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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아 고마워 9화

병실에서 만난 할머니 온기

by 미소천사맘


입원치료를 받으며 약을 바꿔보고, 주사도 맞아봤지만 통증은 여전히 내 몸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다. 마치 용암에 발을 담근 것처럼, 뜨겁고 따갑고 참을 수 없이 아팠다. 밤이면 이 통증은 더 짙어져 잠조차 잘 수 없었다. 밤새 뒤척이며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과연 나을 수 있을까?”

“이 고통의 끝은 존재할까?”


끝이 보이지 않는 가시밭길을 맨발로 걷는 기분이었다. 희망은 자꾸만 멀어졌고, 나는 점점 작아졌다.


그러던 어느 날, 같은 병실에 계신 할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난소암 판정을 받고 입원 중이라는 그분은 이미 살 날이 많이 남지 않다고 담담히 말씀하셨다. 그런데 놀라운 건, 그분의 얼굴에 미소였다.


“그래도 나는 하루하루가 고맙고 좋아. 아침마다 햇살이 얼마나 따뜻한지 몰라.”


그녀는 아픈 손으로 조용히 뜨개질을 하고 있었다. 손주에게 줄 거라며 분홍색 실을 바늘에 꿰어가며, 여전히 세상과 이어져 있었다. 다정하고 담담한 말투는 내 마음 어딘가를 꾹 눌렀다.


그 순간, 나는 알았다. 지금 이 고통을 이겨낸다고 해도 인생은 언제든 또 다른 아픔을 던질 수 있다는 걸. 하지만 그럼에도, 누군가는 미소를 잃지 않고 하루를 살아낸다는 사실이 내게 힘이 되었다.


오늘도 나는 견뎌본다.

그녀의 따뜻한 마음 하나로.

이 고통의 끝에는, 아주 작고 단단한 희망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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