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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다락방 Oct 24. 2023

13살 태어나 첫 면접을 보다

간절히 기도하며 또 바랐다

기숙중학교 면접 보는 날

  

오늘은 아이의 기숙중학교 입학 면접이 있는 날이다. 새벽 4시 30분 알람이 울린다. 온기 가득한 이불을 벗어나 서늘한 공기를 마주하고 몸을 부지런히 움직였다. 오늘의 목적지는 전라북도 부안. 우리 집에서 그곳까지 거리는 246km. 차가 안 막히면 3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곳이지만 주말에 막히면 답이 없는, 도착 예정 시간이 계속 늘어나는 마법의 목적지가 되는 곳이다. 평소보다 일찍 움직인 덕분에 3시간 안에 무사히 도착했다.

     

지난주 1차 서류전형에 통과한 날 아이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진짜? 정말? 믿을 수 없다는 말로 기쁨을 표출했다. 자기소개서를 준비하고 면접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아이는 흔들리지 않았다. 고단함이야 있었지만, 그 학교에 가고 싶은 마음이 더 컸기에 아이는 고통의 시간마저 차분히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면접을 준비하는 아이도 그것을 지켜보는 엄마도 최선을 다해 준비했지만, 시험이라는 두 글자에 긴장이 증폭됐다.    

  

13시 10분. 드디어 아이가 면접장으로 들어갔다. 이제 내가 할 일은 기도하는 일뿐이다. 아이가 다니고 싶은 중학교는 주변이 황금 들녘으로 둘러싸인 시골에 있다. 추수가 끝난 들판은 풍성함보다는 적막감이 맴돌았다. 가을을 재촉하는 바람이 제법 차가웠다. 추위를 피해 차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밖에 있을 때보다 더 떨린다. 초조하다. 면접장 안에서 아이가 어떤 마음으로 있을지 너무 잘 알기에 나만 따스한 차 안에 머무는 것이 미안했다. 다시 문을 열고 스산한 바람을 맞았다. 그리고 여기저기를 서성였지만, 시선은 면접장 입구로 향했다.


시간이 지나자, 아이들이 하나둘 빠져나왔다. 그런데 들어간 지 한 시간 하고도 반이 지났는데 우리 아이는 아직 그곳에 머물러 있었다. 무슨 문제가 생긴 건 아닌지 불안했다. 면접장 입구로 눈과 귀를 더 집중했다. 그제야 아이의 모습이 보인다. 목에 두른 이름표를 선생님께 반납하고 인사를 하며 아이가 나온다. 볼은 붉게 물들었고 표정은 굳어있었다. 첫마디가 엄마 나 어떡해. 두 문제나 대답을 못 했다며 낙담했다. 자기가 가장 마지막 순번이었는데 대기실에서 너무 오래 기다리다가 면접장에 들어가니 긴장을 너무 해서 눈앞이 깜깜해졌다고. 아뿔싸. 일단 위로를 했다. 괜찮아. 너는 최선을 다했고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우리가 할 일은 기다리는 일뿐이라고 해주었다. 아이에게 괜찮다고 수고했다고 잘했다고 등을 두드렸지만 내 마음은 쉽사리 진정되지 않았다. 행여나 나의 마음을 아이에게 들킬까 봐 차가 막히니 어서 집으로 돌아가자며 화제를 돌렸다. 휴게소에 들렀지만, 잘 먹는 아이가 먹는 일에도 시큰둥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이는 긴장이 풀렸는지 내내 잠만 잤다.

     

삼일 뒤 결과가 나온다. 합격할 경우와 불합격할 경우의 수를 생각해 본다. 합격하면 축배를 드는 일은 너무도 다양하고 쉬워서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에 나는 또 어떤 위로를 아이에게 건네야 할지 고민한다. 혹여 아이가 그날 본인이 더 열심히 최선을 더 했더라면 하고 자신을 탓할까 두렵다. 대부분의 초등 6학년이라면 안 겪어도 될 긴장을 엄마가 선사해 준 것 같아 미안하다. 그리고 만약 그것이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면 아이가 괜히 이런 경험을 선사한 엄마를 원망하지는 않을지 두렵다. 엄마는 끝까지 비겁하다.  

    

그리고 삼일 내내 기도했다. 간절히 기도하며 또 바랐다. 어떤 결과를 얻더라도 아이가 단단해질 수 있는 시간이 되고 이 또한 새로운 경험으로 받아들이게 해달라고.

     

많고 많은 오늘 중에서 어떤 날은 그날이 된다. 그날에는 아쉬움, 후회, 미련, 슬픔, 기쁨, 아픔 그 어떤 특별한 감정이 스며있게 마련이다. 아이에게 선사한 오늘이 특별한 그날이 되지 않기를 소망한다. 나 또한 그날이 무심히 보낸 일상의 하루였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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