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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이안 Dyan Jun 11. 2024

사랑이 영원하다면

2024. 06. 08. 

내 책을 검색하면, 어떤 온라인 서점에서는 분류를 편지글로 하더라구. 그래서 오늘은 진짜 편지처럼 써보려고 해. 수신자가 그대들인지, 아니면 우리들인지는 모르겠어. 모호한 수신자를 달고 왜 이런 편지 형태의 글을 쓰냐고 묻는다면, 글쎄…모르겠어. 주말 내내 이 감동을 지독한 감기처럼 마냥 앓고 앓았는데, 그 감동과 내 감정을 오롯이 담아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이것밖에 안 떠오르더라구.


사실 토요일의 나는 나약한 정신력과 함께 컨디션도 엉망이었어. 꼭 중요한 날이면 달거리가 찾아오거든. 그래서 참 귀신같이 그런 날은 몸이 먼저 자제하라는 듯이 브레이크를 걸고선 무기력해지게 만들어. 거기다 난 바지 밑단이 비에 젖는 걸 끔찍하게 싫어하는데, 집 밖으로 나온지 20분 만에 약국을 찾다가 다 젖어버린 거 있지. ‘이 상태로 그대들을 위해 부산을 가는 것이 맞나’라는 나약한 생각이 들더라고. 그렇게 부산을 향하는 차대절 버스에 올라서는 버스의 티비에 나오는 게릴라콘서트와 스케치북 영상에 의지했어. 언제나 내게 기운을 주는 건 그대들이었듯이, 오늘도 화면 속 그대들을 보며 궂은 날씨가 앗아간 내 기분과 의지를 다시 되살릴 수 있었어.


부산을 적시는 빗 속에도 우리들의 마음은 젖지 않았어. 아니, 어느 때보다 더 뜨겁게 타올랐던 것 같아. 그대들이 무대에 등장하자마자, 약속한 듯이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섰어. 그리고 그대들을 향해 힘껏 함성을 내질렀어. 누군가 호흡으로 소리가 끊기면, 다른 누군가 그 소리를 더 크게 이어갔어. 2층, 3층에 자리 잡은 우리와의 거리도, 하늘에서 하염없이 쏟아지는 빗방울도, 우리를 막지 못하게 말이야. 무대에 리프트를 타고 올라오던 검은 정장의 그대들이 우리를 온전히 느끼길 바랐어. 그렇게 우리의 마음이 그대들에게 닿아, 오늘의 무대에서 그대들이 빗 속의 해가 되어 빛나길 바랐어.


오늘은 특별한 날이었잖아. 다섯 명이 모두 함께 옛날의 드림콘서트 같은 무대에 오르는 날이니까. 그래서 다섯이 함께 느끼던 옛날의 그 감동을 재현해주고 싶었어. 그때처럼 우리의 마음은 영원하고, 그 함성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어. 다섯 명, 아니 우리까지 여섯 명 모두가 벅찬 마음으로 집에 갈 수 있길, 오늘로 다시 우리의 역사에 새로이 남을 하루를 만들어내길. 아마 오늘 이 자리에 임하는 우리는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을 거야. 우리는 그대들을 위해 모이면, 한없이 강해져. 오늘만큼은 그대들이 이 세상에서 최고여야 하는 날이기에, 오늘도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최고가 됐어. 지난날의 추억이, 오늘의 마음이, 그리고 내일을 향한 기대가 모여 오늘의 풍경을 만들었어.


무대 위 그대들은 오늘도 우리를 향해 사랑을 그려 보였어. 눈빛, 몸짓, 표정 하나하나가 말해주고 있었어.

하늘빛 은하수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그대 모습,

손짓으로 우리를 가리키는 모습,

우리에게 엄지 척을 들어 보이는 모습,

우리의 목소리를 더 잘 들어보겠다고 인이어를 빼는 모습,

노래와 노래 사이의 진행에서 빠지지 않고 우리에게 고맙다 말하는 것까지.

그대들의 행복감이 그렇게 전광판 위에 그려지고 있었어.

그런데 말이야, 그대들의 마음이 이제는 말이 아닌 눈빛으로 우리에게 닿아. 말하지 않아도 그대들이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고마워하는지를 그 눈빛을 보면 알 수 있어. 전광판에 비치는 그대들의 눈빛이 사랑을 말해. 그리고 고마움을 전해. 그럼 우리는 다시 그대들에게 더 큰 소리로 고마움을 전해. 그게 우리가 서로에게 사랑을 전하는 방식이야.


그대들이 싱글벙글 웃는 모습이 연신 화면에 잡히는 것을 보니까, 캡틴을 향해 “부산, 기대하세요”외쳤던 내 말이 헛된 말이 되지 않아 다행이다 싶었어. 그대들에게 함박웃음을 선물할 수 있는 하늘빛 은하수에 나도 하나의 별로 자리 잡을 수 있어서 행복했어. 나는 오늘 우리의 함성과 우리를 향한 그대들의 표정을 잊지 못할 거야.


먹지 않아도 배부르다는 말, 오늘은 알 것 같아. 행복해.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잠에 들지 못할 만큼 행복에 취했어. 언젠가 그대들이 인생의 날들을 돌아봤을 때, 손에 꼽히는 날이 오늘이었으면 좋겠어. 그리고 나도 그대들의 기억에 함께 자리 잡고 싶었어. 그대들의 기억 속에 오늘의 함성이 또렷이 남아있길, 우리들의 별빛이 그대들의 기억에 환하게 자리 잡길 바라고 또 바래. 그래서 오늘이 그대들의 기억 속에서 영원히 빛났으면 좋겠어, 그대들처럼 말이야.


있지. 사랑이 영원하다면, 그것은 우리의 모습일 거야. 그대들을 향한 하늘색 별빛의 푸른 은하수. 그리고 그 은하수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다섯 남자들처럼 말이야.




누군가 팬심을 묻거든, 고개를 들어 팬지를 올려보게 하라

우리는 최고였고, 앞으로도 최고일 거야.

https://www.youtube.com/watch?v=hHikddL6cbI


이 날의 감동에 아직도 벅차있어서 결국 먼저 올려 버립니다.

god와 fangod의 관계성을 너무 자랑하고 싶었거든요. 




타이틀 사진 출처 : (트위터) 오리꽥꽥 @fang55555d

하단 동영상 출처 : (유튜브) 노갈희 GARHEE N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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