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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쁘렝땅 Nov 21. 2022

최초의 수익은 1만 5천 원

글써서 돈 벌수 있어?

지인들이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게 있다.


"그래서... 글 써서 돈은 벌어? 아니, 아무리 취리마도 그렇게 오래 썼으면 돈좀 벌 수 있지 않나? 그게 뭐 운동 같이 몸으로 소비하는것도 아니고 등단이나 서점에 팔 수 있잖아."


맞는 말이다. 그리고 이 물음의 저변에는 "너가 돈 좀 벌었다고 하면 나도 하거나, 아니면 내 자식이라도 시키려고."가 깔려 있다.


그러면 나는 웃으며,


"만 오천 원 벌었어."라고 이야기해 준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오래전 인터파크에서 이북 서비스를 한 적이 있다. (2008년이었나...) 이 이북 서비스는 지금의 이북과는 거리가 조금 있었는데 자기가 쓴 글을 인터파크에 올리고 가격을 매겨서 팔 수 있었다. 당시 나는 중편을 한 편 썼었는데 그 글을 인터파크에 올리고 5천원 이라는 가격을 매겼다. 왜 그 가격을 매겼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하루에 한 번씩 통계 페이지에 들어가 책이 팔렸나 확인하는 게 일이었다. 엄청나게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궁금했다. 판매를 목적으로 한 최초의 책이니 말이다. 하지만 며칠은 감감무소식이었다. 그럼 그렇지. 내가 무슨 책으로 돈을 벌겠냐.


그러던 어느 날 내 책에 별점이 달렸다. 응? 별점이라고? 그리고 통계 페이지에 들어갔다. 판매 수익 "5천 원". 진짜다. 내 책이 팔렸다. 아? 이게 가능한 일인가? 어안이 벙벙했다. 그리고 인터파크가 이 요상한 이북 서비스를 중지하기까지 두 권을 더 팔아 총 세 권을 팔고 수익은 1만 5천 원을 기록했다.


"풋, 하루 알바를 해도 그거보다는 많이 벌겠다. 그게 뭐냐 만 오천 원이."


뭐, 나에게 금액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내가 정말 글을 써서 돈을 벌 수 있나 증명을 했다는 데 있다. 인터파크 회원 중, 이북에 관심 있는 회원 중, 장르 소설에 관심이 있는 회원 중, 세 명이 내 책을 샀다. (그런데 이 역사적인 글이 날아가 버렸다...)


난 이 통계를 얻은 것만으로도 대성공이었다. 그리고 자신감을 얻었고 계속 글을 써야겠다는 추진력을 얻었다. 그 후로는 글만 썼다. 상업적 도전은 하지 않다가 약 1년 전 이북을 출간했다. 셀프 출판이 가능한 출판 대행 플랫폼을 이용했고 epub 제작부터 표지 제작까지 내 손으로 모든 걸 끝냈다.


이북의 성과는 약 1년의 세월 동안 17권을 팔았고 총 1만 7천 원의 수익을 올렸다. 왜 이렇게 수익금이 낮으나면 책의 가격이 단돈 천 원이었기 때문이다. 가격은 천 원이었지만 ISBN까지 발급받아 낸 정식 책으로 메이저 서점에도 모두 올라갔었다. (지금은 내용 수정 및 출판사 변경 작업으로 출간 중지)


신기한 건 홍보를 일절 하지 않았는데도 17권이나 팔았다는 데 있다. 홍보 생각은 하지도 않았지만, 이북은 그 특성상 SNS에 홍보하기가 굉장히 힘들기 때문에 어차피 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누군가 내 책을 사주고 읽었다. (감사합니다)


최근에는 종이책을 준비 중이다. 뭐, 예상하기로 종이책도 수익금 3만 원 넘기는 힘들 것 같지만 단 한 명의 독자가 내 책을 봐준다는 것에 의의를 두기 때문에 수익금은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그분이 내 책을 읽고,               

"장르 소설계의 미친놈이 나타났다!!!"라고 동네방네 떠들어주길 바랄 뿐이다.


글 써서, 또는 책 내서 돈을 번다고? 그거 다 꿈이고 허황이다. 수천, 수 만권 팔아야 먹고 살 만큼 번다. 꿈을 짓밟자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적어도 얼마의 시간, 노력이 들어가야 돈을 벌 수 있는지 가늠을 해보고 마냥 긍정적인 생각보다는 냉정하게 판단하며 달려가자는 이야기다. 내가 굳이 적나라하게 내 수익을 공개하는 이유도 이에 해당한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지만 그러기에는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정보가 될 수도 있기에 가감 없이 공개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천원이 됐든 만원이 됐든 여러분이 피땀 흘려 쓴 글이 팔렸다면 자랑스럽게 여기자. 지나가던 모르는 사람이 독자가 된 영광의 순간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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