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소설의 장르는 무엇인가
나는 개인적으로 장르 소설이라는 말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이건 마치 "역전 앞" 같은 뉘앙스 같다. 어떤 소설이든지 장르가 없는 소설은 없다. 그런데 장르 소설이라니. 말뜻 그대로 '모든 소설'이 되어 버린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또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예전에는 소설이냐 소설이 아니냐 정도로 문학을 나누었다. 조금 더 깊게 들어가면 실제 기반의 소설이냐 완전 허구냐 정도의 범주에서 소설을 썼다. 하지만 지금은 다양한 주제와 기획으로 글을 쓴다. 특히 웹소설이 대중화되면서 "와, 이런 것도 소설을 쓰는구나" 할 정도로, 예전 같으면 금서로 취급될만한 소설들이 쏟아진다.
즉, 많은 작가가 별의별 장르를 파생해서 만들어냈다. 그래서 "제 소설은 이겁니다!"라고 딱 잘라 말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남녀의 사랑 이야기인데 과거도 갔다 미래도 갔다가 환생도 했다 가족 관계도 얽히고 뭐 그럽니다"라는 걸 장르로 딱 잘라서 어떻게 말할까? 그래서 로맨스가 아닌 로맨스 판타지라는 장르가 만들어졌다. 사실 "로맨스 판타지"만으로도 부족하지만 어쨌든 사랑 이야기가 밑바닥에 깔린 환상적인 이야기를 통칭해서 부른다.
이 "환상"이라는 단어는 참으로 마법의 단어다. 완전 황홀한 이야기를 뜻하기도 하고 완전 말도 안 되는 허구를 뜻하기도 한다. 그래서 나도 "환상 소설"을 쓰는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 '환상'을 소설 장르의 하나인 '판타지'로 받아들여(영어 뜻은 같지만) 자칫 내가 전사와 마법사의 이야기를 쓰는 작가로 오해를 사기도 한다.
그래서 좀 더 근접한 장르 표현이 필요한데 이게 바로 '공포'다. 그런데 공포를 쓰지만 공포가 아닌 글도 있다. 나는 분명 무서운 감정으로 썼는데 보는 사람에 따라 전혀 무섭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설명할 때 퉁쳐서 "공포 씁니다"라고 한다. 이건 내가 다른 공포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도 느끼는 감정인데 공포 소설을 읽는다고 등골이 오싹함을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출판사는 장르 구분을 해야 하고 딱히 적당한 장르가 생각나지 않아 '공포'로 구분 짓고는 한다.
결국, 이렇게 인정하기는 싫지만 '문학적인 글이냐 아니냐에 따라' 나뉘는 것 같다. 물론, 이건 개인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장르 소설 하면 여전히 가볍고 특이한 글을 쓰는 독립 작가 정도로 인식하는 게 현실이다. 그럼 문학적인 글은 또 뭔가? 이런 주제는 오래전부터 끊임없는 논쟁거리였지만 이것도 정답은 없다. 하지만 분명 느낌적인 느낌이라는 게 있다. J.K 롤링을 억만장자로 만들고(사실은 자기가 만든) 권위 있는 문학상까지 수여 받은 해리포터를 사람들이 "문학"보다는 "오락"이라고 부르는 이치와 같다.
나는 내 글을 문학적인 글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글이 되려고 노력도 하지 않는다. 나는 철저히 즐겁고 재미있으면 그만인 글을 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장르 소설이라는 말을 인정하고 써야 하지만 그래도 덜 쓰려고 하는 편이다. 게다가 일반인들은 장르 소설이라고 이야기하면 모른다. 콕! 집어 장르를 알려줘야 하기에 "공포 소설"이라고 이야기한다.
공포가 하나의 장르로 인정받는 시대는 지나갔다. 공모전만 보더라도 장르에 공포(호러)가 빠져 있는 경우는 심심치 않게 본다. 공포도 이제는 장르 소설의 대범주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공포 소설이라고 말한다. 오랫동안 시대를 풍미했던 문학 장르인 공포, 내 장르를 내가 사랑해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