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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소천사맘 Apr 05. 2023

여자 소방관만 완?

  

여자 소방관으로 일하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119 센터는 구급대원 3명이 출동할 때도 있지만 교육, 출장 또는 육아휴직 등으로 인원이 부족한 때에는 구급차 1대에 2명이 출동하는 경우가 많다. 구급대원 1명, 운전하는 구급대원 1명이 출동한다. 엘리베이터가 있는 아파트는 바퀴가 달린 아파트형 들것 들고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여 이송할 수 있으나 엘리베이터가 없는 아파트나 빌라에서는 계단을 내려오며 환자 옮겨야 할 때가 많다.     



복도식 아파트에 구급 출동을 갔다. 보호자가 날 보자마자 짜증 내며 말했다. “여자 소방관만 완?(여자 소방관만 왔어?), 남자 소방관은 더 어서?”(남자 소방관은 더 안 왔어?)


여자 소방관이 구급 출동 가면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볼 때가 많다. 일일이 대응하지 않고 환자 상태를 살폈다. 50대 중반의 아저씨가 화장실에서 넘어져서 발목 통증을 호소하고 있었다. 오른쪽 발목 부위가 퉁퉁 붓고 열감도 느껴졌다.




바닥에 누워있는 아저씨의 오른쪽 다리를 냉찜질한 후 부목으로 고정하고 세로로 길쭉하게 생긴 분리형 들것을 분리하였다. 부침개 뒤집개 2개처럼 생긴 길쭉한 분리형 들것을 양옆으로 환자를 뜨면서 고정했다. 차에서 안전띠를 매는 것처럼 환자가 이송 중에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분리형 들것에도 벨트가 있다. 벨트로 환자의 몸을 고정하여 기관원(운전하는 구급대원)은 환자의 머리 부분인 들것 부분을 잡고 나는 환자의 다리 부분 들것 잡고 이동한다.




가지고 온 구급용 가방 잽싸게 등에 메고 분리형 들것 들고 계단 4층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계단 내려갈 때 높이를 잘 맞추어야 한다. 계단 내려갈 때 들것 높이를 조절하지 못하고 내려간다면 환자도 구급대원도 계단에 미끄러지면서 낙상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 내려갈 때마다 들것을 허리 위로 올리며 신호를 주고받고 내려왔다. 이마와 등에 땀이 흐른다. 이번 환자는 100㎏이 넘고 키도 크고 다리도 길어서 들것 밖으로 다리가 나왔고 들것도 휘어지기까지 했다. 이차적인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 기울이며 내려왔다. 오늘따라 1층이 멀어 보인다. 1층 앞에 세워 놓은 구급차가 보이기 시작한다. 마지막까지 팔과 다리에 힘을 주어 보지만 팔과 다리가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구급 차량에서 꺼내 놓은 주 들것(병원에서 쓰는 침대처럼 생긴 것을 변형하여 만든 들 것) 위에 분리형 들것 올리고 환자를 구급차로 이송한다. 환자 이송할 때 힘들어 보이는 나를 보며 고생한다며 함께 들어주시는 사람도 있지만 곱지 않은 시선으로 째려보며 불평하는 사람도 있었다. 수많은 구급 현장에서 다급하게 응급처치하고 나서 환자를 들어주었는데 고맙다고 표현하고 며칠 뒤 민원을 거는 때도 있었다.



민원이 걸릴 때면 화도 나고 슬프다. 소방관을 그만둘까 생각도 해본 적도 있다. 그렇지만 그런 사람은 일부일 뿐이고 나의 도움을 필요한 사람들이 있기에 힘을 낸다. 내가 소방관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은 다 해도 민원은 생길 수 있고 체력과 신체적인 부분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남자 소방관처럼 환자를 업고 내려올 수 있는 체력 만드는 게 쉽지 않지만, 구급 출동을 나갔을 때 신속하게 응급처치하고 들것 번쩍 들고 내려올 수 있는 강한 체력을 만들고 민원도 슬기롭게 이겨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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