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가훈은 "웃으며 살자."였다. 지금은 기억을 더듬어야 겨우 생각이 나는 가훈을 어렸을 적에는 입이 닳도록 자랑하듯 떠들고 다녔다. 그 때문이었는지, 나는 언제든 웃는 아이였고, 조금 삐뚤어져서 혼이 나거나 슬플 때도 입꼬리를 자꾸만 올리곤 했다.
나에 대해서 공부하자고 마음먹으면서, 나를 파악할 질문들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을 해봤다. 그 방법 중 하나가 100문 100답이었다. 나는 초록창에 얼른 [백문백답]을 검색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100가지의 질문에 답을 했다. 그다지 우유부단한 편은 아니라서 웬만한 질문에는 빠르게 답변했는데, 유독 시간이 오래 걸렸던 질문이 있었다.
"당신 인생의 좌우명이 뭔가요?"
좌우명, 나는 가훈을 좌우명 삼아 살아왔다. 가족에게서 나를 떼어내 생각한 적이 없는 나는 당연히 가훈이 내 좌우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새로운 삶을 살기로 마음먹은 다음 내 좌우명을 묻는 질문을 보니, 문득 내가 추구하는 삶의 방향이 모호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되고 싶고, 유지하고 싶은 태도가 무엇 일지에 곰곰이 생각했다. 나는 나를 가장 우선으로 생각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에게 언제든지 버팀목 역할을 해 줄 말이 필요했다.
생각해 보면 나는 남 눈치를 정말 많이 보며 살아왔다. 내 행동에 자율성이란 없었다. 남의 시선, 특히 부모님의 시선에 영향을 많이 받았으며, 가족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행동만 하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야기를 하면 길지만 이 때문에 나는 꿈을 가지지 않으려 한 적도 있었다. 내 미래는 가족에게 당연히 희생해야 하고, 장래에 대한 욕심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했던 시기, 그때를 생각하니 정말 나를 위한 좌우명을 만들고 싶었다.
좌우명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던 당시, 다니던 회사와 트러블이 잦아졌다. 회사에서 생기는 작은 사건들은 정말이지 나를 무기력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내가 겨우 이 정도의 대우를 받을만한 사람인 걸까, 하고 생각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점점 내가 쓸모없는 사람이 되는 듯했다. 퇴근길에 우울한 마음과 기분을 짊어지고 터덜대며 걸어가던 중, 번뜩하고 이런 문장이 떠올랐다.
'나는 어디서든 나다.'
그러니까 누구와 함께하든, 어느 상황에 놓여있든, 어떤 장소에 서있든 나라는 사람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내가 나를 가치 있는 사람으로 정의한다면, 어쩌다 내 험담을 들어도 '그러려니'하고 넘어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누가 나를 어떻게 정의하든 '나'라는 사람의 본질은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이 말이 쏙 들어서 한참을 좌우명 삼고 다니다가, 더 정확하게 말을 다듬었다. 이게 지금 나의 좌우명이고,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에게 전해졌으면 하는 가장 큰 메시지다.
"내가 어디서 무얼 하든, 남이 나에게 어떤 말을 얹든, 나라는 사람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