시 그 자리로 가 배변을 회수했다.
한때 강아지 똥 파파라치 제도를 만들자는 이야기에 아파트 커뮤니티 게시판에 난리가 난 일이 있다. 개새끼부터 시작해 강아지 키울 자격 없는 멍멍이가 멍멍이를 키워 그렇다는 둥 온갖 막말이 오갔다. 사람이 문제인데 여기에서도 강아지 탓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 집 밖으로 나오는 모든 강아지한테 기저귀를 채우라는 이야기부터 강아지 똥을 안 치우는 사람 사진을 찍어 게시판에 올려 망신을 주자는 이야기까지. 결국 강아지 똥 파파라치 제도는 논란거리만 던진 채 사라졌다. 쭈니를 키우지 않았다면 읽지도 않았을 댓글을 읽으며 나 또한 상처를 받았다. 그들의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것도 아니다. 나 또한 강아지 똥 안 치우는 사람은 극혐이니까. 하지만 동물은 죄가 없다. 왜 무식한 주인 때문에 강아지가 욕을 먹어야 하는지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
오늘도 누군가의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산책하는 쭈니가 안쓰럽다.
제발 반려인 여러분!! 개똥 좀 치웁시다!!
지금 당신을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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