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흑심
삼식이의 여름방학이 끝났습니다
한국학교의 가장 좋은 시스템은 누가 봐도 급식인 것 같다. 밥, 국, 3가지 반찬에 후식까지 완벽하다. 하루 한 끼지만 음식을 하지 않아도 되니 엄마인 나로서는 학교가 그저 고마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름방학이 시작되었고 나는 삼식이 엄마로 다시 회귀했다.
방학이 시작되기 전날, 내일부터는 늦잠을 실컷 자도 되니 늦게 일어나자고 아이들에게 제안했다. 이 제안에는 나의 흑심이 들어있었다. 느긋하게 10시쯤 일어나 아점을 주고 늦은 오후에 점저를 준 뒤 혹시라도 배가 고프다고 하면 간식을 좀 챙겨줄 생각이었다. 저녁을 안 차려도 되니 삼식이가 아닌 두식이 엄마로 방학을 버텨볼 요량이었다.
하지만 이 흑심은 첫날부터 실패했다. 늦잠 자는 것까지는 성공했으나 아이들은 일어나자마자 배가 고프다며 아침을 달라고 했다. 아침을 먹은 뒤 두 시간 남짓 지났으려나 첫째가 점심은 언제 먹냐며 물었다. 혹시 배가 고프냐고 물으니 그렇다는 대답에 그건 거짓 배고픔이라는 어이없는 항변을 해보았지만, 아이들의 배고파 배고파 소리에 나는 점심을 준비해야 했다.
10시에 아침을 먹고 12시에 점심을 먹은 아이들이 오후 3시쯤 되니 간식은 없냐고 또 물어보았다. 하지만 뭐든 잘 먹는 첫째와 뭐든 덜 먹는 둘째 때문에 나는 집에 과자나 간식거리를 쟁여 두지 않는다. 첫째는 간식이 있으면 그것을 다 먹고 밥을 먹어서 문제, 소식하는 둘째는 간식을 먹으면 배불러서 밥을 못 먹는다고 해서 문제이기 때문이다. 방학에도 과자부스러기 하나 찾아볼 수 없는 싱크대 문을 아이들은 몇 번이나 열어보며 우리 집은 거지야? 엄마 진짜 너무한 거 아니냐며 하소연했다. 하지만 이 또한 너희들의 건강을 위한 일이라는 나의 답에 아이들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평소 간식으로 집에 있는 과일이나 삶은 고구마나 감자를 주거나 어쩌다 호떡 같은 수제 간식을 만들어 주곤 한다. 그리고 더운 여름이면 특별 서비스로 아이스크림을 사주기도 한다. 정말 과자를 먹고 싶다고 하면 얼마씩 돈을 주고 직접 먹고 싶은 과자를 사 오라고 시킨다. 얼마 안 되는 돈에 아이들은 과자의 달콤한 맛에 빠질 수 있고 나는 잠시나마 평화를 맛볼 수 있다.
방학 첫날부터 과자를 먹은 아이들은 행복해 보였다. 그리고 저녁이 되었다. 갑자기 불안이 엄습해 왔다. 역시 또 배고프다는 첫째와 저녁을 안 먹어도 된다는 둘째. 나의 예상은 빗나가질 않았다. 여기서 두뇌가 가동된다. 다이어트가 필요한 첫째에게는 소량의 밥을 주고 둘째에게는 평상시와 같은 양의 밥을 주어야겠다는 생각에 다시 주방에서 부지런히 몸을 움직였다. 그렇다. 나의 계획은 방학 첫날 수포로 돌아갔다. 아점, 점저, 간식이 아니라 아침, 점심, 간식, 저녁 그리고 식후 간식까지 챙겨주고 말았다. 그리고 그것은 불행하게도 방학 내내 나의 루틴이 되어버렸다. 두식이 엄마의 간절한 바람은 끝내 이루어질 수 없었던 첫사랑이었던 것일까?
삼식이 엄마로 한여름을 보냈다. 방학 내내 아이들은 엄마의 정성과 사랑이 담긴 음식을 먹고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 라며 스스로 위로해 본다. 그리고 마침내 삼식이 엄마는 개학을 맞아 긴 휴업에 돌입하게 되었다.
다시 한번 대한민국 급식 만세!!
그런데 겨울방학은 두 달이라는. . .암울한 소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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