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3. 23.
처음은 언제나 설레는 법. 나의 3월 23일은 막 터지려는 꽃봉오리처럼 부풀어 오른 마음과 함께했다. 처음으로 그대의 생일을 함께 축하하러 가는 길, 이런 내 설레는 마음을 아는 건지 아니면 그대의 생일을 축하하는 건지, 날씨가 제법 봄 같아졌다.
그대의 생일인 만큼, 그대가 같이 부르길 원했던 노래를 열심히 연습했다. 내가 그대의 시간을 놓치기 전에 좋아했던 노래 중 하나여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흘러버린 시간만큼 내 머리는, 입은 예전 같이 노래를 빠르게 익히지 못했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SNS에 다른 팬지들이 정리한 사진을 커닝 페이퍼처럼 핸드폰에 저장했다. 부디, 당일날만큼은 내가 버벅거리지 않고, 그대에게 웃음을 선물할 수 있는 그런 한 명이 될 수 있길 바라고 또 바랐다.
그대의 수많은 솔로곡들을 다시 복습하면서, 미처 몰랐던 그대의 노래를 알아갔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그 노래들을 아껴줄 수 있게 됐다. 그리고 그렇게 새로이 알아간 그대의 노래는 나의 가혹한 3월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었다. 사람에게 혼자 상처받고, 일에 허덕이고, 벌려놓은 내 일들을 수습하기 바빴다. 조금만 내 발짓이 멈추면 그대로 꼬르륵 저 심해로 가라앉을까 두려워 버둥거리고 또 버둥거렸다. 그렇게 표정 없는 얼굴로 지쳐가는 나에게 그대의 목소리는 짙은 바다 위에 내려앉은 하얀 부표 같았다. 잠시 그대의 목소리를 끌어 안고나서야 빙긋 미소 지은 채 둥둥 현실을 부유했다.
그대의 생일을 처음 함께 축하한 시간은 참 새로웠고, 행복했다. 이런 유사연애의 감정을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그대가 전하는 말과 표현이 그저 좋았다. 이제는 잠을 잘 잔다는 그대의 말에 마음이 놓였고, 앞으로도 그대의 밤은 깊은 잠으로 채워지길 바랐다. 그대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고, 한껏 샘솟는 애정을 누를 수 없었다. 그대의 노래를 복습하면서 가장 좋아했던 ‘너라는 책’을 생생한 그대의 목소리로 들었던 순간은 뭔가 뭉클했다.
‘너라는 책’, 퇴근하고 집에 와선 다시 책 작업을 하던 날이면 항상 함께하던 노래였다. “여기 하이라이트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부분 하이라이트 우리 설레는 얘기 있는 곳 몇 번을 봐도 여긴 또 설레어” 그대의 달콤한 목소리에 설레며 지친 눈꺼풀을 들어 올렸던 날들이었다. 그 노래를 직접 들으니 헬륨 가스로 채워진 풍선처럼, 행복으로 가득 채워져 좌석 위로 둥실 떠오를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23일의 여운은 다음날도 사그라들지 않았다. 여전히 그대의 목소리가 귓가를 맴도는 것 같은 기분과 함께 미소로 일요일을 맞이했고, 하루종일 내 귓가를 한 곡으로 가득 채웠다. 바로 ‘하늘에 내 마음이’였다. 그대의 솔로 활동의 시작을 응원한 기억이 어느 순간 흐려져 있는데, 토요일 이 노래를 듣는 순간 잊힌 기억들이 다시 떠올랐다. 내가 이 노래를 얼마나 좋아했었는지, 왜 좋아했었는지. 학원 갔다 집에 오는 길, 깜깜한 밤하늘에 엄마 차를 기다리고 서있던 내 귓가에는 그대가 하늘을 향해 보내는 마음으로 가득했었다.
옛 기억을 떠올리며 뭉클했고 그리고 안도했다. 내가 그대의 솔로 앨범을 1집까지만 기억하는 것은 아니구나. 나 생각보다 그대의 솔로활동을 열심히 응원했구나. 그대들의 노래를 복습하는 동안 마음속에 미안함이 샘솟았는데, 그래도 내가 그렇게 못난 팬은 아니었구나라는 자기 위로가 떠올랐다. '하늘에 외치겠어'. 그 한 소절에 내가 얼마나 찡했는지를 눈앞의 그대의 목소리로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그간 마음에 담아둔 미안함 때문이었을까. 일요일에 듣는 ‘하늘에 내 마음이’는 내 눈물을 자극했다. 처음 틀자마자 어디선가 뜨거운 무언가 울컥 올라왔다. ‘아직 네게 못해 준 게 너무 많아’ 가사 한 줄, 한 줄이 내 마음 같이 느껴졌다. 그래서 첫 곡이 끝날 때까지는 티슈를 들고선 펑펑 울었다. 분명 그대의 생일을 맞이한 콘서트였는데, 선물은 내가 받은 것 같았다. 그대와 함께 웃고, 그대가 속삭이는 노래로 황홀하기 그지없던 하루를 선물 받았다. 하지만 나는 그대가 홀로서기를 하겠다고 열심이었던 그때, 나는 그대를 온전히 응원하지 못했다. 그런 부족한 팬인 나는 그대에게 준 것이 없는데 받기만 하는 것 같았다. 그대에게 받은 것이 많아서, 나는 그렇게 그대에게 미안함을 펑펑 쏟아낼 수밖에 없었다.
눈물을 찍어 누르며 글을 마무리하는 오늘, 하늘이 참 파랗다. 그리고 그대의 미소처럼 환한 꽃이 만개했다. 햇빛에 빛나는 꽃처럼 환한 그대여, 오늘도 그대는 미소 가득한 하루를 보내길 바라. 나는 그런 그대의 미소에 함께 미소 짓고 있을 테니. 나의 후회 어린 마음과 사랑을 이렇게 하늘에 띄워 보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