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은 어떤 경험을 하였을까?
고립 친구들과 3번의 친목 모임 이후에 연구에서 실제로 필요로 하는 이들의 경험과 지원 방안 등을 알기 위해 2번의 인터뷰를 추가로 진행하였다. 나는 지금까지 2번의 친목 모임에 참여하였으나 마지막 모임은 개인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3번째 모임에서 친구들은 영화를 보고 그 영화의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사전 모임의 성격인 친목 모임이 끝나고, 이제 본격적으로 이들의 경험을 듣기로 하였다. 인천에 거주한다는 점만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 다른 경험과 은둔 생활을 한 배경, 그 과정에서 느낀 점들을 대화 형식으로 들었다. 이 인터뷰가 진행되기 전 친구들에게 연구의 목적, 인터뷰 녹음 여부, 인터뷰 중 인터뷰를 중단하거나 빠져도 된다는 등의 내용을 자세하게 설명하였다. 그리고 말하고 싶은 수준까지 말할 것을 요청하였다. 이들의 동의를 구한 후 약 1시간 30분 남짓 첫 번째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친구들의 경험은 다양하였다. 가정과 학교에서 폭력을 겪거나, 취업이 어려워 자존감이 낮아지고, 혹은 성적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성적인 피해 등 여러 이유로 고립의 생활을 시작하였다. 이들은 본인들이 겪은 어려움의 시간을 홀로 견뎌 내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친목 모임에서 추측할 수 없었던 이들의 경험들은 매우 무거웠다. 이들이 버텨낸 그 경험들은 누구에게 말할 수 없었던 힘들고 아픈 시간이었고, 이 경험들이 현재 추억이 아닌 추억이 됨으로써 지금 이 자리에서 솔직하게 말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였다. 담담하게 이들이 겪어낸 시간과 느낌을 말하면서 과거에 고민과 걱정, 아픔들이 같이 묻어 나왔다. 이들은 왜 타인이 당하지 않는 특별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가?
혹자는 고립하는 청소년과 청년들의 대부분은 부모들이 부모 되는 역할에 충실하지 못하여 그런다고 주장한다. 일정 부분 맞는 부분도 있다. 과도한 부모의 기대, 혹은 부모의 책임 회피 등 상당 부분 부모의 책임이 크다. 그러나 부모들이 있어도 이들은 본인들의 고통을 쉽사리 말하지 못하고, 말하더라도 사회적으로 묵살된 경험이 있었던 이유도 있다. 정확하게 고립의 원인은 명확하지 않고, 이유는 다양하다.
이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나의 청소년과 20대 시절을 되짚어보았다. 홀로 있기 좋아하는 나는 언제나 조직이나 모임에서 외지인 같았다. 나는 왜 그렇지라는 질문을 밥 먹듯이 하였다. 누군가와 관계를 맺기보다 홀로 있길 좋아하였다. 나는 지인들로부터 독특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 독특하다는 말에서 좋은 의미보다는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의미가 많이 묻어 있었다. 이 말을 듣지 않기 위해서 나 다운 삶을 살지 않고 상대방이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한 적도 있었다. 다만 이러한 행동들이 나를 향한 일종의 폭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