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아빠 이야기 -
아빠를 생각하면 마음 저 깊숙이 잠들어 있던 내 더러운 본성이 모조리 튀어나오는 것 같다. 그런 아빠와 나는 요즘 사이가 좋지 않다. 좋지 않다기보다 몇 주전 '그 사건'으로 인해 불편해진 관계라고 해야 맞겠다. '그 사건'에 대해 다시 떠올려서 글로 옮기고 싶진 않아서 일단은 개싸움 정도로 정리하고 넘어가야겠다. (싸웠다, 미친개처럼)
아빠는 원래 화가 많은 사람이다. 술을 먹으면 긴장이 풀려서 일까? 되려 기분이 좋고 평상시엔 주로 냉랭한 기운이 많았다. 그 냉랭한 기운은 모두를 불안하게 하다가 한 번씩 폭탄처럼 터지는데, 그 대상은 주로 엄마였다. 엄마는 죄가 없다. 엄마는 어린 나이에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는, 가진 것이라곤 줄줄이 딸린 동생들과 젊은 패기뿐이었던 아빠에게 시집왔다. 월세 단칸방에서 호랑이 같은 남편과 그의 철없는 동생들, 그리고 자식 셋이 먹이고 재우고 입히는 것만도 엄마에게는 너무나 고단한 나날들이었을 것이다. 그런 엄마에게 아빠는 늘 본인의 기분대로 행동하고 기분이 풀리지 않을 땐 물건을 집어던지며 분풀이를 했다.
나름의 이유가 있었겠지만, 어렸을 땐 차라리 어른들의 삶이라고 생각하고 이해하려 노력했다. 나라도 눈치껏 행동해서 더 큰 가정불화가 생기지 않으면 좋겠다. 나라도 노력해서 이 불안감이 해소되었으면 좋겠다. 나도 우리 가족을 위해 무언가를 해서 지금보다 더 행복해지면 좋겠다. 이런 생각들을 늘 하면서 커왔다. 매 순간 눈치를 보며 말이다. 그땐 그런 생각만으로 아빠가 바뀔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고 "아빠"라는 존재가 주는 절대적인 신뢰가 어느 정도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 나는 성인이고, 정도의 차이겠지만 아빠는 달라진 것이 없고 나는 우리 가족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더 화가 나는 것일까. 왜 자식의 노력은 봐주지 않는 것이냐고. 자식에게 미안하지도 않냐고. 여태 그렇게 살았으면 이제는 달라져야 하지 않겠냐고. 도대체 내가 왜 당신의 자식으로 태어나서 이런 고통을 받으며 살아야 하느냐고.
내가 요즘 제일 많이 하는 일은. 아니, 내가 내 자식들을 낳아 키우면서 제일 많이 하는 일은 나에 대한 성찰이다. 지금 이 글을 쓰는 것도 나는 나에 대한 성찰로 부디 내 자식들이 좀 더 행복하게 자라주길 바라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라 할 수 있겠다. 왜냐면 나 역시, 나도 모르게 내가 가장 무서워하고 불안해하고 증오했던 아빠의 모습 그대로 아이들을 대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아빠의 자식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말이다. 그런데 우습게도, 요즘 내 아들의 모습에서 아빠의 모습이 보인다. 정신이 번뜩 들었다.
너도 부모를 잘 못 만났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