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을 배우기 전에 우선

물을 즐겨보자

수영을 시작했다. 재미와 운동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것 같은 새 취미다. 기존에 하던 러닝은 여름이 다가오니 오히려 하기 힘들어지는 면이 있다. 수영은 러닝과 달리 초기 비용이 들지만, 그래도 시작해 보았다.

실내 수영장은 레일로 구역이 나누어져 있었다. 초급, 중급, 상급, 걷기, 그리고 강습 레인으로 수준에 맞게 나뉘어 있었다. 체계적인 부분은 좋았다. 나는 초보니까, 앞 뒤 눈치를 덜 보면서 수영할 수 있어서 그나마 마음이 놓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앞으로 가는 수영은 아직 흥미가 없어서. 경계 없는, 사방으로 트인 곳에서 수영하고 싶었다. 나는 아직 왜 앞으로 수영하는 게 중요한지 모른다. 나는 일단 물에 들어갔을 때의 느낌, 내 몸의 움직임에 더 집중하고 싶다. 물장구도 쳐보고, 몸도 동그랗게 말아서 둥둥 떠있어도 보고 싶다. 물속에서 보이는 세상도 궁금하다. 

하지만 레일 위에 서니 앞으로 가는 것, 그리고 레일 끝에서 쉬는 것 외에는 쉽지가 않았다. 쉬는 것도 앞뒤 사람들에게 방해가 될까 봐 긴장돼서 더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아직 수영장의 암묵적인 룰을 파악하는 중이라서 더 그랬다. 여담이지만, 그 암묵적인 룰을 예전 같았다면 인터넷에 검색해서 익혔을 거다. 하지만, 요즘은 세상을 느끼면서 살아가보자고 마음을 먹은 터라 찾아보지 않고 느끼면서 받아들여보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좋은 시설을 이용하려면 어쩔 수 없는 구조일 수 있다는 걸 안다.  그럼에도 여전히 좀 답답한 건, 살면서 대부분의 분야에서 내 생각과 맞지 않는 상황을 마주치고 있다는 측면이다. 내 생각에는 다수의 사람들은 '잘 나아가는 것'이 수영의 목적인 것 같다. '필요한 공식을 잘 떠올리고 정답을 많이 맞히는 것'이 수학의 목적인 것 같다. '교수님이 추구하시는 방향을 정확히 파악해서 반영해서 학점을 높이는 것'이 과제의 목적인 것 같다. 비판적으로 적긴 했지만, 사실 세상이 바뀌었으면 하는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분명 나도 놓치고 있는 것들이 있고, 어떤 측면에서는 비생산적이다. 다만, 그렇게 나와 충돌하는 지점이 비슷한 부분에서 계속 나타나니 답답하고 아쉽다. 그래도 나름 그 속에서 물을 충분히 즐기려고 노력했다. 나쁘지 않았고, 더 다녀보면서 재미를 찾아볼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