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헤우소>
"해야 할 일은 많은데 하기 싫어요. 몸만 바쁘지 실속 없이 살아가는 느낌. 미루는 게 아니라 골라서 하는 것 같아요."
"우선순위는 정해져 있는데, 하고 싶은 것만 골라서 하느라 바쁘다는 거지?"
"그쵸. 그래서 바쁘게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늘 불안해요. 그걸 해소하려고 바쁨으로 뿌듯함을 채우고. 그런 답이 정해져 있는 고민을 해요.“
늘 고마운 나의 아라에게.
너보다 하루를 바삐 쪼개어 움직이는 사람을 본 적 없어.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하다는 말은 네가 만들었니?
매일을 어떻게 보내는지 궁금하다. 아라는 자신을 사랑하는 것만큼 취미, 가족, 친구 모두 사랑하잖아. 대부분이 그렇다지만 너의 애정은 특히 열렬하니까.
누구보다 삶을 귀하게 여기는 아라의 하루는 무엇을 위해, 어디를 향해 흐르는지.
우선순위가 직장이나 학교처럼 공동체 안에서 책임이 약속되어 있고, 각자 할당된 역할이 수반된 일이라면 '해야 하는 일'에 속하는 거야. 최우선.
고로, 너와 네가 속한 집단의 발전을 위해 수행되어야 하는 일에는 선택권이 없다. 해내야지.
라는 답을 기대한 건 아니잖아. 이미 알고 있는 '정답'인데. 우리는 일반적 기준에서 눈을 조금 돌려 보자.
중요도를 책정하는 일에는 '가치관'이 섞여. 어떤 이는 행복, 어떤 이는 자기 계발. 자행으로 결과를 변화시킬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야.
나의 가치관은 '자존감'이야. 행동으로 옮기기 전 '보람을 얻는가', '당당할 수 있는가' 같은 소박한 항목을 고려한 후 움직여. 그러면 그 길에는 전부 '나를 위한 일'과 '해내고 싶은 일'만 있다.
척하지 않아도 옳은 일을 위해 힘쓰게 되고, 떳떳한 삶을 살게 돼. 비단 나 하나의 자존감이 아니고, 주변 사람들이 나를 앎으로서 본인의 가치가 함께 올라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
지난주인가. 별안간 2023 버킷 리스트에 추가된 항목이 있어. 들으면 대부분 그걸 왜 하냐 할 거야. 시간 아깝고, 필요도 없고, 굳이. 차라리 다른 걸 해 라면서.
그럼에도 하려는 이유는 '성취한 날의 내가 세상에서 가장 멋있을 것 같아서'야. 나를 더 자랑스럽게 여길 거라는 기대감. 나의 동기 부여는 그런 데에서 와.
계산한 적 없어서 득실은 모르겠다. 그냥 하고 싶으니 하는 거지. 도움 되거나, 도움 되지 않거나 둘 중 하나라면 '해가 될 가능성'같은 건 전혀 없으니까.
누군가 나의 도전으로 인해 동기 부여를 얻는다면 더할 나위 없지. 사실,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그렇잖아?
아라야, 우리 사회는 뭐든 매기는 걸 참 좋아해. 채점을 하고, 급을 나누고, 숫자로 환산하지. 하지만 사람 나고 사는 일에 채점표는 없어. 그러니 사회적 관념이 개인의 가치를 함부로 재단하게 두면 안 돼.
무슨 뜻이냐면, 타인의 행복에 대해 ‘틀렸다’ 말할 수 있는 권리 같은 건 애초부터 없다는 거야.
인간은 고유해. 저마다 응시하는 지점이 다르고, 가야 할 길이 달라. 가족과 오손도손 함께하는 식사보다 스터디 카페에서 빵 한 조각 때우는 것만 내일을 위한 노력이고, 좋아하는 친구에게 한끼 사는 것보다 주식하나 더 사는 게 미래를 위한 투자의 전부가 될 수 없어.
가족이 우선이면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발전이 목표라면 자신과 고단히 싸워야지. 부가 귀하면 돈을 아끼고, 정이 귀하면 사람을 아끼면 된다.
보람을 느끼는 자체로 가치관과 부합하다는 증거이니 절대 남과 비교해 얻을 수 없어.
불안감의 근원은 '틀린 답인 걸 알아서'잖아. 애초에 정해진 답 같은 건 없어. 각자 지향점이 다른 건 모두 고유한 사정을 지녔기 때문이야. 남들이 정한 기준과 거리를 두었기에 실현된 결과물. 궁극적인 성취를 위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그걸 해내고 마는 것. 그게 답이야.
최태성 선생님이 그랬어. 꿈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가 되어야 한다고. 가치관이 생겨야 너의 선택을 뒷받침할 근거와 목표가 생겨. 되고 싶은 사람이 되어 보자. 우선순위보다 더 우선인 너를 위해.
성공을 위하면 부족함만 보여. 부족한 환경, 부족한 학벌, 부족한 여건. 아쉬운 게 너무 많아. 그러니 가치관을 실현하기 위해 살자. 그래야 매일이 기회고 설렘이 돼. 온전한 하나의 삶.
괜히 인사를 하고 싶었어. 늘 고마운 우리 아라. 너와 함께 있는 동안에는 항상 귀한 사람이 된 듯한 착각에 빠져.
아라 주변 사람 모두 같은 생각일 거야. 매 순간 모든 이에게 진심을 다하니까. 너의 지인으로서 얻는 자부심은 내 마음가짐 덕이 아니고, 나에게 직접 보여준 '조아라의 가치' 덕분이야.
네가 아니면 운동이나 축구가 내 우선순위에 오르는 일은 없었을 거야. 배운 게, 배울 게 많아 늘 감사해. 아라가 나의 세상을 넓혀 줬어.
단언컨대, 내가 아는 아라는 허튼 일로 시간을 허비하지 않아. 네가 사랑하는 것들이 가리키고 있는 곳을 향해 GOAL을 만들어 내. 수많은 이벤트 중 가장 값진 걸 품게 될 거야.
매일 하고 싶은 것만 해. 조아라 삶은 조아라가 다 맞아. 네가 하는 모든 것이 너의 꿈인 거야.
나는 내 가치관대로 살기 위해 브런치를 시작했어. 작게나마 소리내며 세상 만상의 가치를 찾아 주고, 존귀함을 설명하고 싶었거든.
갇혀 있는 사람들에게 더 넓고 다양한 세상을 보여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
등 뒤에도 길은 있고, 몰랐던 좁은 골목길이 사실은 하나의 지름길이었다는 걸 알려주는 사람. 나의 직업과 취미를 사랑할 수 있는 이유 같아.
아라야, 너는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