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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소천사맘 Apr 07. 2023

소방관도 사람이우다

여자 소방관이라 남자목욕탕을 들어갈 때 난감할 때가 많다.


남자 소방관과 함께 출동하지만 상황에 따라 남자목욕탕에 들어가야 할 때가 있다.

혈압, 당뇨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 오랜 시간 사우나를 하다가 쓰러지거나, 미끄러져서 다치는 경우가 많다.

소방서에는 남자직원이 많아 익숙하긴 하지만 목욕탕만큼은 쉽지 않다.​


“띠리릭, 구급 출동, 000 남자목욕탕, 실신 추정, 구급 출동 바람.”


차량에 올라타자마자 신고자와 통화를 시도한다. “구급 출동 중인 소방관입니다. 환자 말을 할 수 있는 상황인가요?”


“응, 말도 햄시난. 빨랑 옵써. 000 남자목욕탕 탈의실로 옵써.” 전화를 바로 끊어버렸다.

(응, 말도 하고. 빨리 오세요. 000 남자목욕탕 탈의실로 오세요)



아저씨 한 명이 목욕탕 앞으로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술에 잔뜩 취해 보였고 횡설수설 말을 했다.


“아저씨, 아픈 데 있나요? 의식을 잃으셨나요? 고혈압이나 당뇨 있나요?”


“지금은 괜찮으난. 나 집에 데령가줘. 내 집 000이난이.”

(지금은 괜찮아. 나 집에 데려다줘. 내 집 000이야)​


“제가 임의로 판단할 수가 없어서 의료지도 선생님께 문의하겠습니다. 잠시만요.”


119 종합 상황실로 전화를 걸었고 정신을 잃은 이유가 모호해서 의료지도해 주는 선생님께 상황을 알렸다.

혈당 체크와 혈압 측정해 보고 특이사항이 없으면 이송거부확인서를 받고 사무실로 돌아가라고 했다.


“혈압 하고 당뇨만 체크해볼게요.”

“빨랑해.”(빨리 끝내)


혈당측정기와 혈압 측정해 보니 혈압은 120/80 혈당 90이었다. 단순주취자로 비응급 상황이라 이송거부확인서를 받고 돌아가려고 했다.


“죄송합니다. 현재 응급상황이 아니라고 판단됩니다. 죄송하지만 댁으로는 모셔다 들릴 수 없고 택시가 필요하시면 콜택시 불러 드릴게요. 이송거부확인서 받을게요”


“이 C 발, 뭐가 잔말이 많아? 나 집에 데령가라고.” (나 집에 데려가 줘) 술에 취한 아저씨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노려보았다. 잠시 뒤 ‘짝’ 하는 소리가 나며 나의 얼굴에 뺨을 때렸다. '만화에서 보던 장면이 나에게 일어나다니. '선명하게 얼굴에 빨갛게 손자국이 남았고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함께 온 남자 소방관이 아저씨 팔을 잡고 데려갔다. 나는 현장에서 멍하니 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오른쪽 뺨이 따끔하고 아팠다. 주르륵 눈물이 났다. 말로만 들었던 내가 폭행을 당하다니. 잠시 뒤 경찰관이 왔고 아저씨를 폭행으로 데리고 갔다. 나는 구급차를 타고 오는 내내 눈물이 쏟아졌다. '이러려고 소방관이 된 게 아닌데.'



" 술에 취해 소방관을 때리거나 폭행은 하지 말아 주세요. 소방관이기 전에 저도 소중한 사람이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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