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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쁘렝땅 Nov 21. 2022

나는 어쩌다 글쓰기를 시작했나

긴 여행의 시작

원래 제목은 "나는 어쩌다 작가가 되려고 했나"였다. 그런데 당시의 기억을 되살려 보니 나는 작가가 되려고 글을 쓴 건 아니었다. 진짜 순수하게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기 위함이었고 그래서 제목을 바꿨다.


내가 글의 첫 삽(첫 키)을 뜬 건 2007년이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서 본다면 무려 15년 전이다. 그리고 그 마음을 먹게 된 계기는 다시 2001년으로 올라간다. (거의 20년 전이다...)


당시 나는 출, 퇴근이 정말 먼 회사에 다녔다. 왕복 4시간 거리를 지하철과 버스로 다녔는데 특히 지하철에서 보내는 시간이 80%였다. 당시에는 지금같이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이라 지하철에서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딱 세 가지였다. 잠을 잔다(물론 앉았을 경우). 음악을 듣는다. 책을 본다.


음악이야 이어폰을 귀에 꽂으면 되니 해결이 됐는데 문제는 눈이 심심했다. 그래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나는 어릴 때부터 비주류 장르를 좋아했다. 그중에서도 공포, 미스터리는 정말 어른들이 이상한 애가 아닌가 생각할 정도로 좋아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장르 소설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지금에서야 장르 소설이라는 말이 아무렇지 않게 쓰이지만 당시만 해도 장르 소설이라는 말이 없었다. 그저 공포물, 미스터리물 정도였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일명 "장르 소설"이라 불리는 장르의 책을 정말 찾기 힘들었다. 국내 작가는 거의 찾을 수 없어 그나마 제한적인 국외 작가의 책을 찾아야 했다. 그래서 접하게 된 작가가 스티븐 킹이다. "에이~ 뭐야 스티븐 킹은 워낙 유명한 작가잖아."라고 말씀을 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길 가는 사람을 붙잡고 물어보시라. "혹시 스티븐 킹 아세요?" 그럼 반 이상은 고개를 갸웃할 것이다. 그만큼 킹 옹(난 이렇게 부른다)도 국내에서는 주류에 속하는 양반은 아니다. 오히려 킹의 원작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가 더 유명할 거다.


사실 그때까지 난 나 자신이 긴 글을 썩 잘 읽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웬걸. 나는 긴 글에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긴 호흡보다는 짧은 호흡의 글이 더 재밌었다. 그래서 단편집을 찾기 시작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킹 옹도 단편에 이상하리만치 집착했던 양반이라 단편집을 꽤 많이 내놓은 상태였고 킹 옹의 단편은 모조리 읽어 내려갔다. 


하지만 한계에 다다랐다. 단편은 예나 지금이나 비주류 시장이었고 돈이 되려면 장편을 써야 했다. 그래서 단편, 특히 장르 소설은 해가 지날수록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 이럴 거면 그냥 내가 써보면 되지 않을까?'


이게 출발이었다. 하지만 출발선을 넘고 한참의 시간이 지나서야 첫 삽을 떴다. 사회 초년생에게 글쓰기는 사실상 사치였다. 그렇다고 작가가 되기 위해 전직을 할 수도 없었다. 그렇게 '먹고 사는 직업'에서 어느 정도 경력을 쌓고 지위를 쌓자 글쓰기에 대한 싹이 트기 시작했다.


첫 글은 뭐였는지 모르겠다. 메모장에 쓴 글이었는데 외장 하드디스크가 날아가는 바람에 같이 사라졌다. 뭐, 상관없다. 글은 또 쓰면 되니까. 사실 그 시절에 쓴 글을 지금 본다면 내 손모가지를 부러트리고 싶어질 정도로 형편없는 글이 분명할 거다.


그렇게 지금까지 단편 소설을 쓰고 있다. 물론 막무가내로 쓴 건 아니었다. 나름의 검증을 거쳐 '내가 정말 글을 써도 되는가'에 대한 과정을 거쳤고 그에 관한 이야기는 다른 글에서 다뤄보기로 하겠다.


대부분 글을 쓴다고 하면 거창하거나 어렵게 생각하는데 그런 거 하나 없다. 글은 아무나 쓸 수 있고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는 여러분도 쓸 수 있다. "뭐래, 글 쓰기가 얼마나 어려운데."라고 반문 하시겠지만 우리는 살아오면서 많은 글을 쓰고 있고 소설이든 에세이든 뭐든간에 지금껏 여러분들이 쓴 글의 연장선일 뿐이다. 내가 생각하기로 글을 쓴다는 건 결국 얼마나 지속해서 쓸 수 있는가의 문제같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김철수입니다."

"안녕하세요. 살인자를 쫓는 김철수입니다."

"안녕하세요. 무자비하게 악랄한, 악마도 포기할 살인자를 쫓는 김철수입니다."


극단적인 예지만 어떤가? 그렇게 어렵지 않다. 그러니 '나도 한 번 글을 써 볼까?'라는 생각을 가졌다면 바로 써보기를 바란다. 당신의 가슴 깊은 곳에서 꿈틀거리는 욕망과 상상력이 손끝을 타고 나올 수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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