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날
머리숱이 풍성해진 나무
나에게 이리 오라 한다
키가 크고 곧게 뻗은 가지 끝에는
초록물결이 반짝인다
커다란 나무 그늘 아래
잠시 등을 대고 앉는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영원한 것은 없거늘
영원할 것처럼...
가만히 눈을 감는다
어느새 빨갛게 성난 모습으로
성가신 잎을 하나 둘 털어내는 나무
내 머리 위에도
떨어진 녀석들이 바스락거린다.
살살 털어내고
한 발짝 물러선다.
가을태풍은 두려움이라 했던가
강한 바람이 거세게 불어
나무가 뿌리째
넘어갔다
작은 풀잎들은 제쳐두고
커다란 나무만 쓰러트렸다
그늘이 되어준 푸르른 나무여
이젠 안녕.